<주부 특집판>기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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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진한 일본 내음에 취하다

기후현 다카야마, 그리고 시라카와고

 

시간이 멈췄다”. 설명할 수 있는 말은 이 말 뿐이다. ‘작은 교토라 불리우는 산중 도시 다카야마(高山)는 에도시대 당시의 거리로 여행자를 초대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빛나는 갓쇼즈쿠리(合掌造:합장양식)’라고 불리우는 시라카와고의 기묘한 민가들은 과거의 일본으로 시간여행을 떠나온 듯 몽환적인 세계관으로 이방인들을 매혹시킨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일본 3대 온천으로 명성인 게로온천이 기후현 전통미에 마침표를 찍어주니 여행에 여행자의 입에선 감탄사가 멈출 새가 없다.

| 주부지방 특별취재팀

 

기후현이라는 이름은 낯설다. 가는 길도 쉽지 많은 않다. 하지만 세계문화유산의 갓쇼즈쿠리 전통가옥에 더해 작은 교토라 불리우는 다카야마에 이르기까지 각별한 맛이 더해지니 진정한 일본내음을 찾는 이들에게 더없이 안성맞춤인 땅이다.


기후현으로의 여행 관문은 나고야 주부국제공항이다. 주부지역의 중심도시인 아이치현 나고야역에서 JR특급열차 히다호를 타고 2시간 반 이상을 달려야한다. 하지만 지루함은 없다. 나고야 도심을 출발한 열차는 2시간 여 동안 들과 산을 넘어가며 창밖 풍경이 바뀌듯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여행의 열차가 되니 말이다.


기후현에서 가장 먼저 여행자를 맞이하는 것은 작은 교토라 불리우는 다카야마. 1000년 이상 황궁이 있던 일본의 옛 수도 교토의 모습을 쏙 빼닮았다고 해서 붙은 다카야마의 별칭으로, 현재까지 16세기 말에 건축된 400년 이상 된 가옥들이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명소다. 일본 어디나 있는 그저 그런 거리가 아니다. 세계적 명성의 여행가이드북인 프랑스 미슐랭 가이드에서 최고 랭크인 별 세개를 획득했고 2009년 발간된 가이드북에서는 시간을 내서 여행할만한 가치 있는 관광지’ 17곳 중 하나에 꼽힐 정도이니 여행지로서의 가치에 대한 의심은 일찌감치 접어 두어도 좋다.


여행자들의 발길을 유혹하는 전통거리는 JR다카야마역에서 걸어서 10분 여. 다카야마 시내를 흐르는 미야() 강 동편에 있는, 도시 한가운데의 산마치스지(三町筋)는 자그마한 박물관과 미술관이 많이 몰려 있는 지역으로 과거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거리다.


거리는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옛 공예품을 파는 가게와 여관, 일본 전통술 양조장, 향토음식점 등이 늘어서는데 건물은 대부분 300400년 전과 같은 상태로 보존되어 탄성을 자아낸다.

전통거리를 즐기는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산마치스지 내 양조장에서 기 백년을 이어온 사케를 시음해 볼 수 있고 전통 목공예 공방에선 에도시대의 정취를 담은 장식품들이 관광객들의 지갑을 유혹한다. 일본 전통 의상인 유카타도 빼놓을 수 없다. 다카야마 시내에 자리한 온천료칸에 숙박하면 무료로 산책용 유카타를 대여해 주는데, 유카타에 전통 목제신발인 게타를 신고 사마치스지의 전통거리를 걷노라면 기분은 이미 400년 전 에도시대의 다카야마로 전이되고 만다.


산마치스지의 거리는 작은 교토라는 별칭처럼 길들이 모두 바둑판처럼 규칙적으로 짜여있다. 사람들이 걷는 길들도 400년 전 그대로다. 안내를 맡은 다카야마시청 해외전략실의 하야시 히데카즈도로를 아스팔트로 포장하고 가로등이 세워진 것을 제외하면 에도시대와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오죽하면 에도시대 당시 만들어진 지도를 지금의 다카야마 산책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산마치스지 만이 아니다. 다카야마시의 다른 거리의 건물들도 모두 옛 모습 그대로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박물관인 셈이다. 시야를 가로막는 그 흔한 고층 빌딩도 하나 없고 해발 400m에 자리한 산중도시인 탓에 청정한 공기까지 남다르니 다카야마에서라면 심신의 힐링이 동시에 찾아든다.


덧붙여 다카야마를 즐긴다면 봄과 가을을 기억해 두어야한다.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 다카야마시에서 전국적 명성의 다카야마 마쓰리가 펼쳐지니 말이다. 마쓰리의 하이라이트는 인형과 깃발, , 금조각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23대의 가마들이 펼치는 거리 행진이다. 작디작은 다카야마시에 이 마쓰리를 보기 위해 40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찾을 정도이다.


봄의 다카야마 마쓰리는 지난 4월에 끝났지만 가을 다카야마 마쓰리는 오는 109일과 10일 양일간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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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야마 전통거리. 공방부터 양조장까지 볼거리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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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개최된 다카야마 마쓰리. 오는 10월에 다시 열린다.

 



세계유산 시라카와고의 별세계, 기후현 여행의 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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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쇼즈쿠리(合掌造:합장양식)’라고 불리우는 민가들이 늘어선 산 속의 마을 시라카와고는 일본 내음을 찾는 기후현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갓쇼즈쿠리란 우리말로 합장양식이라 한다. 사람이 합장을 하여 손을 모은 모습처럼 뾰족한 삼각형의 지붕이 이름의 유래다. 100여 년 전의 고건축과 북알프스의 비경이 조화되어 좀처럼 만나기 힘든 풍경을 선사하니 결코 편치 않은 여행길임에도 이국으로부터의 방문자들이 끊이지 않는다.


기후현 시라카와고는 험준한 산에 둘러싸인 요새와 같다. 강은 남북으로 흐르고, 하안단구(河岸段丘)의 평야에 논과 밭이 펼쳐지고 그 위에 뾰족한 직삼각형 형상의 갓쇼즈쿠리의 초가지붕을 한 민가들이 다닥다닥 촌락을 이루며 마치 판타지에 등장하는 신비로운 마을의 분위기가 묘한 긴장감마저 안긴다. 늘어선 취락은 114동에 이른다. 가지런히 정돈되어 늘어선 모습에 보는 이들 모두 그 절경에 압도되니 여기저기서 탄성도 이어진다.


뾰족한 지붕은 거의 규칙적으로 지붕의 처마 끝을 남북으로 향해 지어놓아 정연하게 늘어선다. 단지 미관상을 위한 배치가 아니다. 깊은 산에 자리한 마을인 만큼 일조시간이 중시되었고, 억새풀로 만든 초가지붕에 조금이라도 많이 햇빛이 더해져 습기를 털어내 지붕의 수명을 조금이라도 늘리려는 옛 사람들의 지혜가 담긴 결과물이다.


역시나 두 눈을 사로잡는 것은 첨탑처럼 뾰족하게 솟아오른 갓쇼즈쿠리의 지붕이다. 평균적인 높이는 12m 정도인데 이 역시 호설(豪雪)지대인 지역의 특성상 많은 눈이 내려도 지붕에 쌓이지 않고 바로바로 떨어질 수 있도록 지붕에 급한 경사를 만들어둔 것이 지금과 같은 개성적인 지붕이 만들어진 이유다.


세계유산 시라카와고의 사계절은 풍류와 함께한다. 초봄에는 초목의 틈 사이로 산등성이에 잔설이 남아 있는 것이 청초하고, 초여름에는 논의 벼가 미풍에 흔들리며 그 수면 위로 갓쇼즈쿠리의 취락이 반영되는 호젓함을 그려낸다. 가을이 깊어지면 시라카와고를 불태우듯 붉은 단풍이 산자락을 휘감아 돌고, 늦겨울부터 벌써부터 초설이 내려 가을의 붉은 불을 하얗게 잠재운다.


이왕 시라카와고를 찾았다면 세계유산의 땅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추억을 쌓아보아도 나쁘지 않다. 갓쇼즈쿠리의 옛 집에 들어앉아 화로를 둘러싸고 산채요리와 민물고기의 소금구이를 뜯고 두부로 만든 스테이크 등, 시라카와고의 향토요리가 내어진다. 숙박이 가능한 집은 총 22. 3개월 전 예약이 필수이며 숙박요금은 12식을 포함해 8,000엔 정도로 세계유산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얻는 감동에 비하면 결코 비싸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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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쇼즈쿠리 내 숙박체험도 가능하다.



일본 3대 온천 게로온천’, “심신의 힐링 절로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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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현 여행의 짐을 푼다면 일본 3대 온천으로 명성인 게로온천이 있어 제격이다. 기후현 중앙 동부 게로시에 자리한 게로온천은 호적한 자연 속에 들어서 있는 대형 온천관광지로 그 규모에서 알 수 있듯이 약 47여개의 온천여관이 가득 들어차있는 대형 온천관광지이다.


게로온천의 온천수질은 무색·무취의 알카리성 단순천. 원천의 온도가 84도에 이를 만큼 구사츠온천, 아리마온천과 더불어 최고의 수질을 자랑한다. 각 온천여관의 풍미도 게로온천을 더욱 즐겁게 하는 요소다. 지극히 일본적인 다다미객실과 노천온천, 그리고 지역 최고급 특산품인 히다규(히다 소고기)를 이용한 샤브샤브가 곁들여진 가이세키요리 등 유유자적 온천과 여유를 만끽하기에 부족함이 없으며, 초대형온천여관에서부터 소박한 분위기의 정감 넘치는 온천여관까지 규모와 가격별로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점도 다수의 온천여관이 자리한 게로온천만의 매력이기도 하다.


진정한 온천마니아라면 게로온천의 심벌로 칭해지는 노천온천인 훈센치(噴泉池)’를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강변 둔치를 따라 자리한 공공노천탕으로서 몸을 가릴 담장도 탈의실도 없지만 돌로 만들어진 훈센치에 입욕하기 위해 게로를 찾는다는 이가 있을 만큼 게로온천의 명물로 자리 잡고 있다. 24시간 무료로 개방되며 남녀혼욕이지만 수영복차림으로 입욕할 수 도 있어 즐기는데 큰 불편함은 없다.


 

<여행정보>

기후현까지는 인천공항을 출발하는 다수의 정기편이 취항중인 나고야 주부국제공항이 관문이다. 다카야마와 게로온천까지는 JR나고야역에서 JR특급열차 히다호를 타면 별도의 환승없이 찾을 수 있어 편리하다. JR다카야마역까지는 2시간 30, 다카야마에 앞서 자리한 JR게로온천까지는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시라카와고까지는 JR다카야마역 앞 다카야마 노히버스센터 3번 승강장에서 직행버스(왕복 4,420)가 운행중에 있어 다카야마시를 거점으로 기후현 여행을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다. | www.kankou-gifu.jp

<취재협조 : 기후현청, 다카야마시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