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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향에 취하고, 사케향에 취하고, 유황온천에 풍덩"

한국인에겐 아직 낯설다. 도쿄의 북쪽 기타간토 3현이라고 불리우는 이바라키, 도치기, 군마의 3개 도시 이야기다. 도쿄부터 오사카, 후쿠오카까지 즐길만큼 즐긴 이들이라면 낯설다는 표현이 오히려 반가우니 도리어 발길이 먼저 향하고, 기대하지 않았던 땅에서 만난 진득한 일본적 향내는 유유자적 일본을 즐기고픈 이방인에게 멋드러진 3월의 봄 선물이 된다. 
| 이상직 기자

이바라키라는 이름은 낯설지만 일본의 3대 정원인 가이라쿠엔과 일본3대 폭포의 하나인 후쿠로다노 폭포가 있어 일본 내에서는 명소중의 명소로 꼽힌다. 특히나 그 누구보다 빨리 봄소식을 전하는 곳이 일본식 전통정원 가이라쿠엔이니 봄의 절정을 한 발 앞서 느끼고픈 이들이라면 필수코스다. 
가이라쿠엔(偕樂園|www.ibarakiguide.jp/kairakuen.html)은 미토역에서 버스로 약 15분. 오카야마시의 고라쿠엔과 가나자와시의 켄로쿠엔과 나란히 일본 3대 정원으로 손꼽힌다. 면적은 약 13헥타아르. 소박한 것이 맛이 일본정원과는 다른 스케일에 먼저 압도된다.  
가이라쿠엔 봄의 명물은 단연 매화다. 거대한 정원의 곳곳에 도합 3천 그루의 매화나무가 식재되어 매년 2월 하순부터 3월 하순에 일제히 만개하며 이 기간 동안 개최되는 ‘미토 매화축제’에는 매년 수십만의 관람객이 모일만큼 이바라키의 계절명물로 손꼽힌다. 
매화가 많이 심겨져 있는 이유는 봄에 가장 청초한 꽃을 피우고, 열매인 매실은 소금에 절여 군대에서 또는 흉년 때 식량으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실용성을 중요시한 당시 미토의 영주인 도쿠가와 나리아키가 심으라 명했다고 한다. 
축제기간 동안 3천 그루의 매화가 동시에 만개하니 은은한 매화향에 취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촛불을 이용해 밤의 매화를 밝히는 서정적인 경관조명 이벤트도 펼쳐지니 낮에 즐기고 다시 밤에 한 번 더 즐겨야 후회가 없다. 매회축제 동안 JR가이라쿠엔 임시역이 개설되니 찾기도 쉽다. 올해 출제는 지난 2월 16일 개장해 내달 3월 31일까지 이어진다. 
이바라키에서 정원만 즐겨선 아쉽다. 가족과 함께 이바라키를 찾은 이들이라면 즐길 수 있는 명소들이 가득하니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과학·교육의 도시 아바라키를 상징하는 JAXA우주센터(www.jaxa.jp)도 그 중 하나다. 우리로 치면 대전의 대덕연구단지와 대전엑스포공원을 합친 시설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JAXA우주센터는 무료로 개방된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인 JAXA가 우주개발의 연구․개발의 현장을 생생히 즐길 수 있고, 특히 로켓트와 인공위성 등 일본이 걸어온 우주개발의 역사를 실물 모형 등을 통해 즐길 수 있으니 관광에 더해 교육의 효과까지 더할 수 있다.  
태평양 바다와 면한 해양도시 이바라키의 매력을 담은 아쿠아월드 오아라이 수족관(www.aquaworld-oarai.com)도 명물이다. 일본 최대의 대형수족관으로 연간 100만 명이 찾는 곳으로, 60개의 전시수조에 세계 각국에서 모인 어패류들이 7만 점 가까이 전시된다. 특히, 개복치와 상어가 명물로 상어전시로는 일본 제일의 수족관으로 유명하고 개복치 전용수조에서는 귀여우면서도 거대한 개복치의 유영을 즐길 수 있으니 눈이 즐겁다. 

봄철 입맛 청주로 달래볼까, 명주산지 도치기
닛코의 도쇼궁으로 유명한 도치기이지만 둘러보면 소박한 일본미를 전하는 명소들이 그득하다. 이바라키 북부에서 도치기로 넘어가자마자 자리한 마시코쵸(益子町)도 그 중 하나다. 
마시코역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자리한 양조장 토노이케주조(外池酒造店|tonoike.jp)가 명물이다. 창업 72년을 맞이하는 토노이케주조는 전국 사케 품평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명주를 맛볼 수 있으니 애주가라면 지나치기가 쉽지 않다.  
사케는 1월에서 3월까지 가장 추운 시기에 만들어 진 것이 맛이 좋고 고급술에 속한다. 술을 만들 땐 남자만이 만드는 것도 일본 사케의 관례이자 의식이다. “예전에는 술을 만들 때 양조장에 여자는 절대 못 들어 왔었죠. 술의 신은 여신이기 때문에 질투심이 강하고 자기보다 예쁜 여자가 들어오면 질투심에 술을 맛없게 만들어버린다고 하는 신앙같은 미신 때문입니다. 술을 나르는 인부도 술의 만드는 주조사도 반드시 남자가 했고, 지금은 물론 시대가 바뀌었지만 그래도 남자가 하는 것이 대부분이죠”라는 것이 토노이케주조 담당자의 설명이다. 
전국에서 손꼽히는 명주가 나오는 곳이니 술을 만드는 원료인 쌀부터 다르다. 일반 쌀과는 다른 품종으로 벼도 크고 쌀알도 크다. 이 쌀의 바깥부분을 깍아내는 도정을 거쳐 얼마나 많이 깍아 낸 쌀로 술을 만들었느냐에 따라 술의 맛이 결정된다.
쌀의 바깥부분인 강층(糠層)을 50% 이상 깍아낸 쌀로 술을 만들면 최고급 사케를 칭하는 다이긴죠슈(大吟釀酒)가 된다. 청주를 포함해 모든 사케에는 정미배합(%)이 라벨에 기재되어 있는데 정미배합 50%이하면 최고급 사케를 마시고 있다고 생각하면 알기 쉽다. 정미배합 비율이 높을수록 맛은 탁하지만 값이 저렴하니 취향이나 지갑사정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준마이(純米)라는 용어도 사케 애주가라면 알아두면 편리하다. 사케의 경우 대략 16도 전후의 알콜도수를 가지는데 별도의 화학적 알콜 성분을 넣지 않고 쌀의 발효과정을 통해 자연스레 알콜이 만들어진 술을 준마이라고 한다. 준마이 다이긴죠슈라고 하면 50% 이하로 도정한 백미를 가지고 자연발효를 통해 양조한 사케이니 최고로 친다.   
이러한 최고급 사케들을 토노이케주조의 갤러리 카페에서 즐길 수 있다. 대표 사케 브랜드인 산란(燦爛)을 비롯해 쌀로 만든 소주와 우리네 막걸리와 비슷한 탁주인 도부로쿠 등 술의 종류도 가지가지이니 비교하며 마시는 재미가 쏠쏠하다. 
술에 관심없는 여성이라도 반할 아이템도 있다. 쌀의 발효액으로 만든 화장품인 쿠라모토비진(藏元美人)이다. 모 화장품 회사가 TV광고를 통해 “얼굴은 백발의 노인이었지만 손만은 아기처럼 고운 주조사를 통해 찾아낸 피테라”라는 카피를 통해 쌀효모의 보습효과를 선전했는데 바로 그 원조격에 해당하는 것이 토노이케주조의 쿠라모토비진 화장수다. 
한 병에 3500엔으로 저렴하진 않지만 천연원료로 만든 화장수이고 효과도 만점이기에 미백을 기대하는 여성이라면 기념품으로 양조장임에도 불구하고 술보다 화장수를 먼저 손이 간다.   
사케에 과일안주가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지만 도치기의 또 다른 명물인 딸기체험도 도치기에서 즐기지 않으면 아쉽다. 도치기는 일본 제일의 딸기산지로 유명한데 마시코쵸 내에 자리한 마시코관광딸기단지에선 딸기를 무제한 맛볼 수 있는 딸기체험 프로그램이 운영중이니 사케에 취한 입을 개운한 딸기로 마무리할 수 있다.  
요금은 4월 기준 1000엔으로, 싱싱한 딸기에 더해 도치기 딸기의 명품종인 도치오토메를 갈아 아이스크림과 섞어 즐기는 딸기 소프트크림도 명물이니 기억해 둘만하다. 

진한 유황온천에 감동, 명품온천 군마 구사츠 
기타간토 3현의 클라이막스는 군마현 구사츠온천(草津溫泉|www.kusatsu-onsen.ne.jp)이 장식한다. 일본의 수많은 온천관광지중에서도 구사츠온천은 일본인이 가장 찾고 싶은 온천지로 항상 입에 오르내리고 매번 순위는 1위에서 내려올 줄 모른다.  
일본인에게 사랑받은 역사도 길다. 에도시대에도 온천 랭킹이 존재하였는데 도쿄를 중심으로하는 간토지방의 1위가 구사츠였다고 역사서들은 전한다. 무엇 때문에 구사츠온천에 반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궁금증을 자아내지만 답은 구사츠온천의 문턱에 당도한 순간 자연스레 알게 되니 고민이 오히려 수고스럽다. 
구사츠온천의 환대는 코를 자극하는 유황냄새가 먼저 건넨다. 구사츠온천의 명물인 거대한 유바다케가 눈앞에 펼쳐지고 뜨거운 유황온천수에서 피어오른 하얀 연기가 판타지한 감성까지 연출한다.
유바다케(湯畑)란 온천의 원수를 목재관 등을 통해 흘려보내며 온천의 유효성분인 유노하나를 채집하거나 각 온천여관으로 들어가는 온천수의 온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시설. 근대를 넘어 현대가 되었건만 시간이 멈춘 듯 예스러운 유바다케가 일본 3대 온천이라는 명성의 이유를 자연스레 읊어낸다.
온천에 왔으니 온천수 자랑이 빠질 수 있으랴. 구사츠온천의 온천수는 산성이 강한 흔치 않은 온천수. 강산성 명반유황천의 수질로 예로부터 마음의 병인 상사병 말고는 모두 고친다고까지 했고 일본의 천하를 쥐었던 무장 도요토미 히데요시 조차도 입욕을 그리워했다고 역사는 전한다.  
온천수질이 강산성이니 대못을 넣으면 1주일 만에 녹아버릴 정도다. 무서운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그만큼 소독효과가 좋다는 뜻이다. 원천에서 솟아오른 뜨거운 온천수가 유바다케의 7개의 나무관을 따라 흐르고, 나무관을 타고 흐르는 동안 뜨거웠던 온천수가 입욕에 알맞은 온도로 맞추어지고, 이렇게 식혀진 온천수는 유바다케의 끝에 있는 공간에 모여져 각 온천여관에 그대로 흘러든다. 자연 그대로의 온천수가 모든 온천료칸에 들어가니 어떤 료칸을 찾더라도 최고의 구사츠 온천수를 즐길 수 있음에 여행객들은 구사츠를 찬양해마지 않는다. 
물온도를 조절하기 위해 어쩔수 없이 찬물을 섞는 다른 온천들과는 격이 다르니 수 백년이 지난 지금도 에도시대 효험 그대로의 온천수가 흐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구사츠온천 내에 자리한 전통료칸인 나라야의 주인장은 “구사츠온천에서 2~3일 정도만 묵으면서 탕에 들어가면 웬만한 피부질환은 다 치료가 된다”며 자신있게 온천 즐기러 오라며 목에 한껏 힘을 준다. 
구사츠에서 온천을 즐긴다면 에도시대부터 전래된 지칸유(時間湯)라고 하는 독특한 입욕법을 기억해두면 도움이 된다. 온천수의 최고온도가 94도나 되는 고온이기도 하고 성분도 자극이 강한 강산선이기 때문에 하루에 4번, 입욕시간도 3분 이내로 나누어 입욕하는 입욕법을 고안했다. 뜨거운 물은 기다란 나무판으로 물을 20~30분정도 휘저으며 식히는 유모미(湯もみ)라는 과정을 거치고 온천수를 부드럽게 만들어 입욕하니 단순한 온천욕이라하기보다는 온천치료라하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구사츠온천에 관한 마을의 에피소드도 흥미롭다. 강한 온천수탓에 마을 주민들의 치아가 쉽게 상해 인구 8천명의 작은 마을에 세 곳의 치과가 성업중이다. 치아가 쉽게 상하니 고생스럽기도 할 텐데 반대로 은혜로운 축복도 있다. 살균작용에 탁월한 온천수 덕에 구사츠 주민들은 눈병을 비롯한 안구질환에 걸리는 일은 없다는 것. 덕분에 치과는 있어도 안과는 이전부터 줄곧 문을 못 열고 있다고하니 구사츠온천에 대한 효능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올려두어도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군마현 내의 명소들도 함께 기억해두면 좋다. 일본 내에서는 기를 받아 마음의 평온과 활력을 찾는 성스로운 곳을 의미하는 파워스폿(Power Spot)으로 이름높은 하루나신사나 장인들로 가득한 장인의 마을인 타쿠미노사토(たくみの里|www.takuminosato.or.jp)에선 목공, 죽세공, 화지, 도예 등 다양한 전통체험이 한 곳에서 가능하니 군마에서 일본다운 체험을 기대하는 이라면 더없이 어울린다. 

<여행정보>
이바라키현과 군마현 여행은 매일 취항하는 인천-이바라키공항 간 이스타항공 직항편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가이라쿠엔까지는 JR조반센 미토역에서 버스가 운행중에 있어 개인여행자도 찾기 편하다. 군마 구사츠온천으로는 도쿄에서 출발하는 것이 편리하다. 도쿄역에서 나가노신칸센을 타고 가루이자와에서 내려 구사츠행 버스를 타면 2시간 반 정도에 구사츠온천에 닿을 수 있고 우에노역에서 출발하는 특급 구사츠를 타고 나가노하라 구사츠역에서 내려 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소요시간은 약 3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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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01)▲JAXA우주센터 내 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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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02)▲아쿠아월드 명물인 개복치 수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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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03)▲토노이케주조의 갤러리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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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04)▲마시코관광딸기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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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05)▲구사츠온천 명물인 유바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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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06)▲물을 식히는 유모미 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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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07)▲장인의 마을인 타쿠미노사토의 체험공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