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리포트>조선 도공의 흔적을 찾아 나서는 규슈 여행, 사가현 ‘아리타’

일본으로 떠나는 도자기 여행은 한국인관광객에게는 더없이 뜻 깊다. 일본 도자기의 역사는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 조선의 도공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에 건너간 조선도공들에 의해 일본 도자기의 역사가 씌어졌으니 여느 때라면 딱딱할 일본 도자기라는 여행테마가 도리어 설렘의 사인이 된다. 
목적지는 규슈 사가현의 아리타(有田)다. 가는 길도 한달음이다. 규슈의 관문 후쿠오카 하카타에서 JR사세보선 특급열차를 타고 1시간 남짓이면 조선의 도공이 신으로 추앙받는 일본 도자기 역사의 원점인 JR아리타역에 닿을 수 있다.
 | 이상직 기자

일본 도자기의 원점으로 불리우는 도자기는 이곳 아리타에서 태어난 통칭 아리타도자기라고 불리우는 백자. 이 아리타야키의 역사가 조선의 도공 이삼평(李參平)으로부터 시작되었으니 아리타 여행에 절반은 이삼평의 흔적을 찾는 여행이나 다름없다.  
이삼평은 아리타야키를 만들어 일본 도자기의 선조라는 뜻으로 도조(陶祖)라 추앙받는 조선인 도공이다. 아리타 지역 곳곳에 도조 이삼평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명소들이 산재하니 아리타 여행의 백미로 꼽힌다.  
도조 이삼평의 역사를 찾는다면 <이즈미야마 도석장>만큼 어울리는 곳도 없다. 이즈이야마 도석장은 도조 이삼평이 자기의 원료인 도석(白土鑛:백자광)을 찾은 곳으로, 아리타도자기의 역사가 탄생한 성지다. 
이삼평은 규슈 사가현 곳곳을 발로 누비던 끝에 이곳 아리타의 산골짜기에서 최상의 백자광 도석을 찾게 되었고, 그 주변에 가마터를 만들어 일본 역사에 ‘최초’라 기록된 백자를 탄생시켰다. 이삼평이 이즈미야마의 도석장을 찾지 못했다면 아리타도자기는 물론이요 일본 도자기의 역사도 한 참 후의 역사가 될뻔하였음이 자명하다. 
현재의 이즈미야마 도석장은 공원으로 조성되어 당시의 역사를 전한다. 운동장 같은 텅 빈 공간이 여행자를 맞이하는데 실제로는 400년 전부터 도석인 백자광 채굴로 거대했던 석산 봉우리 하나가 사라진 흔적이다. 곳곳엔 도석 채굴의 흔적도 그대로 남아 있고, 새하얀 백자광이 햇빛에 반사되어 도석장 전체가 빛으로 채워지니 신비롭기까지 하다. 

도자기의 신 ‘도조’을 모신 신사, 도산신사 
도조(陶祖)라 추앙받는 만큼 아리타에는 이삼평을 기리는 명소들이 가득하다. 임진왜란을 거쳐 정유재란 당시 조선에 출병한 나베시마 나오시게(鍋島直茂)에 강제적으로 이끌려 왔지만 도예가로서 아리타는 물론 일본의 도자기 산업의 부흥을 이끈 만큼 아리타에서 이삼평의 업적은 아리타에서 만큼은 가히 신에 버금간다. 
그런 그의 지위를 나타내는 곳이 바로 아리타 마을을 내려다보는 도잔신사(陶山神社)다. 도잔신사는 1655년 이삼평이 세상을 떠난 후, 그를 신으로 추앙하여 혼을 기리기 위해 1658년 만들어졌다. 
이삼평이 얼마나 높이 추앙받았는지는 신사 입구의 제신간판을 보면 알 수 있다. 당시 일본을 통치했던 오우진천황에 뒤이어 아리타 지역을 관장했던 번주인 나베시마 나오시게와 나란히 이삼평의 이름이 당당히 걸려 있는데, 당시 규슈의 권력을 호령했던 나베시마 번주와 같은 급의 신으로 대접받고 있으니 아리타 지역 내에서 이삼평의 평가가 어느 정도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도자기의 신을 모신 신사인 만큼 볼거리도 각별하다. 신과 속세의 경계를 뜻하는 신사의 상징인 도리이가 순백의 아리타조자기로 만들어진 것을 시작으로, 신사의 난간은 물론, 신사를 지키는 상상속의 동물인 고마이누까지 아리타도자기로 마감되어 일본에 단 하나뿐인 신사의 풍경을 연출해 눈이 즐겁다. 
도잔신사의 뒷길을 따라 올라가면 도조 이삼평의 업적을 기린 ‘도조 이삼평 비’도 반긴다. 도조 이삼평 비는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아리타도자기 창업 300주년을 기념해 아리타지역민들과 도공들의 손으로 세워졌다.
비는 이삼평에 대한 존경의 가치를 담은 듯 웅장함을 뽐낸다. 석판과 돌계단으로 장식되고 그 언덕 꼭대기에는 하늘을 찌르는 듯한 거대한 비가 당당히 솟아있다. 비문에는 “이삼평공은 아리타도자기의 시조일 뿐만 아니라 일본의 요업계의 대은인”이라는 존경의 문구까지 구구절절하게 담겨있다. 
도조 이삼평의 400년 역사의 종가와 조우하는 특별한 경험도 아리타 여행의 특권이다. 도잔신사를 내려오면 이삼평의 제 14대 손이 직접 운영하는 ‘도조 이삼평 가마 갤러리(toso-lesanpei.com)’가 지근거리에 자리하니 필히 코스에 넣어볼만하다. 

도자박물관에 도자기쇼핑, 이것이 아리타스타일
JR아리타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자리한 사가현립 규슈도자문화관(saga-museum.jp/ceramic)은 아리타를 포함한 규슈 전역의 도자역사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어 반갑다. 규슈도자문화관은 조선의 도공이 일본 규슈에 건너오면서 발전을 시작한 규슈지역의 도자문화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곳. 일본 도자기문화가 규슈에서 시작된 만큼 일본 도자기 역사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일본 최고의 도자기 전문 뮤지엄이다. 
전시실은 총 5개관으로 나뉘는데 백미는 4전시실인 ‘규슈도자의 역사’관이다. 중국대륙에서 한반도를 거치고, 조선의 도공들이 일본에 이끌려오면서 시작된 일본 도자기의 루트를 필두로, 아리타도자기가 유럽에 수출되며 일본 도자기의 부흥을 이끈 역사를 사료를 통해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여행이니 쇼핑도 빼놓을 수 없다. JR아리타역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아리타도자기 도매단지인 아리타 도우지노사토 플라자(有田陶磁の里プラザ|http://www.arita.gr.jp)가 자리한다. 20여 개 도자전문매장이 한 데 모인 도자전문 초대형 쇼핑단지로 전통의 아리타도자기부터 해외 유명 디자이너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최신 트렌드를 담은 도자기까지 아울렛 감각으로 쇼핑을 즐길 수 있어 매력적이다. 
  
<여행정보>
사가현 아리타까지는 인천공항에서 사가현 내 사가공항까지 티웨이항공 직항편이 취항중에 있어 편리하게 찾을 수 있다. 소요시간은 약 80분. 사가공항에서는 공항버스를 이용, JR사가역까지 이동(약 35분) 후, JR특급 미도리호를 이용해 JR아리타역에서 하차(약 40분)하면 된다. | www.arita.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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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01)▲이즈미야마 도석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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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02)▲규슈도자문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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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03)▲생활자기 쇼핑 명소인 도우지노사토 프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