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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현 남부에서 만난 소박한 항구도시의 감성 가득”

나가사키현의 남부의 항구도시로 자리한 미나미시마바라시. 일본의 개항장이 자리한 역사 탓에 이국적인 나가사키현 내에서 흔치않은 소박한 일본적 감성과 조우할 수 있는 땅이다. 즐길거리는 따스한 봄 햇살이 더 없이 반가운 올레다. 제주도에서 시작되어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트레일투어의 성공신화가 된 규슈올레의 17번째 코스로 문을 연 미나미시마바라 코스가 자리하니 뻔한 도심지의 여정을 제쳐둔 힐링을 찾는 여행이라면 미나미시마바라의 올레길이 충분한 답이 된다.   
| 이대한 기자

규슈의 관문 후쿠오카에서 열차를 타고 90분. 이국냄새 가득한 항구도시의 세련미와 일본 특유의 감성이 공존하는 나가사키현이 자리한다. 1571년 국제개항장으로서 개항한 이래 외국과의 교역이 행하여진 소통로였기에 나가사키의 거리는 지금도 당시의 교역국이던 포루투칼과 중국, 네덜란드의 정서를 담은 흔적들이 잔존해 이국적 유니크함으로 수많은 여행객들을 나가사키로 이끌고 있다. 
이국적인 차이나타운과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앞둔 교회군락, 그리고 세계 신 3대 야경에 손꼽히는 나가사키 야경 등의 명소들이 유명세이지만 규슈올레라는 트레일코스도 나가사키현에서 이 계절 만날 수 있는 즐거움이다.   
규슈올레는 일본 남단의 섬 규슈의 곳곳을 걸어서 여행하며 규슈의 속살을 발견하는 힐링투어이자 제주올레의 정신을 이어받아 규슈만의 색깔을 담아낸 오리지널 명품 트레일 코스다. 관광객들에겐 문을 열자마자 일찌감치 눈도장을 찍었다. 한국 내 걷기열풍과 때를 같이하며 첫 규슈올레 코스가 문을 연 2012년도에만 1만 6천 명을 기록했고, 지난 해 3월까지 총 22만 3천 여 명의 관광객이 규슈올레를 찾았을 만큼 한국 내 아웃도어 마니아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키며 히트를 이어가고 있다.   

규슈올레 17번째 코스, 문을 열다
규슈의 맨 윗자락에 자리한 규슈의 관문 후쿠오카현 JR하카타역에서 특급열차 ‘카고메’를 타고 JR이사하야역까지 1시간 40분. 다시 역에서 시마테츠버스를 올라타 구치노츠항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450년 전 기독교의 시작을 묘사한 커다란 그림이 올레인들을 맞이하고 있는 규슈올레 미나미시마바라 코스와 마주한다. 규슈올레의 17번째 코스로 지난 2015년 11월에 문을 연 항구도시의 정서와 나가사키 남부권의 역사를 함께할 수 있고, 지난 해 인천-나가사키공항 간 에어서울 정기편이 취항하며 더욱 찾기 수월해져 최근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코스다. 
규슈올레 미나미시마바라 코스는 10.5km의 길이의 해안코스. 원조인 제주올레의 제 10코스인 용머리 해안길을 연상케하여 가장 제주올레의 감성과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 코스다. 
코스의 시작점은 450년 전 유럽의 무역선이 내항했던 구치노츠항(口之津港). 시골스런 항구를 빠져나와 야쿠모신사(八雲神社)를 지나자마자 미나미시마바라 코스의 첫 번째 즐길거리인 풍유갓파상과 조우한다. 풍유갓파(豊乳河童)는 큰 가슴을 가진 민물에 사는 개구리를 닮은 일본의 상상의 동물이다. 갓파는 일반적으로 바가지머리에 깡마른 아이의 체형을 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미나미시마바라의 갓파는 풍만한 가슴을 가져 이채롭다. 
큰 가슴이라는 힌트에서 알 수 있듯이 풍유갓파상은 다산을 기원한다. 아이를 갖길 원하는 부부나 그 가족들이 다산을 기원하며 풍유갓파상의 가슴을 만지며 기도하는데, 제주도의 돌하루방의 코를 만지면 득남을 한다는 제주도의 풍습과 묘하게 닮아있다. 
풍만한 가슴의 갓파와 이별 뒤에는 16세기에 빗물을 축조하기위한 노다제방(野田堤)과 규슈의 프로방스 노로시야마산(烽火山)이 반기는데 이것이 꽤나 절경이다. 바다를 뒤로 한 탁 트인 공간에 정면으로는 왕릉을 연상시키는 완만한 능선의 노로시야마산이 자리하고, 그 앞으로 빗물을 가두어 커다란 호수로 보이는 노다제방이, 그리고 그 옆으로 크게 휘어진 길을 따라 잘 정돈된 전답들이 오밀조밀 모여 묘한 조화로움을 보이는데, 마치 판타지 게임 속 세상처럼 소소한 신비로움을 뽐내니 감탄사가 절로 튀어 나온다. 노로시야마산도 그냥 지나치기 아쉽다. 해발 90미터의 나지막한 노로시야마산에 오르면 푸른 바다와 바다 건너 멀리 다도해의 절경으로 유명세인 아마쿠사의 전경까지 눈에 들어오니 산을 오르지 않는 것이 도리어 손해다. 
노로시야먀산을 지나서는 환상의 노무키 소나무(幻の野向の一本松)터가 볼거리다. 하지만 기대했던 소나무는 지금은 만날 수 없다. 오래 전 노무키 지역의 둔덕에 크고 아름다운 한 그루의 소나무가 있어서 지역 사람들은 노무키의 소나무라는 애칭으로 불렀고, 노구치 우죠라는 시인은 이 소나무를 보고 “노무키의 한그루 소나무, 그루터기는 여기에, 가지는 번창하여 아마쿠사로” 라는 시를 만들 정도로 절경의 장소였다고 전해지는데, 안타깝게도 송충이 피해로 괴사하고 말았다. 지금은 소나무 대신 벚꽃이 심어져 있다. 둔덕 위에서는 아마쿠사의 섬들까지 바라다 볼 수 있는 파노라마의 절경이 기다리니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소나무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자연의 예술 ‘용나무 군락’에 항구도시만의 정취도 각별
노무키 소나무의 흔적을 보고 산을 내려와 새로이 마주하는 마을길을 누빈다. 20분 정도 걷다보면 다지리해안공원(田尻海岸)이 바닷바람과 함께 나타난다. 작은 공원이지만 중간지점으로써 앉아서 휴식하기에 적절하다. 함께 걸어가던 일본의 올레꾼들은 앉아서 조금이나마 허기진 배를 채운다. 올레길을 사랑해온 한국올레꾼들과 올레길의 매력에 빠진 일본올레꾼들은 툭툭 던지는 짧은 단어와 몸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한일교류의 장이 된 규슈올레가 대견하기 그지 없다.  
흐뭇한 광경을 뒤로 하고 계속해서 해안길을 따라 걸어간다. 귀항하는 배들의 이정표 중 하나로 1966년도부터 꾸준히 활약하고 있는 세즈메자키 등대의 모습이 보인다. 새하얀 건물에 높지 않은 등탑이지만 밝은 등명기에서 비추는 눈부신 빛은 주변에 소용돌이가 생길 정도로 빠른 조류로부터 배들의 안전을 지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코스의 종반부에서는 높이만 20m에 달하고 줄기가 굵은 용나무 20그루가 무리지어 생식하고 있는 대장관이 기다린다. 개중에는 수령이 300년이 되는 거목도 있다. 기괴하고 신비한 자연의 예술인 만큼 규슈올레 미나미시마바라 코스의 기념사진을 남기기에도 제격이다. 굵은 나무줄기 사이로 뚫린 커다란 구멍에 사람이 들어오는 구도로 찍으며 영락없는 인생샷을 남길 수 있으니 도전해볼 일이다. 
두 사람정도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외길 위에 근엄하게 우뚝 세워져있는 구치노츠 등대(口之津灯台)는 코스의 종점을 알리는 신호다. 구치노츠 등대는 메이지 13년(1880)부터 점등을 시작하여 배들의 안전만 책임지고 구치노츠항을 알려주는 지표 역할을 하고 있다. 
미나미시마바라 코스의 종착지인 구치노츠항으로 돌아와서도 볼거리는 끝나지 않는다. 구치노츠 역사민속자료관(口之津歴史民俗資料館)이 그 주인공으로, 메이지 32년(1878년)에 나가사키 세관 구치노츠지청으로 세워진 서양식 건물에 당시의 주민들의 생활상을 또렷하게 볼 수 있는 다양한 전시가 이루어져 볼거리가 각별하다. 일본어가 가능하다면 관장인 모리氏의 유창한 미나미시마바라의 근현대사 해설까지 더할 수 있으니 미나미시마바라의 감성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올레길 뒤엔 미나미시마바라 볼거리 가득
규슈올레만 즐기고 미나미시마바라를 뒤로 하기엔 아쉬움이 크다. 올레길 만큼이나 매력적인 명소가 가득하니 말이다. 
히라성터가 그 대표격이다. 조선시대에 우리나라에 천주교 탄압인 신유박해(1801)가 있었다면, 일본에서는 시마바라의 난(1637-1638)이 있었다. 1613년 크리스트 금교령에 따라 신도들에 대한 탄압과 생활고에 시달리던 미나미시마바라 농민들이 함께 봉기를 일으켜 마지막까지 성전을 펼쳤던 성터다. 성터 내에는 신께 기도를 드리는 시마바라의 난의 지도자격인 아마쿠사 시로의 동상과 묘가 세워져있다. 천주교를 종교로 가진 이들이라면 성지순례의 필수코스로 삼아볼만하고, 종교가 없더라도 일본 천주교 탄압의 역사적 현장이니 발길을 옮겨볼 가치는 차고도 넘친다. 
화산재 피해 마을인 미즈나시혼진 ‘토석류 재해가옥 보존공원’도 귀중한 볼거리다. 3년 여에 걸쳐 분화한 헤이세이신잔의 화산 대분화로 마을 전체가 토석에 파묻힌 가슴아픈 재해의 현장이다. 
공원 곳곳에는 토석에 매몰된 가옥들이 생생히 보존되어 있다. 지붕 꼭대기까지 차오른 화산재로 뒤덮힌 이름 모를 가옥에서부터 뜨겁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화산열풍으로 목재와 유리가 전부 녹아내리고 콘크리트 뼈대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오노코바초등학교 건물이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유쾌하지는 않지만 자연의 위엄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니 용기를 내어 찾아볼만 하다. 

<여행정보>
나가사키현까지는 인천-나가사키공항 간 에어서울 정기편이 주 3회로 호평 취항중이다. 미나미시마바라까지는 나가사키공항에서는 자동차로 약 90분 대에 찾을 수 있다. 미나미시마바라 코스를 포함한 규슈올레의 정보는 규슈관광추진기구(www.welcomekyushu.or.kr), 미나미시마바라의 여행정보는 시 관광협회 공식사이트(himawari-kankou.jp)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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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츠노츠항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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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전 화이팅을 외치는 올레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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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제방을 앞에 둔 노로시야마산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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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을 기원하는 풍유갓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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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 300년을 자랑하는 거대한 용나무 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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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는 아마쿠사 시로 동상이 자리한 히라성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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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나시혼진의 오노코바초등학교 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