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t & Tokyo |도쿄에서 ‘아트’와 만나다. “도쿄 in 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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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관광의 중심지이자 트렌드의 발신기지인 도쿄. 트렌디한 즐거움이 다양한 도쿄이지만 전통과 예술이 가득한 반가운 반전을 가진 곳 또한 일본 도쿄다. 테마는 뮤지엄이다. 트렌디함을 반영한 절묘한 감성과 재미로 무장한 뮤지엄들이 도쿄엔 부지기수로 자리하니 도쿄로의 뮤지엄 여행길이 도쿄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 이상직 기자

국민도서로 사랑받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저자이자 전 문화재청장을 역임한 유홍준 석좌교수는 외국을 여행하게 된다면 도시의 대표적인 유적지를 보고 미술관을 가보라고 말했다. 박물관과 미술관은 그 나라의 전통과 역사, 그리고 문화적 수준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 예이기 때문이고, 더불어 그 나라의 문화적 감성을 가장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가까운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은 우리와 이웃하며 한반도로부터 전래된 역사와 섬나라 특유의 독자적인 문화가 결합되어 같은 동아시아권 국가이면서도 이국다운 문화적 차이를 실감케하니 말이다. 
특히 일본의 수도 도쿄는 일본을 대표하는 박물관과 미술관, 그리고 일본의 문화적 감성을 그대로 담은 유니크한 명소 가득한 ‘뮤지엄 왕국’이니 색다른 일본 뮤지엄여행을 즐기는 목적지로 더없이 제격이다. 

일본의 역사를 한 눈에, ‘도쿄국립박물관’
도쿄 동북부의 관문 우에노에서 한 달음인 도쿄국립박물관. 일본과 동양의 문화재, 특히 미술품과 고고학 유물 등이 전시되어 있으니 도쿄는 물론 일본의 역사를 탐미하기에 더 없이 좋은 명품 코스다. 
도쿄국립박물관(東京国立博物館|www.tnm.jp)이 문을 연 것은 지금으로부터 140년 전인 1872년, 수장품은 도합 10만 점을 넘어선다. 그중에는 국보가 87점, 중요문화재 610건이나 되어 명실상부한 일본 최고의 박물관으로서의 명성을 뽐낸다. 
전시물품의 가장 큰 특징은 고고미술사와 관련된 부장품이 폭넓게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칫 무거운 역사에 한정하지 않고 일본을 중심으로 각국의 회화·조각·서예·건축모형·도기·칠기·고고유물을 비롯하여 다양한 예술품들을 소장하고 있어 일본과 주변 각국의 역사와 예술의 흔적을 함께 즐길 수 있으니 박물관이기보다는 미술관 감각으로 즐길 수 있는 점이 도쿄국립박물관의 각별함이다. 
시야도 넓다. 지역적으로 일본 및 근린아시아 국가의 소장품을 메인으로 일본으로의 문화적 영향이 지대했던 중국 및 한반도 미술에 역점을 두고 있지만, 이집트, 인도, 베트남, 메소포타미아 등 중앙아시아의 미술품과 소장품까지 폭넓게 전시되어 있으니 지루함도 없다.
전시관은 총 5개나 된다. 박물관의 대표적 전시관이자 중심인 본관(本館)을 시작으로 동아시아의 유물들이 전시된 동양관(東洋館), 건물자체가 문화재인 효케이관(表慶館), 고고학 관련 자료들로 채워진 헤이세이관(平成館), 마지막으로 호류지로부터 헌납된 300여 개의 보물을 전시중인 호류지 보물관(法隆寺寶物館)까지 개성 넘치는 전시시설이 가득하다. 
기왓장의 지붕과 건물 앞으로 자리한 호수가 인상적인 ‘본관’ 내부로 들어서면 중앙 계단과 홀을 중심으로 웅대한 공간이 성을 연상케 하는데, 궁정건축양식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도쿄국립박물관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로 건물자체가 이미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을 만큼 빼어난 조형미도 눈여겨 볼 일이다. 
역사에 흥미를 가진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한국과 중국, 인도 등 대륙으로부터의 흔적을 소개하는 동양관(아시아 갤러리)이 추천코스다. 전시실은 총 10실로 3층 건물임에도 실제로는 5층 건물로 느낄 만큼 계단을 이용한 공간배치가 이채롭다. 중국·인도·간다라의 조각(제1실)을 시작으로 중국미술을 체험하는 제2실, 한반도와 서역의 귀중한 보물들이 자리한 제9실과 제10실은 친근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어 더욱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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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국립박물관

도쿄 하늘 위에서 만나는 이색 뮤지엄, ‘모리미술관’
뮤지엄을 탐하는 여행이지만 도쿄국립박물관처럼 경건함만으로는 무언가 여행답지 않다고 느끼는 이들이라면 도쿄 롯폰기에서 관광명소도 즐기면서 동시에 뮤지엄을 탐하는 코스가 있으니 욕심내볼만하다. 
무대는 모리미술관(森美術館|www.mori.art.museum)이다. 지난 2003년 ‘문화가 도시의 정체성을 규정한다(culture shapes a city’s identity)’는 설립자 모리 미노루 선생의 신념을 바탕으로 개장, 아시아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관을 목표로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해왔다. 특히 도쿄의 랜드마크 롯폰기힐스 모리타워 53층에 위치해 ‘천국에서 가장 가까운 미술관’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모리미술관은 현대미술이 중심테마다. 일본은 물론 세계적으로 활동중인 유명 아티스트의 수준 높은 작품을 만날 수 있기에 예술이나 미술에 깊은 흥미가 없더라고 캐주얼한 감각으로 즐길 수 있으니 아이들과 찾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오후 6시면 문을 닫는 여느 뮤지엄들과 달리 밤 10시까지 개관(단, 화요일 제외)하는 점도 반갑다. 모리미술관 바로 아래 모리타워 52층에는 붉게 빛나는 도쿄타워를 발 아래로 내려다보며 도쿄의 야경을 만끽할 수 있는 도쿄시티뷰가 자리하니 모리뮤지엄 관람 후에 도쿄여행다운 체험을 즐길 수 있고, 롯폰기힐즈의 남쪽 아름다운 가로수가 약 400m 빼곡히 들어선 언덕길인 ‘롯폰기케야키사카토오리(六本木けやき坂通り)’로 발길을 옮기면 세계적인 명품숍과 오래된 맛집, 카페 등이 가득하니 도쿄의 화려함을 상징하는 롯폰기다운 정취도 만끽할 수 있어 뮤지엄과 도쿄야경, 쇼핑까지 더하는 일석삼조의 즐거움과 함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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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미술관

롯폰기 아트 트라이앵글의 완성, ‘산토리미술관’&‘국립신미술관’
롯폰기 모리미술관을 찾은 이라면 모리미술관과 더불어 ‘롯폰기 아트 트라이앵글’이라는 별칭으로 불리우는 산토리미술관과 국립신미술관을 함께 찾아볼만하다. 모리미술관을 중심으로 도쿄 미나토구 롯토기 에이리어 내에 총 3개의 미술관이 집결하여 롯폰기라는 품격있는 도시에 걸맞는 예술적 여흥을 연이어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도쿄 롯폰기와 이웃한 아카사카에 자리한 대형 상업시설인 미드타운 내에 자리한 산토리미술관(サントリー美術館|www.suntory.co.jp/sma)은 1961년 마루노우치에 첫 개관하여 지난 2007년 미드타운으로 그 자리를 옮겨 문을 연 미술관이다. 미술관의 이름이기도한 ‘산토리’라는 명칭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미술관은 일본 내 톱 3의 주류 및 음료제조사인 산토리가 운영하고 있는 뮤지엄이다. 주류관련 기업이 만든 뮤지엄이기에 애주가를 위한 뮤지엄이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아쉽게도(?) 산토리뮤지엄은 ‘생활속의 미술’을 테마로 하는 정통 미술관이다. 
찾는 길도 쉽다. 도쿄 미드타운과 직결하는 지하철 오오에도선 롯폰기역이 자리하고 있으니 모리미술관을 나와 10여 분이면 산토리미술관에 발을 디딜 수 있다.
주요 테마는 도자기와 유리미술, 칠기 등, 일본의 생활상을 반영한 것들이다. 미트타운 갤러리아 3층과 4층에 미술관이 자리하며 연중 상설전과 연 4회 개최되는 기획전을 통해 일본의 생활예술의 정수와 만날 수 있다. 
전시물도 매력적이지만 미술관 건축물 자체의 매력도 빠지지 않는다. 일본의 유명 건축가인 구마 겐고 선생의 디자인으로, 일본의 목재창호 무늬인 ‘무쌍격자’에서 착안한 직선을 중시한 목조마감과 일본의 전통종이인 화지로 벽을 마감하여 일본다운 상질의 공간미까지 맛볼  수 있다. 
국립신미술관도(国立新美術館|www.nact.jp) 건축미가 먼저 압도한다. 유리로 마감되어 파도치는 물결무늬의 외관이 상징적인 국립신미술관은 지난 2007년 1월 일본의 5번째 국립미술관으로 문을 연 명소다. 3층 건물에 도합 10개의 전시실과 1개의 기획전시실이 마련되며 기획전을 제외하고는 모두 대관전시로 이루어져 무료관람이 가능한 점도 국립신미술관의 특징이다. 개관 당시부터 대관전시를 메인으로 한 탓에 작품의 질을 논한다면 국립미술관의 명성에는 부족하지만 매년 봄 시즌 3월부터 5월까지 개최되는 연례 기획전인 ‘아티스트 파일展’에는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진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으니 주목할만 하다. 
국립신미술관을 찾는 또 다른 즐거움도 있다. 미술관 1층에 세계적 미식 품평서인 미슐랭가이드에서 수 십년에 걸쳐 별 3개를 획득한 프랑스 리옹의 레스토랑 ‘Paul Bocuse’의 세프가 직접 일본에 오픈한 프렌치 레스토랑인 ‘브래스리 폴 보퀴즈 르 뮈제’와 일본 국내외 유명 아티스트들이 직접 제작한 오리지널 상품을 구입할 수 있어 일본 최고의 뮤지엄숍으로 불리우는 ‘수브니르 프롬 도쿄 갤러리’가 위치하니 굳이 ‘미술’이 아니어도 국립신미술관을 찾아야하는 이유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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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리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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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신미술관

동심을 자극하는 만화 세상, 미타카의 숲 지브리 미술관
도쿄 동부 미타카에 위치한 미타카의 숲 지브리 미술관(三鷹の森ジブリ美術館|www.ghibli-museum.jp)은 아이들은 물론 일본 애니메이션에 흥미를 가진 어른들이라도 반색할 미술관이다. 지난 2001년 일본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명가 지브리 스튜디오가 세운 미술관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가 직접 디자인한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세계관을 그대로 펼쳐놓은 꿈의 뮤지엄이다. 
크지 않은 미술관이지만 지브리 미술관은 입구부터 지브리의 세계관을 그대로 발산한다. 아늑한 분위기의 입구에는 안내원과 함께 지브리의 대표적인 캐릭터 토토로가 관람객을 맞이하고, 대저택 거실처럼 생긴 센트럴홀로 들어가는 통로 양쪽의 스테인드글라스에는 지브리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이 자리 잡아 초입부터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미술관은 지하 1층과 지상 2층으로 구성된다. 지하 1층은 지브리 단편 애니메이션을 상영하는 ‘새턴 시어터’가 자리하고, 지상 1~2층은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업실, 어린이 놀이터, 뮤지업숍 등으로 구성돼 있다.
계단을 따라 오르면 지브리의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작업실과 특별 전시실이 마련돼 있다.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업실이 단연 볼거리다. ‘할아버지가 손자와 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들’을 주제로 한 작업실은 지브리가 추구하는 변하지 않는 가치를 보여준다. 
아이들에게는 지하 1층의 새턴시어터와 2층의 토토로 고양이버스가 인기다. 지브리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상영하는 ‘새턴시어터’는 극장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위해 전혀 어둡지 않게 설계했다. 햇살이 들어오는 창문이 있는 것은 물론이요, 영화가 시작하기 직전까지 천장에 해와 달이 밝게 빛나고 있어 극장을 낯설어하는 아이들이라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토토로 고양이버스는 <이웃집 토토로>에 등장하는 고양이 버스를 그대로 재현한 시설이다. 푹신한 털로 만들어진 고양이버스는 실제로 아이들이 들어가서 뛰어놀 수도 있으니 아이들은 만화 속 주인공이라도 된 듯 기쁨을 감추지 않는다.  
미술관 외부에 마련된 6m 높이의 거신병 로봇도 호기심을 당긴다. 1986년도 작품인 <천공의 성 라퓨타>에 등장한 거대 로봇이 리얼하게 재현되어 있고, 지브리 미술관 내 전시시설 중 유일하게 촬영이 허락된 장소이니 지브리 미술관을 찾은 증거사진을 남기기에도 딱이다. 
지브리 미술관은 운영방식도 특별하다. 매일 10시부터 18시까지 운영되고 하루에 총 4번, 10시, 12시, 14시, 16시의 정해진 시간에 단 500명씩만 입장이 가능하다. 입장권도 예약제로만 판매한다. 지브리 미술관을 도쿄 뮤지엄 여행의 필수코스로 넣고 싶다면 미리미리 서두르는 부지런함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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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카의 숲 지브리 미술관

<여행정보>
도쿄국립박물관까지는 JR, 게이세이전철, 도쿄메트로 각선의 우에노역에서 하차, 도보 10분이면 찾을 수 있어 편리하다. 개관시간은 오전 9:30부터 오후 5시까지로, 입장료는 성인 기준 620엔(특별전 입장료 별도)이다. 박물관 내에서는 주변으로 국립과학박물관, 국립서양미술관도 자리해 박물관 투어를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롯폰기 모리미술관은 도쿄 지하철 히비야선 롯폰기역 또는 오오에도선 롯폰기역과 연결되어 찾기 편리하며 도보 10분 거리에 일본 내 다섯 번째의 국립미술관인 국립신미술관(國立新美術館)과 산토리미술과이 위치해 더불어 즐길 수 있다. 미타카의 숲 지브리미술관은 JR주오선 미타카역에서 하차하면 되며,  지브리미술관 입장권+롯본기힐즈전망대&모리미술관의 3개 시설을 세트한 세트권(1,700엔)을 하나투어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 www.gotokyo.org/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