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탐방에 온천, 아웃도어까지 모두 가진 일본 이상향”
힐링로드 ‘규슈 사가현’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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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의 관문 후쿠오카 바로 아래 자리한 사가현. 사가현 이라는 지명은 낯설지만 규슈올레의 성지이자 1300년 역사의 우레시노온천과 다케오온천이 자리한 관광명소라 하면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제주도에서 만났던 명품 트레일코스인 3곳의 규슈올레코스와 일본 제일이라 칭하여도 아깝지 않은 천연온천수가 심신의 힐링을 전하니 가을시즌 사가현으로의 여행길은 일본감성 충만한 힐링로드가 된다. 
| 이상직 기자

부산과 마주하며 일본 규슈의 현관으로 자리한 후쿠오카의 하카다역에서 JR가고시마 혼센 또는 나가사키 혼센 특급으로 40분 정도를 달리면 아는 사람만 안다는 명탕의 온천지와 힐링메뉴로 가득한 사가현과 만날 수 있다. 사가현이라는 이름은 분명 낯설다. 하지만 낯설음이 주는 신선함에 더해 명품급 힐링메뉴가 기다리니 사가현 여행에 괜한 걱정과 염려는 접
어두어도 좋다. 
명물은 가득하다. 아웃도어에서부터 역사유산과 미식에 온천까지, 일본여행에 기대하는 모든 메뉴가 한 세트로 꾸려지니 일본 이상향이라는 수식어가 과하지 않다. 특히나 사가현의 숨겨진 보석으로 칭하여지는 가라쓰(唐津)는 이 가을 가장 매력적인 목적지다. 규슈올레와 한국과의 뗄레야 뗄 수 없는 역사, 그리고 이국다운 유니크한 먹거리까지 함께하니 말이다. 
목적지인 사가현 가라쓰(唐津)는 이름부터가 재미있다. 가라(唐)는 과거 조선과 중국대륙을 일컫는 말이고 쓰(津)는 나루터라는 뜻으로, 풀어내면 ‘대륙으로 향하는 나루터’라는 의미다. 한자어를 우리말로 그대로 읽으면 당진(唐津)이라고 읽히는데 우리네 충청남도 당진과 한자어도 같고 지명이 의미하는 뜻까지도 같다. 한마디로 규슈 사가현의 가라쓰는 일본 최남단 규슈섬이 한반도를 포함한 중국대륙과의 교류의 요충지이자 가라쓰의 바닷길을 이용해 문물을 받아들인 고대 규슈의 관문인 셈이다. 
일찍이 한반도를 향해 문을 연 곳인 만큼 과거 한반도 고대문화의 흔적들이 가라쓰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한국에서 날아온 여행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대표격인 나고야성터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출병의 전진기지였던 곳으로 한반도 침략을 도모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대한해협과 마주한 가라쓰시 북단에 세운 나고야성이 있던 곳으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이라는 아픈 전쟁의 역사가 시작되고, 양국의 불행한 역사의 무대가 되었던 곳이다.  
지금은 소실되어 덩그러니 성터와 진영터만 남아 있지만 당시의 역사를 전하는 사가현립 나고야성박물관이 자리해 당시의 역사를 전해주고 있다. 박물관의 의미가 꽤나 각별하다. 과거 일본이 일으킨 임진왜란에 대한 역사적 반성을 토대로 일본열도와 한반도의 교류의 역사를 돌아보는 테마로 구성된 보기 드문 시설이기 때문이다. 
상설전시실은 ‘일본열도와 한반도의 교류사’라는 타이틀로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일본열도와 한반도의 교류의 역사를 다양한 전시물로 전해준다. 눈에 띄는 것이 임진왜란 당시 조선수병의 군함 ‘거북선’이다. 일본 수군에 전패를 안긴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이 전시관의 한 축을 차지하는데 역사에 대한 반성을 통해 새로운 한일관계를 도모한다는 나고야성박물관의 소개 글귀가 마음에 와 닿는다.
가라쓰 도심 한 가운데 솟아 오른 가라쓰성도 여행자의 발길을 부여잡는다. 가라쓰성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가신인 데라자와 히로타카가 1602년부터 장장 7년의 세월에 걸쳐 완성한 성으로, 거대한 위용은 없지만 천수각 최상층에서 360도 파노라마로 바라보는 가라쓰해안과 니지노마쓰바라, 마쓰우라강과 시내경관은 가라쓰관광의 백미이니 지나치면 두고두고 아쉬움을 남길 수 있다. 특히 가라쓰해안을 따라 조성된 무지개송림이라는 뜻의 ‘니지노마쓰바라’를 만날 수 있어 더욱 그렇다. 
니지노마쓰바라는 가라쓰만을 따라 약 100만 그루의 소나무가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호를 그리며 이어진 일본 3대 소나무숲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흔치않은 풍광을 자랑하고 있다. 조성된 역사를 살펴보면 17세기초 초대 번주인 데라자와 히로타카가 바다와 마주한 가라쓰를 해풍과 파도에 의한 피해를 막기 위해 방풍림과 방조제의 역할로 해송을 심은 것이 그 시작이며, 지금은 길이 5km, 폭 700m에 이르는 거대한 송림을 자랑하고 있다. 니지노마쓰바라의 빼어난 전체적인 경관을 감상하고 싶다면 가라쓰 시내에 자리한 가가미야마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코스를 추천한다. 이곳에서 활처럼 휘어진 니지노마쓰바라의 푸르른 송림과 파할게 색칠한 대한해협의 바다전경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제주도를 쏙 빼닮은 명품 해안길, 규슈올레 가라쓰코스
걷기 좋은 완연한 가을이 찾아온 만큼 사가현에 발을 들인다면 사가현의 이름을 한국에 가장 널리 알린 규슈올레길부터 찾아보는 것이 순서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심신을 치유하는 온천과 명품 트레일코스인 제주올레의 일본판으로 사가현의 대표적 즐길거리로 인기이니 말이다. 
사가현 내에는 규슈올레 다케오코스, 우레시노코스, 가라쓰코스의 3곳이 자리하는데 청명한 가을인 만큼 바다절경이 일품인 가라쓰코스가 가장 걷기 제격이다. 
규슈올레 가라쓰코스는 규슈올레의 원조격인 제주올레와 가장 닮아있다. 제주를 꼭 닮은 바다가 펼쳐져 있는 해안길을 만날 수 있는데, 제주올레가 시작된 제주도 서귀포시와 가라쓰시는 지난 1994년부터 자매도시로서 교류가 각별하니 올레의 상징성이 더욱 특별하다.  
가라쓰코스는 나고야성터 유적지를 중심으로 일본 전통의 모모야마 문화를 접해볼 수 있는 시간여행과 더불어 하도미사키 등, 대한해협의 절경을 감상하며 가라쓰의 명물 요리로 소문난 소라구이까지 맛볼 수 있는 코스다. 이 길을 걸으면서 자연과 역사, 그리고 미각까지 아우르기에 규슈올레길 코스 중 가장 다채롭고 매력적인 코스로 정평이 가득하다. 
코스의 전반은 나고야 성터 주변의 진영터가 볼거리가 된다. 1592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 출병을 위해 나고야성을 축성하고 그 주변에 전국에서 집결시킨 다이묘들의 진영을 구축하고 주둔 시켰는데 이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푸른 하늘 아래로 초록의 잔디가 깔려 한 없이 평화로워 보이지만 그 이면엔 한국과 일본의 치열한 국운을 건 전쟁의 역사가 함께하니 코스 초입부터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진영터를 지나 소박한 옛길로 빠져나가면 다원 가이게쓰(海月)가 기다리니 일본 전통의 가루녹차를 즐겨볼 수 있는 호사도 누려볼 수 있다. 녹차를 손에 쥐고 주변으로 시선을 돌리면 더없는 평화로움에 과연 이곳이 전쟁을 위한 곳이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다원 가이게쓰에서 발자국을 옮기면 이 코스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나고야 성터(名護屋城跡)의 천수대에 이른다. 이키섬, 대마도, 대한해협 등이 한눈에 들어오는 시원한 경관이 마음 속 깊은 고민까지 날려버리니 힐링이라는 테마의 규슈올레 가라쓰코스의 백미라 칭해도 좋을듯하다. 
나고야성터를 벗어나면 평화로운 마을길로 접어든다. 마을 안에는 일본의 3대 다기(茶器)로 불리며 일본인의 사랑을 받는 가라쓰 도자기를 구워내는 가마인 ‘히나타요(炎向窯)’가 있으니 이 또한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마을을 뒤로하고 코스 후반부로 접어들면 일본 북서부 끝에 위치한 하도미사키를 향해 걷는 해안 올레가 시작된다. 자연이 조각한 주상절리와 푸른 해송이 있어 규슈올레 중 제주의 해안올레와 가장 닮아있는 길이다. 잘 닦여있는 해송 산책로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족과 함께 걷기에도 좋다. 코스의 끝에 다다르면 해송 사이로 살짝 살짝 고개를 내밀던 하도미사키(波戸岬) 해안이 펼쳐진다. 제주도와의 교류를 상징하듯 종점에는 제주도 돌하루방이 바다를 등지고 자리하니 규슈올레 가라쓰코스를 완주한 기념사진을 찍기에 제격이다. 
더불어 종점 하도미사키 주차장에 있는 작은 실내 포장마차에서는 오징어구이와 소라구이를 팔고 있다. 특히 소라구이는 일본식 간장양념을 넣어 구워내는데, 소라껍질을 돌돌 돌려 빼낸 큼직한 소라의 속살이 바다정취까지 전해주니 놓치면 아쉬움이 크다.

요부코 오징어회 맛보고 가을 가라쓰군치 축제 볼거리
사가현을 찾았으니 명물 요리를 맛보지 않을 수 없다. 사가현 가라쓰 시내 중심가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자리한 요부코 새벽시장이 자리하는데 일본 3대 새벽시장의 하나로 유명세가 각별해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성해 가라쓰의 미식포인트로 인기다.
요부코항구의 갖은 수산물중에서도 명물은 ‘오징어회’다. 고급스런 생선회를 놔두고 겨우 오징어회냐며 불평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가라쓰 요부코의 오징어회를 한 번 맛보고 나면 오징어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만큼 각별하니 걱정은 필요없다.
가라쓰의 명물인 오징어회는 ‘이카노 이키즈쿠리’(イカの活き造り)라고 한다. 내어진 오징어회의 모습이 일품이다. 큼직한 쟁반에 살아있는 오징어 모양 그대로 채를 썰어 내어놓았는데 오징어회 아래 데코레이션으로 깔아놓은 갈대발이 다 비칠 만큼 투명한 살이 감탄사부터 터지게 만든다. 
생전 처음 만나는 오징어회의 위용에 머뭇거리다 입으로 가져간 오징어회는 더욱 큰 감탄사로 돌아온다. 쫀득이는 독특한 식감이 단연 일품이다. 질기다는 오징어외의 편견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며 살집이 입안에서 톡하고 터지며 사르르 목 뒤로 넘어가는데, 언뜻 광어회의 쫄깃함과 비슷하리만큼 이미 싸구려 오징어회의 이미지는 사라진지 오래다. 입안 가득히 감도는 단맛도 고급스럽다. 씹을수록 은은히 입안에 퍼지는 단맛은 회를 목으로 넘기고도 한참을 입안에서 맴돌며 최고급 오징어회의 여운을 더해준다.
맛의 비결은 품종이다. 한국에서 흔히 즐기는 염가의 스루메이카가 아닌 아오리이카(흰오징어)다. 난류성 오징어로 한국에선 제주도 인근에서만 잡히는데 가라쓰에선 바다 전역에서 오징어 중 가장 맛이 좋다는 아오리이카가 풍성하게 잡힌다. 오징어회의 가격은 1인분  1,800엔 선. 몸통은 오징어회로 즐기고 다리는 즉석에서 덴뿌라(튀김)로 내어져 넉넉한 양으로 즐길 수 있다. 
가을시즌 사가현을 찾는다면 4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축제인 가라쓰군치 축제(唐津くんち)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축제는 매년 11월 2일부터 4일까지 개최되어 봉물로서 거대한 가마인 히키야마(曳山)를 가라쓰신사에 바치는데 14대에 이르는 거대한 전통 가마의 행렬이 펼쳐진다. 축제기간을 놓친다면 ‘가라쓰군치 히키야마 전시장’이 있어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전시장 내에는 가라쓰군치의 주역인 14대의 거대한 히키야마가 전시되어 있는데 화지(和紙)에 옻칠을 하고 금박을 입힌 호사스런 풍모가 축제의 열기를 그대로 전해주니 가라쓰군치 축제를 직접 즐기지 못하는 이들의 아쉬움을 달래기에 충분하다. 
역사를 탐한다면 가라쓰에서 차로 약 40분 거리인 이마리시의 비요(秘窯)로 불리우는 ‘오카와치야마’도 욕심내볼만하다. 오카와치야마는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병풍 같은 기암 경관이 한 폭의 그림을 선사하는데, 역사적으로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서 끌려온 도공들이 정착하여 도자기를 만들어낸 역사가 서린 땅이다. 1675년 당시 나베시마번이 요(秘窯)를 아리타로부터 이곳 오카와치야마로 옮겨 도자기를 만들도록 하였는데, 당시 신기술이었던 도자기의 제작방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산에 둘러싸인 요새와 같은 험난한 지형인 오카와치야마에 요를 꾸려 조선의 도공들을 관리하였다고 전해진다. 
한이 서린 역사를 뒤로하고 현재는 ‘나베시마 번요공원’이라는 이름으로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높은 산등성이 언덕길을 따라 수많은 도자기공방이 자리하니 캐주얼한 여행을 즐기기에도, 마을 아래엔 당시 조선도공의 묘까지 자리하니 진중한 역사를 탐하기에도 제격이다. 

<여행정보>
티웨이항공이 사가공항으로 주 3회 정기취항중에 있어 더욱 편리하게 사가여행을 즐길 수 있다. 사가현 가라쓰까지는 사가공항 이용에 더해 후쿠오카공항에서 지하철 니시카라쓰행을 탑승하면 환승없이 가라쓰를 찾을 수 있다. 지하철(전철) 소요시간은 약 1시간 30분. 가라쓰 외에 사가현 내에 온천명소인 다케오온천과 우레시노온천이 있어 온천여행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 www.welcome-saga.kr
●취재협조 : 사가현관광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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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01)▲웅장한 가라쓰성 천수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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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02)▲규슈올레 가라쓰코스 종점의 돌하루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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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03)▲사가 명물인 요부코 오징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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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04)▲히키야마 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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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05)▲오카와치야마 번요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