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케&이자카야, 폼 나게 즐겨볼까”

메인_이자카야.jpg

이국으로의 여행에서 먹거리가 주는 매력은 그 어떤 일류 관광명소를 보는 것보다 가치 있고 매력적인 즐거움이다. 그러한 먹거리와 더불어 흥을 더해주는 술도 여행에서 빠뜨릴 수 없는 매력인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호텔에서 맥주 한 캔을 따는 소박함에서부터 정통 일식집에서 값비싼 청주를 맛보는 고급스러움까지, 그 수준에 차이는 있지만 본질적인 즐거움에 다름은 없다. 이러한 즐거움에 재미를 더하고 싶다면 일본에서의 술에 대해 사전정보를 챙겨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술 먹는데 공부까지 하라는 거냐고 볼멘소리가 나올 법 하지만 그 나라의 술 문화를 제대로 알고 즐기는 것이야말로 그 나라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 이상직 기자

일본의 대중적인 술 문화를 체험하는 가장 쉽고 빠른 길은 이자카야(居酒屋)를 찾는 것이다. 일본의 직장인은 물론 젊은이 등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이자카야는 일본의 대표하는 주점의 형태. 에도시대 당시 한 곳에 머무르며 술을 계속 마신다는 뜻의 이자케(居酒:いざけ)에서 이자카야라는 명칭으로 발전한 것이 그 기원이다.
보통의 바(BAR)나 요리에 간단히 술을 곁들이는 레스토랑과 달리 다양한 술과 그 술에 맞는 각양각색의 요리는 내놓는 것이 특징으로 국내에도 일본식 선술집의 형태를 한 주점들이 많이 생겨나 그 이미지가 이미 익숙하다. 
이자카야의 즐거움은 역시 다양한 일본의 술을 한 곳에서 맛볼 수 있다는 점. 맥주를 시작으로 청주, 소주, 와인, 위스키 등 각 점포별도 상이하지만 대부분의 주류를 구비하고 있으며 가장 대중적인 주점의 형태인 만큼 이러한 술을 보다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것도 즐거움이라 하겠다. 
그중에서도 단연 주인공은 일본 대표 술인 니혼슈다. 니혼슈는 간단히 말해 쌀과 쌀누룩으로 양조하여 만든 술을 통틀어 부르는 말로 익숙한 청주 등이 모두 이 니혼슈에 해당한다. 
종류도 많고 명칭도 복잡하여 어려워하는 이들이 많지만 제조방식에 따른 종류와 등급에 이르는 간단한 내용을 파악해 두는 것만으로도 복잡한 니혼슈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으니 익혀두면 요긴하다. 
니혼슈를 구분한다면 먼저 일본 국세청이 고지한 품질표시 기준에 의한 분류인 특정명칭으로 구분하는 것이 기본이다. 긴죠슈, 준마이슈, 혼죠조슈 등으로 나누어지는데, 긴죠슈(吟醸酒)는 니혼슈 양조에 적합한 쌀을 정미하고 저온에서 천천히 양조한 것을 말한다. 양조기술자들이 자신의 실력을 뽐내기 위해 만든 시작품과 같은 술로, ‘니혼슈의 예술품’으로 불리운다. 최대 특징은 섬세하고 플루티한 긴죠향이라고 하는 향기로, 열을 가하면 쉽게 날아가기 때문에 술을 데우지 않고 상온이나 차게하여 마시는 고급술이다. 색채가 특히 좋은 경우에는 앞에 다이(大)라는 한자를 붙여 상급품으로 칭하기도 한다. 
준마이슈(純米酒)는 한자어 그대로 쌀과 누룩만으로 만든 술을 말하다. 별도의 양조알콜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양조과정을 통해 알코올이 생성되는 원리로 술을 만드는데, 부드러운 맛이 특징으로 차게 해서는 물론 따뜻하게 데워먹어도 니혼슈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어 가장 인기다. 
마지막으로 혼죠조슈(本醸造酒)는 술을 제조하는 마지막 과정에 양조알코올을 더해 만든 가장 대중적인 술을 말한다. 양조알코올을 통해 맛을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어 제조되는 술의 종류가 풍부하고 향도 오래가 데워먹는 술(아쓰캉)로 즐기기에 좋다.
요약하자면 차갑게 향이 좋은 술을 즐긴다면 긴죠슈를 고르면 되고, 쌀 고유의 순수한 청주의 맛을 즐기고 싶다면 준마이슈를, 한 겨울 따뜻하게 마실 수 있는 술이라면 혼죠조슈를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이 세가지 조합을 기억하면 니혼슈도 절반은 이해한 것이 된다. 예를 들어 가장 좋은 니혼슈는 준마이다이긴죠슈(純米大吟醸酒)다. ‘준마이’라는 명칭이 가리키듯 별도의 양조용 알코올을 사용하지 않고 쌀과 누룩으로만 양조하였다는 뜻이고, ‘다이긴죠슈’는 저온에서 양조한 향과 색채가 최상인 술을 뜻하게 된다. 
정미비율도 술의 맛을 결정하는 핵심이니 라벨을 통해 체크해 두는 것이 포인트다. 일반적으로 양조에 사용하는 쌀은 70% 이하로 정미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고급술의 경우 최대 40%까지 정미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미비율이 낮을수록 쌀의 잡내가 덜하여 더욱 깨끗한 맛으로 즐길 수 있는 셈이다. 
양조알코올을 더하는 대중적인 혼죠조슈의 경우 쌀을 70% 정도로 정미하고, 고급술인 긴죠슈의 경우 평균 50%까지 정미하는데 이 때문에 맛과 가격에도 차이가 있는 이유다. 정미비율은 술의 라벨 또는 뒷면 품질표시 라벨 등에 기재되어 있으니 확인도 어렵지 않다.

주문은 술 먼저, 자릿세격 오토오시 등 알아두면 유용
일본에서 술을 즐긴다면 일본 곳곳에 자리한 이자카야를 찾는 것이 제일이다. 이자카야는 일본 고유의 술집으로, 에도시대 당시 술을 파는 곳에서 사람들이 자리를 지키며 술을 계속 마시는 공간이라는 뜻에서 이름이 붙여졌다. ‘자리를 지키며 마신다’라는 한자어를 사용하여 ‘있을 거(居)’에 ‘’술 주(酒)‘자를 붙여 이자케(居酒)라고 부른 것이 지금의 이자카야의 유래다. 물론 현재는 술을 전문적으로 파는 주점을 폭넓게 가리키는 대명사로 쓰인다. 
일본 이자카야만의 규칙과 주법을 알면 이자카야가 더욱 즐겁다. 대표적인 것이 오토오시(お通し)다. 안주나 요리를 아무것도 시키지 않았는데도 작은 접시에 강낭콩이나, 절임, 샐러드 등 간단한 요리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것을 오토오시(お通し)라고 하는데 일단 술을 시키고 주문한 요리가 조리되는 시간동안 간단히 안주로서 즐기라는 일본 이자카야만의 관습이다. 단, 공짜가 아니라 약 200엔~400엔 전후의 가격이 책정되어 있으며, 오토오시를 먹지 않겠다며 거절할 수 없기 때문에 추후에 계산할 때 주문한 가격보다 금액이 조금 많아지는 것은 바로 이 오토오시의 가격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간단히 자릿세나 일본식 팁 정도로 이해하면 빠르며, 일본 이자카야의 열의 아홉은 이러한 오토오시를 제공하기 때문에 일본의 술집문화로 받아들이면 된다.
이자카야에서의 주문의 법칙도 있다. 강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착석 후 주류를 먼저 주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의 경우 테이블에 앉아 술과 안주를 한꺼번에 주문하지만 일본 이자카야에서는 인원수대로 술과 음료를 주문해 건배를 마치고 점원을 한 번 더 불러 안주가 될 요리를 주문한다. 물론 한 번에 주문해도 룰이나 매너를 위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안주가 될 요리를 고르기 위해 한참 동안 점원을 잡아두는 것은 좋은 매너가 아니다. 낯선 이자카야이고 이자카야만의 풍성한 메뉴가 가득하니 생맥주를 먼저 주문해 목을 축여두고 나서 지인들과 메뉴판을 돌려보며 안주를 고르는 것이 여러모로 여유롭다.
더불어 이자카야 점포에 따라서는 대형 체인형 점포의 경우 외국인관광객을 위한 영어나 한국어 등의 외국인 대상 메뉴판이 별도로 있는 곳도 있다. 사전에 외국인관광객임을 어필한다면 한국어가 가능한 직원이나 메뉴가 제공될 수 있으니 확인해볼 일이다. 
메뉴판 속 정체를 알 수 없는 너무 많은 요리에 주문이 망설여진다면 코스로 주문하는 것도 방법이다. 일본 이자카야에서는 대부분 금액별 코스가 마련되어 1인당 2,500엔 대부터 5,000엔 선까지 다양한 가격 설정으로 코스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코스가 설정된 시간 동안(약 90분~120분) 맥주와 일본소주, 사케 등의 주류를 무제한 마실 수 있는 노미호다이(飲み放題)가 세트되어 있는 곳이 대부분이니 주당임을 자처한다면 도리어 유리하다.  

일본에서도 섞어 마신다?! 음료와 브랜드하는 와리(割り)
술에 물이나 다른 음료 등을 섞어 마시는 와리(割り)도 일본만의 주도다. ‘와리’는 도수가 높은 일본소주나 위스키가 주된 대상인데 물을 섞으면 미즈와리(水割り), 우롱차를 섞으면 우롱와리(ウ-ロン割り)라고 칭한다. 한국인이라면 귀한 술에 물을 왜 섞느냐고 당장 화를 내겠지만 일본에선 아주 일반적인 음주문화이니, 소주나 위스키를 주문할 때 큰 병에 물이 나와도 화를 낼 필요는 없다. 소주에는 물과 우롱차 어떤 것을 섞어도 좋고, 위스키에 탄산수나 소다수를 넣어 칵테일 스타일로 즐기는 하이볼(ハイボール), 일본소주에 탄산수와 레몬과즙 등 과즙을 넣은 츄하이(チューハイ) 등,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술에 이렇게 물이나 차를 타서 마시는 습관은 서양의 칵테일문화가 일본적으로 발전한 형태라는 설이 가장 지배적이지만, 절약정신이 강한 일본인들이 위스키 한 병을 오래도록 먹기 위해서라거나, 술을 단순히 취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술과 함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일본의 술문화가 반영되었다는 등의 다양한 설이 있다. 
섞어 마시는 와리가 심심하다고 느끼는 스트레이트 지향의 애주가라면 일본 소주를 욕심내볼만하다. 일본의 소주는 보리에서 증류한 보리소주가 대부분인 우리와 달리, 쌀에서 증류한 쌀소주, 고구마에서 증류한 고구마소주 등, 소재에 따라 소주의 종류가 다양한 것도 특색이다. 도수는 대략 25도~40도 전후로 높은 알콜도수에 비해 독한 맛이 적어 마시기 수월한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이튿날 일본여행 일정에 지장을 줄 가능성이 농후하니 순하다고 일본소주를 연이어 스트레이트로 즐기는 것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서브01_이자카야.jpg
(사진)▲전통주 사케의 서빙 모습. 잔 단위의 주문도 가능하다. 

서브02_이자카야.jpg
(사진)▲신주쿠 골목의 이자카야 실내. 

서브03_이자카야.jpg
(사진)▲이자카야의 코스요리 플랜. 주류가 무제한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서브04_이자카야.jpg
(사진)▲순한 맛에 고도수를 자랑하는 일본 전통 소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