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에 만나는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의 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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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눈으로 유명한 것이 홋카이도이지만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의 진정한 절정은 여름이다. 홋카이도를 잘 안다는 사람은 으레 겨울보다 여름을 제일로 칠 정도다. 홋카이도의 낭만 가득한 운하의 도시 오타루도 그런 도시 중 하나. 눈에 묻혔던 운하를 시작으로 겨울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즐거움이 가득하니 8월의 오타루엔 여름의 로맨스를 찾는 이들로 거리가 채워진다. 
| 이상직 기자

인천공항을 출발한 비행기가 동해를 거쳐 일본열도의 서쪽 축을 따라 북으로 한 없이 날아가길 두 시간 여. 일본 최북단에 자리한 거대한 섬 홋카이도가 반긴다. 우리나라 전체 면적과 엇비슷한 거대하기 이를 데 없는 홋카이도의 또 다른 이름은 일본의 북유럽. 세계유산에 지정된 청정한 자연유산을 바탕으로 100여 년 전 근대화의 흔적이 그대로 살아 숨쉬기에 사람들은 이름난 도쿄와 오사카를 제쳐두고 홋카이도를 탐미하기 위해 오늘도 발길을 분주히 움직인다. 
목적지는 다름아닌 오타루다. 오타루는 그 이름부터 동화적이다. 홋카이도의 선주민족인 아이누족의 언어로 ‘오타·오루·나이’라는 이름에서 지금의 오타루라는 이름이 되었다. 아이누족 언어로 뜻을 풀자면 ‘모래 속에 흐르는 강’이라는 뜻인데 바닷물을 육지로 끌어들여 운하를 만든 지금의 오타루와 놀랍도록 그 이름이 일치한다. 판타지스러운 오타루에 어울리는 동화같은 유래다.  
오타루로의 여행길은 어렵지 않다. 삿포로 치토세공항에서 바로 출발하는 쾌속 에어포트를 타면 70분, 삿포로역에서 출발하는 하코다테혼선을 타도 50분이면 동화의 나라 삿포로에 닿을 수 있다. 
일본 북단 이시카리만에 자리하고 있는 오타루는 옛날 청어잡이로 번창하였던 항구도시. 항구도시로서 이름을 알리면서 삿포로의 외항으로서 외국선이 정박하는 국제항구도시로 발전해 지금에 이르렀다.  
지금은 복고적인 정취가 가득한 이국의 동화 속 세상처럼 보이겠지만 20세기에 막 들어섰을 당시만 해도 인구 9만 명을 넘는 거대 상업도시로서 발전한 적도 있다. 지금 오타루에 남아있는 이국적인 건물과 풍치들은 당시의 번영했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셈이다.
오타루라는 이름만큼 유명한 오타루 운하 역시 이러한 옛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는 곳. JR오타루역에서 고갯길을 그대로 내려오면 만날 수 있는 오타루운하는 길이 1,140미터의 소형운하로 1914년부터 9년에 걸쳐 완성된 시설. 지금도 운하를 따라 옛 벽돌창고들이 늘어서 멋스런 풍취를 자아내고, 어두운 저녁이 되면 운하를 따라 만들어진 돌바닥의 산책길에는 총 63개의 가스 가로로등불이 불을 밝혀 마치 1세기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환상적인 저녁 풍경을 만들어 준다. 
겨울의 설경과 촛불로 가득한 로맨틱한 풍경이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지만 눈이 걷힌 운하의 감성도 그에 못지않다. 눈으로 가려져 모양이 궁금했던 운하 옆 산책로의 벽돌길에 더해 빨간 벽돌만 보였던 운하 바로 옆 아카렌가 창고들은 지붕과 벽을 타고 올라가는 초록의 넝굴들과 뒤섞여 얼굴을 내미니 익숙한 풍경이라도 낯설 만큼 그 맛이 다르다. 
운하를 조금 더 가까이서 즐기고 싶다면 오타루운하를 가로지는 운하크루즈와 오타루의 거리를 내달리는 인력거에 몸을 실어봄직하다. 
운하크루즈는 운하의 시작점인 아사쿠사다리 선착장을 출발해 약 40분 동안 자그마한 나룻배로 운하를 왕복하게 되는데, 나룻배에 걸터앉아야 간신히 통과할 수 있는 운하의 여러 다리를과 오타루의 외항까지 돌아볼 수 있어 볼거리가 남다르다. 요금은 1인 1,200엔 선으로, 가을이 끝나는 10월까지 매일 약 1시간 간격으로 오후 4시 40분까지 운행하니 즐기기 어렵지 않다.
인력거는 오타루운하와 거리 곳곳에서 여행객을 기다린다. 탄탄한 근육질의 인력거꾼이 커다란 바퀴와 고급스런 가죽으로 장식된 예스러운 인력거를 끌며 공주님 모시듯 오타루 골목 곳곳을 누비며 오타루의 명소들을 소개해 준다. 더불어 주요 명소들을 배경으로 인력거에 탄 채 포토타임이라는 호사까지 누릴 수 있다. 요금은 코스별로 상이하나 1.2km 코스(약 15분)에 2인 탑승기준 4천엔 선.
운하와 이웃한 벽돌창고에도 오타루 여행길의 즐거움이 기다린다. 벽돌창고를 눈여겨보면, ‘샤치호코"라 불리는 큰 물고기상이 있는 석조건물이 눈에 들어오는데 이것이 바로 오타루의 역사가 간직된 오타루시 종합박물관-운하관이다. 1893년 세워진 창고를 외관은 그대론 둔 채, 내부만 리뉴얼시켜 옛 풍치 그대로의 정서가 매력으로, 박물관 관내에 들어가면 옛날 오사카에서 세토우치, 산인 등 바다를 거쳐 홋카이도에 당도한 기타마에부네 선박의 모형과 오타루 지역에서 유명한 청어에 관한 자료, 실제로 있었던 근대풍의 상점들을 같은 크기로 재현한 모형물이 전시되어 조금이나마 낯선 오타루의 감성과 교감할 수도 있다. 

오타루 명물 오르골당서 오타루 감성 충전
운하를 중심으로 하는 거리 곳곳으로 시선을 돌리면 아기자기한 수많은 상점들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유리공예와 오르골 가게들이다. 오타루가 유리의 거리로서 알려진 것은 19세기 후반. 석유램프와 어망 부이의 제조로 번성하였지만 수요의 감소와 함께 쇠퇴하였다. 이것이 다시 주목을 받은 것은 1970년의 일. 과거의 명성을 되찾은 지금은 인테리어 소품과 식기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식기컬렉션을 즐기는 관광객이라면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할 정도로 아름답고 정교한 유리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때문에 오타루에서 기념품을 고른다면 오타루의 유리제품이 제격인 셈이다. 
운하를 따라 시키나이혼도리로 이동하면 오타루운하와는 또 다른 분위기의 풍경이 들어온다. 이곳은 과거 ‘북쪽의 월가’라고 이야기되는 곳으로 19세기에 세워진 서양식 석조건물이 여러 채 남아있다. 그 중의 하나는 지금도 일본은행의 오타루지점 건물로 사용되고 있을 정도이다.
구 월가에서 버스를 타고 사카이마치도리를 동쪽으로 돌아가면 일본최대의 오르골 전문점인 오르골당 등이 자리한 메르헨 교차로가 나타난다. 1912년에 세워진 목골벽돌식의 오타루 오르골당(www.otaru-orgel.co.jp)은 가장 로맨틱하고 즐거운 관광지로 손꼽히는 오타루의 명소로 유명하다.    
한국인관광객에게도 친숙하다. 많은 뮤직비디오와 영화가 이곳에서 촬영되어 한국에 처음 알려진 이래, 입소문을 타고 지금은 오타루를 찾는 이들 중에 모르는 이가 없을 만큼의 명물이 되었다. 입구로 들어서면, 오르골의 천국답게 사방 곳곳에서 오르골의 아름다운 멜로디가 퍼져나가고 1층과 2층을 가득 메운 1만 5천 여개의 오르골이 조명에 반사되어 장관을 이루어낸다. 
오타루의 명소인 오르골당에서 아름다운 오르골의 선율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제대로 오타루 오르골을 즐기고 싶다면 체험공방만한 것이 없다. 오타루오르골당 본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오타루오르골당이 직영하는 오타루 체험공방인 ‘유코보(遊工房)’이 자리하니,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오리지널 오르골을 만들 수 있다. 
방법도 간단하다. 원하는 멜로디의 오르골 무브먼트를 고르고, 무브먼트가 올려질 받침대인 베이스에 접착하여 그 위에 다시 수만 가지 장식소품 중 원하는 스타일을 골라 붙이면 되니 아이들 장난감 조립보다 수월하다. 소품의 종류도 엔틱부터, 모던, 프로방스까지 다양하니 개성을 담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체험 소요시간은 약 45분에서 1시간 정도로, 접착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굳어져 소리를 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체험요금은 체험비와 소품비용을 합해 1천엔 대부터 마련되어 부담도 없다. 

오타루 명물 초밥거리, 일품초밥 기다려 
일본을 대표하는 메뉴로 사랑받는 초밥도 홋카이도라면 각별해진다. 특히나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것이 ‘오타루 초밥거리’로 대표되는 오타루 초밥이다. 
오타루 초밥거리는 JR오타루역 아래로 자리한다. 초밥거리라는 이름대로 거리를 따라 20여 곳의 초밥가게가 늘어서고 초밥거리를 벗어나도 작은 오타루 시내에 총 100여 곳의 초밥가게가 자리하니 초밥을 메뉴로 맛의 전쟁이 펼쳐지는 격전지라 칭할만하다. 
우리에게 익숙한 데라사와 다이스케 원작의 만화 ‘미스터 초밥왕’의 주인공인 ‘쇼타’라는 청년도 이 오타루 초밥가게 아들이 배경일 만큼 일본 내에서도 오타루가 가진 초밥의 정서 또한 각별하다 하겠다.
유명세의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역시나 이시카리 앞바다에서 바로 건져 올린 신선한 생선이다. 도쿄의 유명 초밥집들도 어시장을 통해 선어를 들이지만 오타루의 초밥집들은 한결같이 항구에서 직송한 녀석들이 초밥으로 바로 내어지니 까다로운 미식가들의 입도 오타루 초밥 앞에선 독설을 내 뱃지 못할 정도다. 초밥의 왕자로 불리우는 참치도 마찬가지다 홋카이도와 마주한 아오모리현 오오마항구에서 직송한 최고급 참치들로 장식된다.   
초밥을 만드는 조리장(板前:이타마에)의 엄격한 수업도 오타루 초밥의 맛을 지키는 방패다. 제자로 들인 조리사가 긴 수업을 끝내고 하나의 조리장으로서 성장했을 때만 오타루에 점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전통 탓에 지금과 같은 명성의 오타루 초밥거리가 만들어졌다.
맛이 각별한 만큼 저렴한 가격을 기대하긴 힘들다. 오타루 초밥거리의 20여 점포 모두 고가의 초밥가게들이 주를 이루어 흔한 회전초밥과는 그 격을 확실히 달리한다.  
오타루 초밥거리 초입에 자리한 오타루 타츠미스시(おたる巽鮨|http://tatsumi-sushi.jp)는 저렴하면서도 신선한 소재로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개별 룸에 자리잡으면 각 룸별로 별도의 카운터 창이 마련되어 모든 초밥을 손님 앞에서 조리장이 쥐어 주는 진풍경을 만날 수 있어 초밥장인의 손길로 막 쥐어낸 명품 초밥을 맛볼 수 있으니 입은 물론 눈까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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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01)▲오타루운하와 외항을 크루징 하는 운하크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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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02)▲오타루 산책에 제격인 인력거. 요금은 2인 기준 4천엔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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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03)▲메르헨교차로에 자리한 오타루오르골당 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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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04)▲1만 5천여 종의 오르골로 가득한 오르골당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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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05)▲오타루 타츠미스시의 초밥. 

<여행정보>
홋카이도 관문 신치토세공항(삿포로)까지는 대한항공과 저비용항공사인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이 매일 취항하고 있어 편리하다. 비행시간은 약 2시간 40분. 삿포로에서 오타루까지는 JR선을 타고 JR오타루역에서 하차하면 된다. | https://otaru.gr.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