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JPG

홋카이도 동부를 찾는다면 구시로에 더해 오비히로까지 발을 디딜 가치가 있습니다. 구시로가 항구도시라면 오비히로는 패치워크가 인상적인 평원의 도시. 오비히로의 명물은 도카치가와온천(十勝川温泉|www.tokachigawa.net)으로 대표되는 온천이지만, 오비히로 일대에서 키워낸 청정 돼지고기를 이용한 덮밥인 ‘부타돈(豚丼)’ 또한 오비히로의 최대 명물요리로 유명세가 자자합니다. 
이름은 낯설지만 일본 현지에서의 명성은 각별합니다. 오비히로의 ‘부타돈’을 먹지 않고 오비히로를 다녀왔다고 자랑하지 말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지역이 자랑하는 명물입니다.  
‘부타돈’의 ‘부타’는 우리말로 ‘돼지’를 뜻하고 ‘돈’은 우리말로 ‘사발’ 또는 ‘넓은 그릇’이라는 뜻. 굳이 우리말로 풀이하자면 ‘돼지고기 덮밥’정도로 풀이할 수 있는데, 돼지고기를 특유의 간장양념에 구워 밥 위에 얹어먹는 요리입니다. 
큼직하게 썰어낸 돼지고기에 ‘타레’라고 불리우는 간장 베이스의 달짝지근한 소스를 발라 직화구이로 한 번 구워내고 다시 한 번 타레를 발라 따스한 밥 위에 올려 내어지는데, 두툼하고 큼직한 고기가 밥사발 가득 올려져 아래의 밥이 보이지 않을 만큼 푸짐한 것이 매력입니다. 
오비히로 시내 중심가를 비롯해 각지에 부타돈 전문점들을 늘어서 자리하는데, 그중 원조급을 찾는다면 JR오비히로역에서 차로 10분 거리의 ‘부타돈노톤타(ぶた丼のとん田)’가 꼽힙니다.  
부타돈노톤타는 3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명점입니다. 이전 정육점을 운영했던 창업자의 고집으로 최상의 도카치가와산 돼지고기만을 사용해 그 어떤 부타돈보다 상질의 육질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매력으로, 특히 30년 역사를 이어온 달짝지근한 타레는 오비히로의 여느 부타돈집과 견줄 수 없는 깊은 맛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기본메뉴는 총 3가지. 사용하는 고기 부위에 따라 달라지는데, 로스 부타톤(ロースぶた丼), 바라 부타돈(バラぶた丼), 히레 부타돈(ヒレぶた丼)으로 나뉘는데, 로스 부타돈은 돼지의 앞다리살로 만듭니다. 지방과 살코기의 밸런스가 좋은 시그니쳐 메뉴로, 남녀노소 누구나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지방부위를 더 넣은 바라 부타돈은 우리네 삼겹살과 같은 부위입니다. 비계가 조금 더 많이 들어가 돼지고기다움을 뽐냅니다. 지방부위를 꺼리는 이들이라면 살코기 부위만 사용한 히레 부타돈을 선택하면 됩니다. 
가격은 전 메뉴 780엔. 밥을 곱배기로 하면 120엔, 고기를 곱배기하면 200엔만 더 추가하면 되니 지갑 걱정 없이 배불리 오비히로에서의 한 끼를 채울 수 있습니다. 

002.JPG
오비히로 부타돈 맛집이자 원조로 통하는 '부타돈노톤타'

003.JPG
'부타돈'이라는 노렌(간판용 천막)이 걸쳐진 점포 전경

004.JPG
최근 가게를 신축하여 더 없이 깨끗한 점내. 이전에는 좌석도 적고 좁았다고 한다. 

005.JPG
맛집답게 부타돈노톤타를 찾은 유명인들의 사인이 벽 한켠을 다 차지하고 있다. 

006.JPG
메뉴판. 가격은 전 메뉴 780엔. 밥을 곱배기로 하면 120엔, 고기를 곱배기하면 200엔에 더해진다. 

007.JPG
시그니쳐메뉴인 로스 부타돈. 살과 지방의 밸런스가 발군이다. 

008.JPG
우리네 삼겹살과 같은 부위인 바라 부타돈.

009.JPG
기본 양념(타레)가 되어 있으나 취향에 따라 양념을 더할 수 있다. 

010.JPG
부타돈노톤타의 굿즈. 부타돈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오리지널 티셔츠를 2200엔에 판매중이다. 기념품으로도 제격.


든든히 배를 채웠다면 오비히로의 명소들도 둘러볼 차례입니다. 첫 번째 명소는 더없이 아름다운 이름으로 연인의 성지로 추앙받는 고우후쿠역(행복역).
고우후쿠역(幸福駅)은 그 이름에 ‘행복’이라는 한자가 들어있어 유명세를 탄 곳입니다. 과거 일본국유철도 히로오선의 작은 무인 간이역이었는데, 1987년 일본국유철도가 지금의 JR로 민영화되면서 시장논리로 폐선이 되며 운명을 마감했었습니다. 
폐역에 사람들이 다시 찾은 계기는 역시나 이름이었습니다. 역 이름에 ‘행복’이라는 글자가 들어가 있는 폐역이 홋카이도 오비히로에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하나 둘 사람들이 찾아들게 되었고, 지금은 고우후쿠역에 가면 연인과의 사랑이 이어진다는 행복해 징크스로 일본을 대표하는 ‘연인의 성지’가 되어 연인들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폐역 이전부터 무인 간이역이었던 탓에 역은 작습니다. 사람이 10명 남짓 들어갈 만한 초라하고 작은 목조역사가 전부입니다. 하지만 내부에 들어가면 작은 장관이 펼쳐집니다. 다름 아닌 고우후쿠역을 찾은 연이들이 사랑의 메시지를 써서 붙여 놓은 열차표들. 내부엔 더 이상 붙일 곳이 없어서 목조역사 외부까지 티켓이 넘쳐흐릅니다. 
물론 실제 열차에 탑승할 수 있는 티켓은 아닙니다. 고우후쿠역을 찾은 기념으로 연인들이 사랑의 증표로 붙이는 소원편지인데, 달달한 핑크색의 티켓이 역사 사방 가득히 붙어있어 묘한 질투심을 유발할 만큼 감성적이니 기어코 사진 한 장을 담게 만듭니다. 
역사를 넘어 선로 측으로 가면 사랑의 종탑도 있습니다. 여행객 누구나 종을 울릴 수 있는데 연인과 함께 울리면 그 사랑이 평생을 간다고 합니다. 과거 히로오선을 달리던 열차도 2량이 전시되어 있다. 폐선 당시의 선로도 일부 그대로 남아 있으니 예스러운 열차와 오래된 선로를 무대로 인생샷을 남기기에도 제격이니 발길 할 가치는 충분할 것 같습니다. 

011.JPG
작은 가이 무인역인 고우후쿠역 전경. 벽체에 덕지덕지 붙은 종이의 정체가 궁금하다. 

012.JPG
역사 내부도 마찬가지 상황. 온통 핑그빛의 종이들이 붙어있다. 

013.JPG
종이의 정체는 다름아닌 소원엽서를 겸한 기념승차권. 사랑의 징크스로 고우후쿠역을 찾은 연인들이 붙여놓은 종이들이다. 흰 종이에는 "결혼하고 싶어요!"라고 적혀있다. 

014.JPG
벽체는 물론 천정까지 사랑을 확신하고 싶은 이들의 소원들로 가득하다. 

015.JPG
역사밖으로는 연인의 성지임을 증명하는 사랑의 종탑이 자리한다. 

016.JPG
사랑의 종탑. 누구나 종을 울릴 수 있는데 연인과 함께 울리면 그 사랑이 평생을 간다고 한다. 

017.JPG
과거 히로오선에서 운행되었던 열차가 전시되어 있다.

018.JPG
폐선 당시의 선로도 일부 그대로 남아 인생샷을 남기기에도 제격이다.  


오비히로 시내에서는 경마장이라는 이색 볼거리가 기다립니다. 평범한 경마장이 아닙니다. 경주마가 기수를 등에 태우고 달리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철제 썰매에 기수를 태우고 달리는 더없이 호쾌한 경주가 펼쳐지는 경마장입니다. 
즐길 수 있는 곳은 오비히로 시내에 위치한 반에이토카치경마장(ばんえい十勝競馬場|http://banei-keiba.or.jp). 매주 주말마다 경기가 열리는데 직접 마권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육중한 썰매를 끌고 달리는 거대한 말들의 레이스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박력 넘칩니다.  
레이스 외의 볼거리도 있습니다. 경마장 한켠으로 경주마들의 마사가 위치해 직접 말과 마주할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이 기다립니다. 무엇보다 거대한 말의 크기가 압도적이다. 반에이경마장에 출전하는 말들은 페르슈롱종의 대형마. 두꺼운 다리와 거대한 몸통이 보통의 말보다 배 이상 커 위압적이지만, 실제 성격은 더없이 착하니 작은 동물원 감각으로 아이들과 함께 찾아도 제격입니다.  

019.JPG
오비히로 반에이 도카치 경마장 안내판. 오비히로 시내에 자리해 찾기도 쉽다.

020.JPG
찾은 날은 아쉽게도 경기가 없는 평일. 경기가 없어 직접 경기장에 들어와보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021.JPG
깔끔한 경마장 내부. 

022.JPG
실제 경기는 없지만 스크린 경마가 진행되어 마권을 구입하려는 이용객들이 꽤 입장해 있다. 

023.JPG
경기장 한켠의 마사. 귀여운 말들과 만날 수 있다. 

024.JPG
작은 기념관도 자리한다. 오비히로 지역에 말 문화가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디. 

025.JPG
경마장 앞쪽으로는 관광객을 위한 쇼핑&푸드시설인 토카치무라가 자리한다.  

026.JPG
오비리로 지역의 명물들을 판매하는 직판장.

027.JPG
직판장 내부. 거대한 마트다. 

028.JPG
홋카이도 명물 초컬릿과 과자류를 다양하게 판매한다. 기념품 구입에도 안성맞춤이다. 
홋카이도캠페인로고.jpg
<다음 6편(최종편)에서는 홋카이도 동부 여행에 편리한 추천 호텔편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