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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만으로도 설렘을 전하는 일본이 있습니다. 바로 일본 최북단의 홋카이도입니다. 대중적인 인기가 관문 삿포로에 집중되기에 삿포로를 여행하고 홋카이도를 여행했다고 만족하는 이들도 있지만 진정한 홋카이도를 여행했다고 감히 말할 수 없습니다. 웅대한 홋카이도에 있어 관문 삿포로는 작은 관문에 지나지 않으니 삿포로에서 한 발 더 나아가지 않는 한 웅대한 홋카이도의 얼굴을 마주할 수 없으니 말입니다. 

삿포로를 거점으로 동서남북으로 각기 다른 매력의 홋카이도가 산재하는데, 홋카이도의 고즈넉한 소도시를 무대로 슬로우라이프 여행을 즐긴다면 ‘도동(道東)’이라고 불리우는 홋카이도 동부가 더없는 선택지가 됩니다. 구시로와 오비히로로 대표되는 홋카이도 동부는 그 세월을 감히 짐작하기 힘든 태고의 자연에 더해 소도시 여행의 백미가 되는 독특한 먹거리와 볼거리가 산재하기 때문입니다. 

홋카이도의 최동단까지 가는 긴 여정이지만 가는 길은 의외로 수월합니다. 홋카이도 동부의 현관구로서 구시로공항이 자리하니 신치토세공항에서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하면 단 40여 분 대에 홋카이도 동부에 발을 디딜 수 있습니다.  

낯선 홋카이도 동부를 찾았으니 첫 목적지는 홋카이도 동부의 역사를 전하는 박물관이 제격입니다. 구시로 도심을 조망하는 언덕위에 자리한 구시로시립박물관(www.city.kushiro.lg.jp/museum)은 구시로는 물론 홋카이도 동부의 자연과 역사를 소개하는 상설 박물관입니다. 

상설전시관은 1층, 2층, 4층의 3개 층에 걸쳐 자리합니다. 1층에는 구시로의 다양한 동식물을 통해 자연을 소개하는데, 거대한 실물 고래의 골격이 눈길을 끌고, 2층으로 올라서면 구시로 지역의 역사와 풍토가, 4층에는 홋카이도의 선주민인 아이누족의 문화가 치밀하게 전시되어 일본 본토와는 그 뿌리를 달리하는 북방민족의 이면을 둘러볼 수 있어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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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로시립박물관 전경. 두루미가 날개를 펼친듯한 압도적인 건축미를 자랑한다. 박물관 뒷편 공원으로부터 구시로항과 면한 태평양을 조망하는 풍경도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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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로시립박물관 내부. 평일임에도 관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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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의 식물표본 전시물. 구시로의 토양과 자생식물에 대한 설명이 세세히 기재되어 있다. 단, 한국어는 물론 영어 표기도 없어 일본어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는 여행객들은 전시물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하기 힘들다는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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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로 및 홋카이도 동부의 동물들의 전시 코너. 에조시카 사슴과 곰 등의 완성도 높은 박재가 볼거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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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감 넘치는 전시 스타일도 구시로시립박물관의 매력. 손에 닿을 듯 가까운 공간에 전시물이 자리해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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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박재 전시코너. 실제 조류가 잠시 쉬고 있는 듯, 철제 오브제 위에 맹금류들이 포진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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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로시립박물관 가운데 위치한 나선형 박물관. 2층과 연결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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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로의 바다 역사와 풍토를 전하는 2층 전시실. 당시 어업에 사용했던 목선 모형과 당시의 어구들이 수백 점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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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의 아이누 문화 전시 코너. 선주민족 아이누족들의 역사와 당시의 농업기구와 의복 등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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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 가운데의 장신구 전시 코너. 지금도 뛰어난 디자인으로 패션애호가들에게 영감을 선사하는 아이누족 특유의 장식과 패턴이 가득 전시되어 눈길을 끈다. 

박물관이 자리한 구시로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일본 최대 습원지대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구시로 습원 국립공원(釧路湿原国立公園|www.env.go.jp/park/kushiro)도 구시로의 자연을 탐미하는 볼거리입니다. 
 
구시로 습원은 전체 면적이 28,788ha로 광대한 습원으로, 모두 둘러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행객이 습원의 절경을 손쉽게 만날 수 있는 ‘구시로시 습원전망대’가 문을 열고 있으니 안심해도 됩니다. 무엇보다도 JR구시로역이 자리한 중심가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이기에 구시로 여행의 코스로 찾기에 더없이 편리합니다. 

습원을 조망하는 높다란 구릉에 위치한 구시로시 습원전망대는 붉은 벽돌로 마감된 고성을 연상케 합니다. 입구인 1층 엔트런스를 지나 2층에는 습원의 생태를 전하는 전시관이, 3층에는 웅장한 습원의 대파노라마를 탐닉할 수 있는 전망실이 자리합니다. 

2층 전시실은 작은 박물관. 습원에 생식하는 식물에 더해 실제 습원에서 포획된 일본 최대급인 2m를 넘는 연어과 담수어인 ‘이토우’의 나무모형도 있어 구시로 습원의 신비로움을 만긱할 수 있습니다. 

절정은 역시나 3층 전망실입니다. 원형 홀 형태로 레이아웃 된 전망실은 사방이 통유리로 마감되어 전망실을 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 습원의 풍경을 360도로 조망할 수 있어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입니다.

가지만 드러낸 나무들 가득한 거대한 습원은 겨우내 내린 눈에 덮혀 마치 끝없는 무한대의 설원을 연출하는데, 전망실에 설치된 망원경으로 보면 홋카이도에서 서식하는 에조사슴과 흰 꼬리 독수리 등의 동물들이 이따금씩 모습을 드러내니 여행객에게 깜짝 이벤트가 되기도 하니 눈여결볼 포인트입니다. 

더불어 구시로시 습원전망대를 기점으로 약 2.5km에 이르는 습원 내 일주 산책로도 조성되어 있습니다. 전체를 일주하는데 약 1시간 정도로, 나무 데크로 길이 조성되어 습원의 운치를 만끽하며 가벼운 트레킹도 겸할 수 있으니 시간이 허락한다면 필히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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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벽돌이 시선을 사로잡는 구시로시 습원전망대. 맨 꼭대기 돔형 공간에 전망대가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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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로시 습원전망대 1층 로비 카운터. 구시로의 다양한 여행정보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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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의 전시실. 습원의 생태를 소개하는 패널이 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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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널 아래로 자리한 습원 자생 식물의 생태구조를 전시한 전시물. 습원에서 자생하기 위해 죽은 가지들이 지지대 역할을 하여 단단히 습원의 물컹한 땅에 고정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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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전시관의 중앙부에 자리한 '생명의 샘'. 거대한 구조의 샘 조형물 아래로 구시로 습원의 다양한 식물들 표본이 전시되어 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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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샘 구조물 가운데로 구름다리도 자리해 직접 내려가 보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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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로 습원에 서식하는 신비의 담수어인 이토우의 모형. 연어과의 담수어로 구시로 습원에서 서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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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과 이토우를 설명하는 판넬. 일본 최대의 담수어로 습원의 최강 포식자로 군림하며 습원의 쥐, 뱀, 개구리까지 잡아 먹는다고 한다. 일본어 설명 옆으로 영어 설명이 더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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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전망대에서 바라본 구시로 습원. 지평선 끝까지 모두 습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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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원의 생태를 즐길 수 있는 망원경 시설. 때때로 에조시카 사슴이나 맹금류들이 얼굴을 내미는 광경도 마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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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2편에서는 홋카이도를 찾는 철새 두루미를 만날 수 있는 '아칸국제츠루센터 그루스'와 칼데라 호수 '마슈호수'편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