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스미마센’ 생활문화의 참뜻

일본에 여행갈 때, 꼭 필요한 말을 굳이 떠올리면, ‘すみません(스미마센:미안해요)’이다. 이는 일본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로서, 여행자도 이 말을 쓰면 일본 생활을 큰 어려움 없이 할 것이라고 말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스미마센’은 일본인이 어렸을 적부터 부모로 부터 받는 핵심 교육 중 하나로 ‘남에게 폐를 끼쳐선 안 된다’는 의미의 예의범절 대표 어휘이다.
‘스미마센’은 정말로 사과할 때에서 부터 가벼운 인사말에 이르기 까지 쓰임새가 매우 넓다. 한국인들 중 상당수는 이 말이 폭넓게 사용되는 것을 이해하지만, 일부는 ‘일본인은 언제나 사과하고 있다’고 좁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심지어 ‘그토록 사과해서 지치지도 않나’라는 외국인도 있다.
미국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현지에서 교통사고 피해를 당한 일본 유학생이 구급차로 병원에 실려가서는 ‘스미마센’이라고 했다가 도리어 가해자로 몰린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다.
한국은 좀 다르다. 길거리에서 마주 걷다 부딪치면 일본에서는 둘 다 ‘스미마센’이라고 말하지만, 한국에서는 흘깃 쳐다보기만 하거나 그냥 지나쳐버리는 경우를 많이 봤다. 심지어 일부는 ‘왜 남의 길을 방해하느냐’면서 인상을 찌푸리기도 한다.
한국인이 신체접촉으로 타인을 넘어질 뻔 하게 한 상황에서는 ‘미안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확실하다. 즉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사과(謝過)의 선(線)’이 일본 보다 느슨하게 설정돼 있다고 보여진다. 한국에 오래 머물러야 할 일본인으로서는 그 설정 기준을 체득할 때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
‘우리’를 중시하는 한국의 유교문화는 ‘미안하다’는 말의 적용 대상도 달리하는 것 같다. 부모님, 선생님, 선배 등에게 부딪치면 당연히 곧 사과한다. ‘우리’가 아닌 모르는 남과 부딪치면 대부분 반사적으로 사과의 말이 나오지 않는다.
공항에서 목격한 한국인끼리의 충돌 장면이다. A는 휴대폰만 보다가, B는 커피를 마시며 걸어오다 부딪쳤다. A는 커피 튀는 방향을, B는 커피가 자기 몸에 묻는지를 집중적으로 주시한다. 그러다 서로 괜찮은 것을 확인한 A, B는 아무 말 없이 가던 길을 갔다. 당시 두 사람 간 갈등은 없었지만, 일본인으로선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물론 모든 한국인들이 이렇다는 뜻은 아니다. 최근 들어 미국식 ‘Thank You’가 한국인들 사이에 널리 퍼져, “고마워요”라거나 나름대로 영어발음을 바꾼 “쌩유”라고 말하는 것을 자주 본다. 또 ‘미안하다’는 표현도 “쏴뤼”라는 유행어 때문에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익숙해지면서 예전보다는 남에게 피해주지 않으려는 한국인들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대다수는 서로 부딪치는 일이 생기면 ‘흘깃 보기’ 또는 ‘무언(無言)’이다.
한일 두 나라는 가깝지만 차이가 있다. 한국인에겐 열정과 역동성이 있다. 그런 장점들을 많은 나라가 부러워한다. 
그런데 자칫 ‘미안하다’는 말이 부족해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킬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본다. 일본과 한국 두 나라의 좋은 점을 서로가 잘 배워 가까운 거리 만큼 생활문화적으로도 가까워지길 희망해본다. 
| 고미네 아키라(일본관광신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