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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의 숨은 보석 사가縣 그 곳에서 한국을 보다
조선 도기기술 건너간 곳… 임진왜란 최전방기지 ‘아픈 역사’

일본 규슈(九州)지방에 위치한, 제주도 면적의 약 1.3배인 사가(佐賀)현은 한국과 역사적으로 밀접한 곳이다.

사가현 가라쓰(唐津)의 나고야(名護屋) 성터에서는 날씨가 좋은 날에 대마도와 그 너머의 부산까지 보인다. 나고야성은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조선 침략의 최전방기지로 삼기 위해 만들었다가 조선에 패하자 허물었던 곳이다.

이곳에 있는 나고야성 박물관은 조선침략으로 인해 단절된 한국과 일본의 유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 위해 사가현에서 세운 것이다. 나고야성 박물관에는 한·일 양국 전문가의 고증을 거쳐 만든 거북선과 임진왜란 당시의 일본 군선 아타케부네(安宅船)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나고야성 박물관에는 한국인 안내원이 상주하며 박물관 해설을 해 준다. 박물관 입구에는 제주도에서 보내온 돌하르방 모형이 있고, 박물관에는 사가현 한·일교류센터도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자기를 생산하는 아리타마을에서는 17세기초 조선에서 건너와 일본의 도조(陶祖·도기의 시조)로 불리는 이삼평(李參平)의 14대손 가나가에 쇼헤이(金が江省平)씨가 자기를 빚고 있다. 아리타 마을에는 이삼평의 비(碑)와 사당이 세워져 있으며 이곳에서 해마다 이삼평을 기리는 제사를 지낸다.

일본의 가장 오래된 유적지 요시노가리(吉野ヶ里) 역사공원에서는 이곳에서 출토된 고대 야요이(彌生) 시대 유물을 전시하고 집터 등을 복원하고 있다. 요시노가리 유적지에서는 죽은 사람을 항아리 모양의 관에 넣어 묻은 옹관묘 등 한국의 영향을 받은 유물이 다수 출토되었다. 일본 문화 생성의 비밀을 밝혀주는 중요한 고리인 셈이다.

사가현의 주요 관광지마다 한국어 팸플릿이 비치되어 있고 안내 표지판에 한국어가 병기되어 있다. 낯선 곳에 와서 한국어를 눈으로 읽을 수 있으니 반갑다. 일부 료칸 주인과 온천 관계자는 한국어로 소통이 가능하다.

사가현에는 규슈지방에서도 경쟁력 있는 온천이 많다. 일본 3대 미인탕으로 꼽히는 우레시노(嬉野), 전통의 다케오(武雄), 후루유(古湯), 구마노카와(熊の川) 등이 사가현의 대표적인 온천마을이다. 사가현의 온천은 대부분 알칼리성이다. 미지근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피부를 손으로 문지르면 미끈미끈한 느낌이 난다.

북쪽 현해탄과 접한 가라쓰에는 5㎞에 걸친 니지노마쓰바라(虹の松原·무지개 소나무 숲)가 있다. 차를 타며 지나갈 때 차창 밖으로 보이는 계단식 논과 녹차밭을 보면 차에서 내려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사가현의 봄은 한국보다 일찍 찾아온다. 벚꽃이 피는 계절에는 사가현 곳곳이 절경을 이룬다.

시기별로 열리는 크고 작은 축제는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가라쓰 시내에서 물고기, 용, 무사 등의 형태로 만든 14개의 거대한 가마들이 활보하는 가라쓰 군치(くんち·집단축제)는 11월에 열린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세계 열기구 축제를 보기 위해 또 수십만명의 관광객들이 찾아온다.

수묵화처럼 멋진 산으로 둘러싸인 이마리(伊万里) 도자기 마을과 5월 도자기축제 때는 거리가 인산인해를 이룬다는 아리타 도자기 마을, 일본 3대 아침시장 중 하나라는 요부코(呼子)시장도 찾아가 볼 만하다.

우레시노 온천 인근에 있는 히젠유메카이도(肥前夢街道)는 에도(江戶)시대의 거리를 재현한 곳이다. 이곳에서는 닌자 체험과 게이샤 체험을 할 수 있다. 배용준 사진이 크게 걸려 있는 춘천 남이섬 전시관도 보인다. 전시관 안에는 한국학생이 쓴 듯한 ‘한·일 관계 좀더~ 가까워질 수 있기를…’이라고 써진 낙서판이 눈에 띈다.

사가현 = 전지면기자 factfin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