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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에서 인생 따위 생각할 수 있을까?” 경쟁이 치열하기로는 손가락을 꼽을 수 있는 광고업계에서 26년간 한 우물을 파고 있는 <고치소사마, 잘 먹었습니다>의 저자 김혜경이 제일 좋아하는 광고 카피다. 머리로만 생각하는 것과 몸으로 부딪히는 세상은 천지차이라는 말일 것이다. 그런 그녀가 동경으로 떠났다. “마실이나 가볼까?”하는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말이다. 그렇게 도쿄를 헤메다 도쿄의 숨은 골목골목에서 ‘진짜 식당’ 23곳을 만났다. 가볍게 ‘맛’을 보러 갔지만 그들은 덤으로 거창하지는 않지만 인생에 꼭 필요한 작은 ‘깨달음’을 얹어주었다.
“바다 생선은 배부터 굽고, 껍질이 있는 등 쪽은 나중에 구워야 해요.” 이세이 미야케의 디자이너였던 생선구이집 시젠의 주인은 생선 세 토막을 내면서도 각각 다른 순서로 구워서 낸다.
가쿠라자카에서 7대 째 장어집을 이어오고 있는 시마킨의 주인장은 또 이런 말씀을 내놓으신다. “우나기를 손질할 때 관서 지방은 배를 가르고, 관동 지방은 등을 가르고, 관동 지방은 우나기를 찐 후에 굽죠. 관서 지방은 찌지 않고 굽기만 하기 때문에 수분이 없어지지 않도록 앞면과 뒷면을 번갈아가며 조심스럽게 구워야하니 손이 많이 갑니다. 저희 집은 관서 지방의 방법을 고수 하지요”
그런가 하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골 카페인 다이보에서는 34년 동안 드립커피를 내리고 있는 다이보 가쓰지 씨를 만났다. 혹시 오른 손을 못 쓰게 되면 왼손으로 드립을 해야 하니까 연습을 하다 보니 양 손 모두로 드립을 할 수 있게되었다고 말한다. 핸드 로스팅 기계를 돌리면서 정교하고 정확하게 커피를 볶고, 커피를 내리는 그를 보고 저자는 ‘진짜’를 만난 느낌이 든다고 했다.
이 책 <고치소사마, 잘 먹었습니다>는 이렇게 도쿄의 숨어 있는 식당 혹은 커피집에서 저자가 만난 ‘맛’ 위에 그 ‘맛’을 만드는 사람들의 인생을 보게 한다. ‘혀’와 ‘위’를 만족시키러 떠났다가 진짜 인생들을 만나게 되면서 이 크리에이티브한 동경식당 순례기를 쓰게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고치소사마, 잘 먹었습니다>는 식당순례를 통해 도쿄 이야기를 풀어낸다. 첫 장은 까다로운 안목으로 찾아낸 23개의 도쿄 식당 이야기를 들려준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새로운 맛, 오래된 맛, 제대로 된 맛 그리고 그 식당 주인들이 마음으로 만들어 낸 맛에 얽힌 인생 이야기를 앞에 내놓여진 요리처럼 꽤난 먹음직스럽게 풀어낸다.
식당이야기 중간 중간 풀어 놓는 일본적인 맛을 논하는 코너도 읽는 맛이 남다르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판매하는 오뎅에서부터 기무라야의 단팥빵, 병아리 과자까지 개략적으로나마 인지하고 있던 일본적인 맛을 사진과 함께 담아내니 상식으로 챙겨두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마지막 장에서는 도쿄로 런치기행을 떠난 5명의 사람들이 고백하듯 자신이 생각하는 요리와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곁들여 지니 다양한 메뉴만큼이나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본 도쿄의 맛들을 진득하게 음미하게 한다. 
음식을 먹는다는 건 그 음식을 만든 사람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일이라고 한다.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점심(點心), 동경으로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점심기행을 떠난 저자는 도쿄의 골목 식당에서 그 ‘마음’을 보았고, 결국에는 마음을 다해 이렇게 말한다. “고치소사마, 잘 먹었습니다”라고.

ⓒ일본관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기사작성:2011. 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