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Tour> 

커피 향기 가득한 도쿄 여행 
카페 도쿄

임윤정 | 황소자리
정가 : 12,000원

‘카페 도쿄’는 일상을 탈출하고픈 20대의 이야기다. 30대를 목전에 두고 일본행 비행기를 탄 저자가 1년 간 도쿄 사람들의 일상을 엿보고, 또 다른 인연을 맺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카페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담겨 있다.
사람 냄새가 그리워 찾아든 작은 카페에서 현지의 친구들을 사귀고, 그 친구들 손에 이끌려 후미진 뒷골목에 있는 또 다른 카페에 발을 디뎠다. 저자는 화려하게 눈길을 사로잡는 관광지 대신 도쿄의 일상과 그곳 사람들의 쉼터를 고소하고 쌉쌀한 커피 향기에 실어 보여준다.
최근 개성 있는 카페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이긴 하지만 대부분 거대 커피 체인들에 의해 천편일률적으로 잠식돼 있는 국내 상황과는 달리, 일본 도쿄에는 주인의 취향이 진하게 배어 있는 작고 독특한 카페들이 무척이나 많다. 길을 걷다 보면 후미진 골목에서도 주인이 오랫동안 정성껏 가꿔왔음을 짐작케 하는 ‘내공 있는’ 카페들과 자주 조우하게 된다.
후타고타마가와 강둑을 걷다 만난 ‘카페 피스’는 좁은 실내 대신 강둑을 테라스로 활용하기 때문에 찬바람이 부는 11월부터 3월까지 영업을 하지 않는다. 탁 트인 강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마시는 호젓한 여유는, 유효기간이 있어 더욱 애틋하다.
나카노에는 하나의 장소에 여러 개의 카페가 들어서는 ‘히가와리(ひがわり:매일 바뀌다) 카페’가 있다. 바로 ‘우나 카메라 리베라’. 카페를 운영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매주 하루씩, 요일을 정해 장소를 빌려주는 이곳의 이름은 이탈리아어로 ‘빈 방’이라는 뜻이다. 매일매일 다른 얼굴로 손님을 맞이하는 빈 방은 오늘도 또 다른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지나가는 행인의 발걸음마저 멈추게 할 만큼 귀여운 카페 ‘로바로바’는 부엌 앞에 마련된 카운터 다섯 자리를 제외하고 테이블이 딱 한 개뿐인 갤러리 형 카페다. 그곳에 가면 시원한 커피 한 잔에 덤으로 톡톡 튀는 신예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기회까지 따라온다.
이렇듯 이 책 ‘카페 도쿄’에서 저자는 도쿄 카페들의 일상적인 표정과 함께 이방인이 보는 일본의 도시적인 여유와 공간을 따뜻한 감성으로 풀어낸다. 
아르바이트로 비싼 집세와 일본의 높은 물가를 감당해야 하는 빠듯한 생활이었지만, 저자는 커피 향을 따라 후타고타마가와, 교도, 시모기타자와, 니시오기쿠보 등 도쿄 여행가이드북에는 소개되지 않는 풍경들을 찾아 도쿄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다. 때문에 ‘카페 도쿄’는 평범한 듯 개성 넘치는 20대 여성의 한 시기를 들여다봄과 동시에 커피라는 음료를 매개로 만난 도쿄 사람들과 도시의 맨얼굴을 그대로 투영된다. 그 때문일까. 따뜻한 글과 함께 예쁜 사진과 일러스트는 푸근한 카페의 모습은 물론 그 커피향까지 그대로 전해주는 듯하다.
도쿄 각 지역별 카페의 이야기 말미에 나오는 거리산책도 이 책에 눈이 가는 이유다. 누군가 거리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일상의 풍경이지만 카페를 돌아보고 나오는 풍부한 감성으로 바라본 카페주변을 산책한 저자가 선택한 포토그래프는 지극히 일상적이기에 더욱 감성적이기까지 하다.
누구라도 찾아가면 따스히 반겨주고, 누구도 외롭지 않은 공간. ‘카페 도쿄’는 달콤 쌉싸름한 커피 향기와 더불어 읽는 사람들에게 낯설지만 털양말 속처럼 포근한 도쿄의 스트리트 판타지를 선사해줄 것이다.

ⓒ일본관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기사입력:2007.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