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Tour>

꿈꾸던 ‘스무 살의 도쿄’와 ‘서른에 만난 도쿄’
레인보우 동경

김경주, 문봉섭 지음 | 넥서스
정가 13,500원

두 저자는 문학과 영화라는 꿈을 쫓아 지금껏 앞만 보고 달려왔다. 수많은 역경과 고난이 닥쳐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고, 그럴수록 꿈을 향한 열정을 더욱 불태웠다. 그런 그들이 서른이 되었다. 이제는 자신들이 계획하고 꿈꾸던 것을 한 번쯤 돌아봐야 할 시기가 된 것이다.
꿈을 꾸던 스무 살, 그들에겐 무모해 보이는 열정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가진 없이 없었다. 그런 스무 살의 그들이 약속한다. “우리가 서른이 되면 현해탄을 건너 도쿄에 꼭 가자”고.
저자들에게 도쿄는 끊임없이 감성의 자극을 받아온 문화의 도시이자 동경(憧憬)의 도시다. 어린 시절부터 일본의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책 등이 밀집된 도쿄의 문화를 접하면서 미래의 꿈을 키운 곳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서른이 되어 한 명은 연필과 낡은 타자기를 들고, 또 다른 한 명은 카메라와 스케치북을 들고 동경의 도시 도쿄로 떠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서른 이라는 나이가 저자에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 듯 인생에서 ‘서른 살’은 젊은이들에게 많은 것을 상징한다. 뒤돌아보지 않고 패기 넘치게 달려온 이십 대의 끝을 마무리하는 경계선일 수도 있고 새로운 정열과 에너지로 무언가를 다시 꿈꿔야 하는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 여하튼 서른 살은 어떤 식으로든 그 동안의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함에는 틀림없다. 해서 그들은 도쿄 여행길에 오른 것이다. 
서른에 들어선 지금의 저자 둘 에게 도쿄는 더 이상 낯선 이국의 땅도, 문화의 동경(憧憬)지도 아니다. 하지만 시인이자 감독이며 아티스트로서 한국에서 꿈꿔오던 자신들의 정체성을 돌아보기 위한 ‘서른 살의 터닝장소’로서 도쿄는 스무 살에 꿈꿨던 그 꿈을 다시 보는 자극제가 되고 그들은 그곳에서 지난 날의 자신을 만나고, 현재의 낯선 자신을 만나며 꿈꾸던 미래의 자신과 조우하는 소중한 기회를 얻어냈다. 책은 도쿄라는 공간에 투영된 저자 두 명의 감정을 시인다운 능숙한 문체로 그대로 풀어낸다.
보다 솔직히 말하자면 <레인보우 동경>은 저자가 살아오면서 동경했던 것들에 대해 그들의 정체성을 돌아보면서 하는 고백의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고백은 살면서 우리가 생의 한가운데 가만히 불러들이는 ‘틈’ 같은 것”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동경하던 도쿄에서 투영시킨 그들의 틈에 관한 이야기는 모른 척 하고 지나가기엔 너무나도 아쉬울 만큼 누군가 해주었으면 하는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물론 그 고백의 수위를 무겁지 않게 도쿄라는 공간에 배치하며 노련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저자의 스킬에 탄복하는 것도 <레인보우 동경>이 주는 묘미다. 한 사람은 시인이자 극작가로, 또 한 사람은 올해 입봉을 앞둔 영화감독으로, 둘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도쿄의 문학, 영화, 애니메이션, 패션, 카페, 골목, 거리, 스타일을 채집하고 그 위에 고백이라는 양념을 더한 도쿄 에세이인 만큼 몇 번이고 곱씹어 생각해보게 하는 글과 기존 여행에세이에서 본 적 없는 새로운 시선의 사진 또한 <레인보우 동경>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여행정보나 여행지에 대한 감상보다는 도쿄 그 자체를 시인의 투명한 감성 시선으로 이야기하니, 첫 느낌보다 두 번째 느낌이 더 좋고 두 번째보다 세 번째, 네 번째가 더 좋은 글을 독자들에게 풀어내 블로그 여행기에 지친 이에겐 오랜만에 두고 두고 읽을 만한 책이 나왔다고 안도해도 좋을 것이다. 더불어 너무나도 익숙한 도쿄라는 공간을 영화감독 특유의 카메라 앵글로 담아낸 감각적인 도쿄의 모습도 책장을 넘기는 즐거움을 선사해낸다.
시키는 대로 따라가는 도쿄여행이 아니라 그 안에서 의미를 찾고 싶은 이라면 <레인보우 동경>을 통해 도쿄에 투영시키고픈 자신을 향한 메시지를 찾아보아도 좋을 것이다. 

ⓒ일본관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기사입력:2008.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