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Tour>순수한 열정으로 도쿄를 훔쳐버린 당찬 20인의 이야기
20인 도쿄

김대범 글·사진 | 부즈펌
정가 13,000원

도쿄는 누군가에게는 추억의 단편에 불과한 여행지로 자리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꿈을 향한 도전의 땅이자 이상을 향한 전쟁터가 된다. 즐기는 도쿄는 드라마 속 허구처럼 마냥 즐겁고 유쾌하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도쿄는 치열한 삶을 이어가는 냉혹한 다큐멘터리가 된다. 더욱이 그들이 이국으로부터의 이방인이라면 삶에 대한 부담의 무게는 더욱 커진다. <20인 도쿄>가 흥미로운 것은 바로 이러한 이방인의 도쿄 도전기라는 현실에 그 시선을 내리 꽂고 있기 때문이다. 
<20인 도쿄>는 일본 도쿄에서 저마다의 꿈과 열정을 품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20인의 이야기를 그린다. 사회진출을 앞두고 ‘무엇이 행복이고 불행인지’ 그 답도 나오지 않는 ‘인생고민’에 빠졌다가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일본 땅을 밟고 있었다는 26세의 저자가 직접 도쿄에 살면서 자기 주변의 스무 명의 형·동생·누나들의 도쿄 라이프에 귀를 기울였다.
취재 에세이의 형태를 가지지만 그 내용은 친근하면서도 유쾌하며 무겁지 않다. 유학생, 사업가, 패션 디자이너, 캐릭터 아티스트 등 각양각색의 이유로 도쿄에 자리 잡은 20인의 현지 적응기를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그대로 전하니 독자들은 일본에 대한 담백한 지식과 조언을 <20인 도쿄>에서 깊숙이 취할 수 있다.  
우리의 가족이나 친구처럼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이들의 현지 적응기를 전달하기에 단편적인 가이브북과는 다른 관점의 접근도 <20인 도쿄>를 읽는 재미다. 보통사람들이 주인공이기에 이야기는 살아있고, 그것이 단순한 감상이 아닌 현실이기에 반대로 비범하기까지 하다.
“여기서 손톱마법사가 되어서 돌아갈 거예요”라며 당찬 각오를 다지는 고등 검정고시 출신으로 네일아트를 공부하기 위해 도쿄를 찾은 유학 7개월 차 소예슬(21세)양을 시작으로, “여행 가이드 되려고 일단 일본행 비행기부터 탔다”며 더 큰 세상을 품에 안기 위해 여행 가이드를 택한 문슬기(26세)씨, 안정된 공무원 자리를 박차고 나와 건축가의 길을 택한 이동기(36세)씨, 미술 강사에서 성공적인 사업가로 변신한 배성민(37세)씨, 스튜어디스가 되겠다며 공부중인 프랑스 시골아가씨 에로디(22세)양까지, 저자가 만난 이들 모두 도쿄에서 희망을 꿈꾸고 또 실현하고 있는 평범한 이 시대의 자화상들이니 현실에서 오는 감동 또한 각별하다.   
<20인 도쿄>는 특별히 교훈을 강요하지도 가르치려고도 하지 않는다. 도쿄에서 저자가 만난 스무 명의 젊은이들이 도쿄에서 가지는 현실과 다짐을 담담히 풀어낼 뿐이다. 페이지를 넘길 때 마다 새로운 인생과 조우할 수 있으니 이것이 신선하고, 그네들의 삶의 한 페이지를 훔쳐보고 그들의 입을 통해 지금의 나의 모습을 뒤돌아볼 수 있으니 그것에 다시 용기를 가진다. 
막연히 도쿄에 대한 환상을 가진 이들도 좋고, 지금 도쿄로 떠낼 채비를 하는 이들도 좋다. 아니, 도쿄와 자신의 삶이 무관하다 해도 좋다. 성별, 나이, 직업, 국적을 막론한 다양한 사람들의 일본생활기를 통해 현지 생활에 대한 ‘살아있는 지식’과 만날 수 있고 그들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통해 작지만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고, 도쿄라는 도시에서 저마다의 꿈과 열정을 품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스무 명의 친구들의 모습을 통해 구석구석 감추어두었던 ‘용기’라는 단어까지 떠올릴 수 있으니 말이다.  
인터뷰에 더해 500여장에 달하는 풍부한 사진도 볼거리다. 현지의 생활상과 도쿄의 풍경들이 책 속에 펼쳐져 마치 현지를 방문한 듯 생생함이 전해지니 그네들의 소소한 일상까지 함께 공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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