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Tour>

마음을 여행하고 돌아온 한 남자의 14통의 편지
교토, 그렇게 시작된 편지

김훈태 저 | 북노마드
정가 13,000원

갓 서른을 넘긴 출판 기획편집자가 어느 날 갑자기 사표를 내고 홀로 교토로 향하는 배에 올랐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태. 스스로를 돌아보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2천 개가 넘는 절과 신사, 작은 강과 나무와 길, 주변의 모든 것이 ‘시간의 층’을 느끼게 해주는 교토, 그 도시에서 철저히 혼자가 되어 자신의 지나온 시간을, 기억을 여행한다. 그리고 그는 교토 생활의 아지트가 되어준 아담하고 한적한 동네 카페 ‘미셸스Michele’s’에 앉아 편지를 쓴다. 지금, 그가 쓴 편지가 우리에게 닿았다.
<교토, 그렇게 시작된 편지>는 철저히 혼자가 되어 ‘도시’가 아니라 ‘마음’을 여행하고 돌아온 한 남자의 회고록이자 짧은 성장소설이면서, 삶이 버거운 사람들의 깊은 고독을 어루만져주는 치유에세이이기도 한 14통의 교토발 편지로 이루어진 독특한 발상의 여행 에세이다.
그 무대가 되는 곳은 일본의 천년 고도 교토. 외로움에 지친 사람들이 자기 안의 외로움을 단련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에서 29박 30일 간 자신과 함께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교토, 그렇게 시작된 편지>는 저자의 사표에서부터 시작된다. 학교를 졸업하고 3년간 회사도 잘 다녔지만 언젠가부터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고 저자는 말한다. 시간이 자신을 비켜가는 듯한 속수무책, 내가 시간을 사는 게 아니라 시간이 나를 사는 듯한 주객전도. 서른의 문턱을 넘어 공공연한 어른이 된 그는 2008년 겨울이 가져온 지금의 우리와 마찬가지로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고 위태롭고 외로웠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여행을 선택했다. 인생의 감각을 회복하기 위해, 진심을 되찾기 위해, 나를 잃지 않으면서 나에게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말이다.
테이블마다 곱게 차려 입은 마네킹들이 혼자 밥 먹으러 온 손님들을 반갑게 맞아주는 오코노미야키 가게, 그윽한 커피와 함께 혼자만의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커피 하우스들, 오로지 길, 길을 걷는 나, 삼나무와 매미소리만이 존재하는 철학의 길 등 ‘인류 문명의 진화란 고독에 익숙해지는 과정’임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교토. 그 도시에서 지은이는 철저히 혼자가 되어 자신의 지나온 시간을, 기억을 여행한다. 그리고 그는 교토 생활의 아지트가 되어준 아담하고 한적한 동네 카페 ‘미셸스Michele’s’에 앉아 편지를 써 내려간다. 
억수로 내린 비 때문에 그 유명한 기요미즈데라까지 가서 본당은 구경도 못하고 돌아왔지만 아주 오랜만에 몹시 자유로웠다는 뜻밖의 이야기,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마냥 강가를 걷다가 지치면 바위에 앉아 검붉어지는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는 심심하지만 여유가 느껴지는 이야기, 채움과 비움을 시적으로 표현해놓은 돌의 정원 료젠인에서 긍정과 부정, 어느 것 하나 하찮지 않음을 깨달았다는 엉뚱한 이야기, 하루 생활비를 우토로 마을에 건네고 자신이 더 큰 위로를 받고 왔다는 감동적인 이야기까지, 마치 독백을 하듯 담담히 써내려간 그의 편지들은 지나치게 무겁거나 가볍지도, 밝거나 어둡지도, 깊거나 얕지도 않고, 적당히 세속적이고 정겹게 남루하다.
한 달의 여행일정을 마치고 서울로 떠나는 날 저자는 가방에 넣어온 여행 가이드북을 펼쳐보았다. 가본 곳보다 가보지 않은 곳이 훨씬 더 많았다. 그러나 그는 다음번 여행을 위해 그곳들을 보지 않은 채로 남겨둔 것을, 사시사철 풍경을 달리하는 교토의 아주 작은 모습만을 보고 떠나게 된 것을 도리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다시 떠날 수 있는 내일을 허락하는 일이 될 테니까 말이다.
<교토, 그렇게 시작된 편지>는 여행의 안내판 역할은 하지 못한다. 애초부터 그럴 의도조차 없다. 식상한 여행안내를 줄줄이 읽어내려가기 보단 저자의 감성과 오버랩되는 교토의 풍경을 넌지시 전해준다. 지나온 시간을 다독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여행을 준비하는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은 올 겨울 가장 따뜻한 위로이자 희망의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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