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Tour>

자전거 뒤에 태운 일본여행
재팬 로드 스토리

박세욱 저 | 창우books
정가 13,000원

자전거를 타고 여행지를 도는 바이크투어는 이미 친숙하다. 버스나 승용차에 자전거를 싣고, 아니면 좀 더 용기를 내 자전거만으로 일주하는 이도 적지 않을 만큼 여행지에 동화되어 즐기는 바이크투어는 땀이 배어있는 투어인 만큼 영원히 뇌리 속에 남는 추억을 만든다.
헌데 그 바이크투어의 무대가 일본이란다. 아무리 고환율에 지갑이 얇다 해도, 아니 아무리 열정과 패기가 있다 해도 말도 통하지 않는 일본에서 자전거 한 대를 가지고 ‘일주’라는 무모한 도전에 나섰다는데 이 이야기에 흥미를 갖지 않는 이는 없을 것이다. 
헝그리정신 하나로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전국일주를 다룬 <재팬 로드 스토리>는 저자 박세욱이 지갑에 달랑 6만 엔을 들고 일본의 최남단 후쿠오카에서 북쪽 끝의 홋카이도의 소우야 미사키까지 약 3000Km를 자전거로 여행한 투혼의 여행기를 담은 색다른 여행서. 도쿄 여행의 3일 정도의 여비에 지나지 않는 6만 엔을 가지고 일본일주를 했으니 젊음이 가진 무모함과 그 용기의 비결, 그리고 그 여정 속 이야기를 엿보고 싶은 것도 당연한 이치다.
그도 그럴것이 누구든지 현재의 일상생활을 벗어나 자전거 한대로 가까운 곳이든 아니면 먼 나라든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상상을 언젠가는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일. 저자는 이를 과감히 실천에 옮겼고 독자들은 그의 고생담을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재팬 로드 스토리>는 일본 자전거 전국일주라는 테마가 말해주듯 우리의 기대를 긍정적인 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땀범벅이되고, 태풍속에 질주하고, 배고프고, 거리에서 노숙하고, 여행지에서 만난 이들과의 유쾌한 우정담까지, 독자들이 나와 주었으면 하는 기대대로 저자는 확실히 망가져준다.
배를 타고 후쿠오카항에 내려 시작된 여행은 규슈 중심 구마모토의 세계최대급 칼데라인 아소화산을 넘어 규슈의 경계를 넘어 시코쿠, 간사이, 후지산의 고향 시즈오카, 축제의 고장 도호쿠의 아키타를 타고 최북단 홋카이도까지 이른다. 어느 정도 일본여행을 안다 하는 이들이라면 이 코스를 자전거로 일주했다는 사실에 혀를 내두를 만도 하다. <재팬 로드 스토리>의 재미는 바로 이것이다. 여행가이드가 편하게 관광명소를 집어주고 보다 편안히 즐기려면 이렇게 하라고 조언하는 것이 아니라 생계형(?) 여행의 원형을 보여주기에 그동안 봐왔던 여행안내서의 범주를 넘어서 색다른 시선을 마련했다. 마치 최근 TV에서 볼 수 있는 고생담을 담을 버라이어티 방송을 보듯 유쾌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배고파 쓰러지것다! 슈퍼를 못 만나 계속 참다가 큰 슈퍼를 만났다. (중략)여행 시작 이후 처음으로 고기를 산다고 한다. (중략)식빵은 가면서 계속 뜯어먹는데 꿀맛이다. 이날 ‘식빵의 재발견’이후로 질리도록 식빵을 먹었다」(본문 중에서)
이처럼 단돈 6만 엔을 쥐고 일본을 일주해야하는 절박함이 이 책 곳곳에 그대로 배어난다. 저자는 너무나 힘들고 멈추고 싶은 심정이었겠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이런 헝그리한 고생담 에피소드에 책을 멈출 수가 없는 것이다.  
자전거여행이기에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각 지역별 에피소드도 <재팬 로드 스토리>의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자전거를 타고 그 높은 구마모토 아소화산과 후지산 일주에 나선 대목이나, 태풍에 휩싸여 발이 묶여 주저앉을 수 밖에 없는 사연, 그리고 저자와 마찬가지로 자전거를 타고 일본을 일주하는 바이크 라이더들과의 소소한 에피소드들은 일본을 한번 즐겨봤던 이라면 더욱 더 생생하게 그 여정의 감정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재팬 로드 스토리>는 저자처럼 자전거를 타고 일본을 일주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저자는 남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여행지를 바라볼 것을 주문한다. 차를 타고 스치듯 지나가는 풍경이 아니라 걷거나 자전거를 타며 여행지의 앞면만이 아닌 골목골목까지 여행지의 앞·뒤를 모두 즐기라는 뜻일 지도 모른다. 혹, 마음속에 열정이라는 단어를 아직 남아있다면 <재팬 로드 스토리>의 속편을 당신의 도전으로 이어가 봐도 좋지 않을까. 

ⓒ일본관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기사입력:2008.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