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이야기’ 중독자의 기발한 도쿄 여행기
도쿄만담

 

정숙영 저 | 중앙books
정가 13,000원

 

<꽃보다 남자>, <노다메 칸타빌레>,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잊을 수 없는 드라마·만화·영화 속 이야기로 도쿄를 맛보고 느끼고 즐긴다. 꿈같은 이야기 같지만 도쿄는 이 이야기들의 무대이니 도쿄를 바라보는 시선을 내 스타일로 바꾸는 순간 새로운 도쿄가 펼쳐진다. 이 책<도쿄만담>도 바로 이런 색다른 시선으로 도쿄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도쿄를 여행하는 방법은 많고, 사람들은 저마다 떠난 도쿄여행에서 진한 추억을 가슴에 남긴다. 자칭 ‘문자 중독에 이야기 중독자’라는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이 열렬히 좋아하는 일본의 드라마, 만화, 영화 속 이야기를 도구 삼아 도쿄를 여행하기로 한다.
남들 다 가는 관광지 대신 가슴 콩닥거리며 즐겨 보았던 드라마의 배경지를 찾고, 가이드북에 나온 추천 음식점 대신 일본의 <식객>이라 불리우는 만화<맛의 달인>에 나온 일본 전통 요리나 드라마 <런치의 여왕>에 등장했던 메뉴를 맛보고, 비싸기 이를 데 없는 명품 거리 대신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걷던 소박한 거리에, 관광객으로 붐비는 명소에 가는 대신 개그만화 <이나중 탁구부>에 나온 판다카를 찾아 도시를 헤맨다. TV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만난 지나치는 도쿄가 아닌 도쿄의 실제 이미지를 찾아 도쿄 한 복판을 어슬렁거리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남다른 도쿄 여행을 시도한 것이다.
<도쿄만담>은 이처럼 대중문화를 통해 친근하면서도 접근하기 쉽지 않은 도쿄의 일면을 저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스물 두 편의 이야기로 발견하고 체험하여 쓴 독특한 여행기이자 ‘스토리’와 ‘여행담’이 결합된 새로운 형식의 여행에세이이다. 
취재 여행이든 개인적으로 떠난 여행이든, 이 책의 저자가 도쿄를 여행한 시간은 총 140일. 짧지 않은 시간, 켜켜이 쌓은 그의 여행담 속에는 ‘일드(일본 드라마)’처럼 톡톡 튀고 ‘영화’처럼 드라마틱한 네버엔딩 도쿄 스토리가 감각적인 사진과 함께 생생하게 담겨 있다.
공통의 화제는 책에 실린 스물 두 편의 텍스트. 순탄치 많은 않은 진짜 여행자스러운 에피소드들은 이 책을 동감하면서 읽을 수 있는 스파이스가 된다.
어렵게 찾아간 <노다메 칸타빌레>의 주인공인 치아키네 학교에서는 ‘일반인 출입 금지’라는 명목 하에 방문을 거절당하고, 힘겹게 얻어낸 취재 허락 끝에 누워본 치아키의 그 벤치는 결국 치아키 벤치가 아닌 상황이 펼쳐진다. 드라마 <타이거 앤 드래곤>에 깊은 감흥을 받아 라쿠고(落語:일본 전통 만담의 일종)를 보기 위해 어렵사리 혼다극장에 가지만, 결국은 별 말 알아듣지 못하고 돌아나온 에피소드 등, 실제 여행자다운 아마추어리즘에 현실감과 재미는 배가된다. 
드라마틱한 여행기는 때문에 즐겁다. 도쿄의 낯설지만 매력적인 풍경과 반갑게 만날 수 있고, 이야기를 통해 만난 일본 사회와 대중문화를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도쿄에 더해 일본까지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 단순히 드라마 광팬의 견학기라고 평가절하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유쾌한 장르가 단순히 이야기로 끝나면 섭섭하다. 저자를 따라 여행할 수 있도록 모든 여행기 끝에는 해당 지역정보나 숍의 정보 등 여행정보들을 간단히 담고 있어 가이드북 본연의 배려 또한 잊지 않는다.
조금은 다른 관점으로 도쿄를 즐기고 싶은 사람, 색다른 도쿄 여행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도쿄만담>은 분명 도쿄의 속살을 알려주는 기발한 안내서로의 역할에 적임자라 하겠다.

 

ⓒ일본관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기사입력:2009.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