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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간 역사적 고리가 숨어 있는 곳, 규슈에서 두 나라의 ‘끈’을 찾다”

이 책 <규슈에서 일주일을>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쇼핑을 즐기고 유명한 관광지를 보려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다. 다만 무관심 속에 잊힌 역사를 기억하고 많은 사람이 곳곳에서 흘린 눈물을 잊지 않으려는 독자들에게는 작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이 책은 그 긴 여정을 위한 첫걸음이다. 
저자는 두 나라가 얽힌 역사의 현장을 걷고 그 ‘끈’을 생각하는 여행자이다. 역사학자가 아닌 일반인의 눈으로 보고 느낀 역사 이야기와 잔잔한 감동이 독자들을 어렵지 않게 역사의 현장으로 이끌 것이다. 저자는 한일 간의 ‘끈’을 찾는 여행을 하면서 숱한 슬픔을 만난다. 해결되지 못한 역사의 현장에서 묵직한 분노를 느끼기도 하고 깊은 슬픔으로 눈물을 흘린다. 또 애정을 가지고 한국을 바라보는 일본인을 통해 작은 위로도 받는다. 그들과의 만남에서 두 나라 사이에 흐르는 온기를 느끼기도 한다. 저자는 여행을 통해 아픈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고통받은 분들을 위로해 드리고 싶었지만 자신이 더 큰 위로를 받았다고 고백한다. 
이 여행은 혼자 떠나는 느린 여행이다. 차를 빌려서 빨리 움직이며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보려 하지 않는다. 대중교통으로 느리게 움직이며 그날 볼 수 있는 만큼 천천히 규슈를 돌아본다. 이동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날도 있다. 그런 날은 원 없이 창밖 풍경을 보고 한없이 생각 속에 빠진다. 새로운 발견을 하며 하루하루 여행을 꾸려간 그녀의 홀로 여행이 들여다보인다. 
저자는 오랫동안 일본 전역을 혼자 여행한 홀로 여행 예찬론자. 하지만 여전히 빈틈이 많고 소심하며 겁이 많다고 책을 통해 고백한다. 가고시마의 시골 미야마에서 마을 사람들이 청소하러 가 있다는 말을 믿고 혼자 산길을 올랐다가 아무도 없는 걸 알고 눈물 콧물을 흘리며 뛰어내려오기도 하고, 사가현 아리타의 조선 도공 이삼평 비를 찾아 아무도 없는 언덕을 오르다가 끝이 보이지 않아 불안해하기도 한다. 여행 예찬론자이면서도 보통의 어설픈 여행자와 같이 좌충우돌하니 <규슈에서 일주일을> 읽는 독자는 이내 저자의 여행기에 이미 행동이 이입되고 만다.  
사실 대게의 여행이라는 것이 가이드북의 안내에 맡기는 것이  편할지도 모르며, 더불어 더 큰 즐거움을 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는 모든 것에서 벗어나 역사든, 음식이든, 영화든 하나의 테마로 며칠을 보내는 여행이 특별함을 더한다고 제안한다. 이 책을 통해 저자의 여행을 들여다보자. 마음이 움직이면 그녀의 걸음을 따라 길을 나서 보아도 좋을 것이다. 오래 생각하고 천천히 걸으며 내면의 에너지를 채우자. 당신의 여행에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무엇보다 여행이 가지는 원초적 가치를 이 책 <규슈에서 일주일을>에서 만날 수 있다. 역사와 만나는 반가움과 그리움에 더해, ‘윤동주의 시를 읽는 모임’에서 만난 따뜻한 사람들과의 우정, 무너진 잔재 위에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새로운 관계를 쌓아가자던 구마모토의 요시카와씨, 인정이 넘치는 도모코 아주머니, 인생의 존엄과 나이의 품위를 가르쳐 준 다카다씨, 한국에 넘치는 호의를 가지고 있던 남향촌의 다로 할아버지, 이들과 짧은 시간 깊은 우정을 나눈 이야기는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한국과 일본의 역사 공통문모를 가진 규슈의 진정한 매력일 것이다.  
<규슈에서 일주일을>이 말하는 여행은 혼자 떠나는 역사 여행의 의미로도, 재충전의 의미로도, 도심을 떠나 깊은 시골을 걷는 의미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쇼핑보다 재미있고, 음식보다 감동적인 그녀의 여행, 이제 우리가 빠져들 차례다. / 최미혜 저 | gasse(가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