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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인 도쿄
일드에 빠진 그녀, 드라마 속을 누비다

 

조수현 저 | 황소자리
정가 14,000원

 

드라마의 힘은 강하다. 한류드라마에 취해 한류스타들의 스케줄을 쫓는 일본 아주머니 팬들이 이 논제를 증명한다. 그녀들에게 드라마 촬영지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감동을 받은 스토리의 무대를 직접 확인하고 그 감동을 이어가려고 그 ‘장소’에 새로운 의미와 추억을 덧붙여 각별한 매개체로 자리매김 시키기 때문이다.
여기 한국에 오는 일본 여성들처럼,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과 행복을 맘껏 즐기며 일본 드라마 현장을 누빈 이가 있다. <드라마 인 도쿄>는 일본 드라마와 아이돌 스타에 빠진 저자가 찾아다닌 도쿄 드라마 촬영지 이야기를 담은 도쿄의 틈새 여행기다.   
좋아하는 드라마와 스타들의 흔적을 더듬어가는 테마여행은 이미 우리에게 친숙해진 도쿄에 색다른 의미와 즐거움을 불어넣는다. 뻔한 관광명소들의 뒷골목에 숨어있는 아는 사람들만이 즐길 수 있는 묘한 카타르시스와 생소한 드라마 현장에 가기 위해 고생을 사는 저자의 수다와 푸념이 여행과 문화라는 장르를 공유시키며 도쿄를 찾을 예비 여행자들의 호기심을 낚아댄다.
<드라마 인 도쿄>의 탄생은 스타일리스트 출신으로 일본 유학길에도 올랐던 저자의 도쿄 드라마 투어를 위한 자신을 위한 가이드북에서 출발했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찾고 싶은 촬영지를 골랐지만 저자에게 들어온 정보는 한 두 곳에 불과했고 일본 드라마에 대한 열정과 절박함은 결국 <드라마 인 도쿄>라는 예상치 못한 큰 결과물로 귀결되고 말았다. 
사전 조사를 대강 마치고 떠난 몇 달 간의 도쿄 여행은 그야말로 ‘삽질의 연속’이었다고 저자는 회상한다. 출발하기 전에 아무리 조사를 꼼꼼히 해도 현장의 사정은 예상과 전혀 딴판이기 십상이고, 화면 속 장면과 꼭 맞는 장소를 찾으러 무리해 걷다보니 훈장처럼 온몸에 파스만 늘어났다고 말이다.
<꽃보다 남자>의 주요 무대가 되었던 세이케이 대학교에선 ‘사진촬영 금지’라는 경비 아저씨의 제지를 무릅쓰고 루이와 마키노가 만나곤 했던 비밀 계단 사진을 열심히 찍어갔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다른 학교에서 촬영되었다는 비보에 아쉬움을 삼켜야했고, 기껏 시간 내서 파스타를 먹으러 간 <밤비노>의 식당은 저녁때부터나 영업을 시작한다하여 발길을 돌렸다. <마왕>에 등장했던 터널을 찾겠다고 나섰을 땐 변태 취급을 받으며 쫓겨나는 수모도 당했다.
고생 끝에 마주한 기쁨도 있다. 삼엄한 경비를 뚫고 <고쿠센>의 주인공 양쿠미가 살던 집 대문을 찾아내 환호했고, 인기 쇼 프로그램에 소개된 가게에 가서는 아이돌 스타가 앉았던 자리에 앉아 마니아적인 탄성도 쏟아낸다. <밤비노>의 주인공 ‘반’이 세수를 하던 미카와다이 공원 수돗가에선 화장한 얼굴을 기꺼이 주인공마냥 씻어내며 짜릿함도 맛본다.
<드라마 인 도쿄>엔 이렇듯 총 29개 드라마, 120여 개 촬영지를 누비며 건져낸 이야기보따리가 그대로 담겨있다. 외부인 출입을 꺼리는 곳이 어디이고, 어떤 곳은 화면과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옆에 보이는 것이 진짜이며, 어느 곳은 사람이 많으니 점심때는 피해야 한다는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꺼리도 빠짐없이 챙기기에 수박 겉핥는 주변의 가이드북과는 존재감을 확실히 달리한다.   
저자가 이토록 고생을 대신해 주었으니 독자는 그 열매를 가벼이 즐기면 그뿐이다. 자신과 같은 것을 좋아하는 이들이 고생 없이 즐겁게 다녀오길 바라는 마음에 촬영지에 찾아가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고, 책 속의 사진도 TV화면과 가장 흡사한 앵글로 담으려 애썼다.
여행안내서로서의 역할도 잊지 않는다. 인기 쇼 프로그램에 등장했던 진짜 맛집들과 도쿄 시내 방송국, 아이돌 스타 관련 물품과 캐릭터 상품을 살 수 있는 숍까지 빼곡히 채워 넣었다. 너무나 좋아해 몇 번이고 돌려봤던 일본드라마. 그 주인공들이 울고 웃던 장소에 자신의 추억을 보태는 특별한 기회가 <드라마 인 도쿄>에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 도쿄 여행 마니아든 일본 드라마 마니아든 이 책을 멀리 할 수 없는 이유가 된다.  

 

ⓒ일본관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기사입력:201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