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Tour>도쿄 로망 산뽀

유종국 | 디자인 하우스
정가 : 12,000원

이 도시를 만들어가는 것은 결국 우리의 생각과 행동이라는 점에서 ‘도쿄’라는 이웃 도시의 이야기는 도쿄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은 물론,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도 흥미를 자아내는 주제이다. 자기 자신을 만나고 돌아볼 수 있는 지름길은 자신의 방과 자신이 사는 마을을 잠시라도 떠나보는 것이라고 했던가? 이 책에는 일본 현지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문화기획가로 십 수 년을 살아온 저자 나름의 ‘일본’ 그리고 ‘도쿄’라는 이웃 도시에 대한 기억과 생각의 편린들이 담겨 있다. 하여, <도쿄 로망 산뽀>는 우리가 가진 ‘문화적 다양성’의 일면을 한번 되짚어보자는 의미에서 쓴 지극히 주관적인, 그리고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도쿄 기행서’이다. 우리와 비슷하기도 하고, 또 상당 부분 다르기도 한 일본인들의 문화나 살아가는 모습을 도쿄를 돌아보면서 그냥 있는 그대로 바라본 기록이 담겨있다.
일본여행서에 있어 한정된 지역을 다루는 여행서는 극단적으로 평이 나뉜다. 너무 문학적 관점에 치우쳐 여행서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아무런 정보도 전달하지 않은 채 자신의 감흥에 취한 이야기만 하는 경우도 있으며, 반대로 너무 상업성에 치우친 나머지 단순히 광고판의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책들도 있다.
독자들에게 있어서도 이런 고민은 마찬가지겠지만, ‘도쿄 로망 산뽀’라면 위와 같은 극단적인 불안은 제쳐두어도 좋을 듯하다. 
도쿄만큼 볼거리도 유명 관광지도 많은 곳도 드물지만 반대로 획일적인 여행이 되기 쉬운 곳 중에 대표적인 곳도 바로 도쿄다. 마치 가전제품의 매뉴얼을 읽어가듯이 모두 한 가지 패턴으로 남들이 다 본 단물 빠진 관광지만 돌아볼 수밖에 없는 것이 외국인관광객으로서의 한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이라면 남들과는 다른 도쿄에서 남들과는 다른 이야기꺼리를 만들어 올 수 있다. 도쿄에서 오래 생활해본 이들이라도 ‘정말 이런 것이 있나?’하고 느낄 만큼 보이지 않는 숨은 보물들이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시부야의 운치 있는 음악감상실인 ‘라이온’이 그렇고, 항상 봐왔던 도심 속 공원인 ‘요요기공원’도 이 책에서라면 색다른 시각으로 만나볼 수 있다.
단순히 여행지뿐만이 아니다. 일상의 정보수집능력으로는 접근하기 힘든 거리의 아티스트에서부터 패션디자이너, 그래픽 디자이너 등 도쿄의 매력을 뒷받침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도 문화적 관점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다.
마치 도쿄를 찾는 한국인을 위한 책이라기보다는 일본에 사는 이들을 위한 책이라도 해도 될 만큼 독특한 아이템의 선정은 다른 식상한 여행서와는 구별되는 이 책만의 매력이다.
때문에 처음 도쿄를 찾는 이들보다는 도쿄의 또 다른 매력에 빠져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더욱 어울린다.
도쿄가 식상해 질대로 식상해진 이들이라면 <도쿄 로망 산뽀>를 통해 저자만이 알고 있는 아지트를 훔쳐보며 다음 여행을 위한 코스를 준비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일본관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기사입력:2007.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