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Tour>핸드폰으로 담아 낸 도쿄, 그 일상의 세포 
케이타이 도쿄

안수연 著 | 대숲바람
정가 : 12,000원

전통의 가치와 첨단의 가치가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 도쿄. 주류의 감성과 함께 비주류의 감성도, 트렌디한 취향과 함께 아웃사이더의 취향도 함께 담고 있는 이채로운 공간이다.
이러한 도쿄를 카레라에 담는다. 그것도 조악한 화질의 휴대폰 카메라로 말이다. 까마귀처럼 까악까악 대는 샐러리맨들, 한 손엔 핸드폰을 한 손엔 담배를 들고 있는 도쿄의 여자들, 45도쯤 비켜 앉아 밥을 먹는 사람들, 도쿄 사람들의 생활공간인 카페, 시이나 링고의 이세탄 블루, 각양각색의 책들이 진열된 서점 등 일상의 시선으로 바라본 도쿄가 여기에 있다.
사진 찍는 일에 마음이 빼앗겨 10년 동안 밥 벌어 먹여 준 카피라이터 생활을 접고, 매일매일 사진을 찍으며 살고 싶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간 저자가 24시간을 도쿄사람들 속에 섞여 사진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느끼고 경험하고 알게 된 것들에 대한 성찰을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을 곁들여 일기처럼 가볍게 담았다.
지하철, 공원, 골목, 길, 신주쿠, 미술관 등지에서 마주친 도쿄사람들의 삶과 문화 혹은 공간과 시간 속에 숨겨진 묵직한 비밀들을 날카롭고 통찰력 있게, 더불어 무겁지 않게 풀어내고 있다.
책의 제목이기도한 케이타이는 일본어로 휴대폰을 이르는 말. 언뜻 보면 조잡하기도 하고 평범하기 그지없는 휴대폰 사진과 저자가 도쿄에서 느낀 일상이 일기처럼 책의 마지막까지 가득 찬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케이타이 도쿄’는 여행서는 아니다. 아니 여행서로서의 기능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행가이드북처럼 기대감을 부풀게 하고 여행자를 들뜨게 할 어떠한 내용도 책에는 없다. 도쿄여행자에게 꼭 필요한 여행코스나 관광 지도는 커녕, 한번쯤은 잡지에서 봤을법한 도쿄의 인기 관광명소 조차 들어있지 않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여행코스로 눈독을 들일만한 꺼리를 찾기조차 힘들다. 
그와는 반대로 여행자의 눈으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공간은 ‘케이타이 도쿄’ 안내 살아 숨 쉰다.
지하철에서 만난 할머니, 도쿄 도심을 장식하는 까마귀, 서점에서의 일상, 다다미방의 풀냄새 등 일상 아닌 일상은 도쿄를 알고 싶은 이에게는 색다른 호기심을 선사하고 있다.
저자가 카피라이터 출신이라는 것과 현재 사진을 공부하고 있다는 배경지식이 말해주듯, ‘케이타이 도쿄’는 글과 사진에 있어 무척이나 감각적이다. 지극히 일상을 담은 소소한 에피소드도 10년 경력의 카피라이터의 손을 거치면서 사치스러울 만큼 구미를 당기는 일상으로 바뀌고, 오토포커스 기능도 없이 채 200만 화소도 되지 않는 조잡한 휴대폰 카메라로 찍은 도쿄의 일상 역시 평범하지 않게 글과 함께 잘 녹아든다.
실제 도쿄여행에서 큰 정보력이 되지 못하는 에세이지만 도쿄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또는 일본인과 일본문화에 대한 가벼운 이해를 원하는 이들이라면, 더불어 기존의 도쿄 관련 여행서나 일본 문화 에세이와는 다른 느낌의 책을 찾는 이들에게는 도쿄를 바라보는 전혀 다른 시선을 ‘케이타이 도쿄’는 선사하고 있다.
항상 화려한 풀 컬러의 과장과 설정으로 만들어진 도쿄가 너무나도 솔직한 휴대폰카메라로 투영되는 모습은 이미 도쿄를 즐긴 이들에게 있어서도 도쿄의 숨은 모습을 재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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