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에 의한, 마니아를 위한 도쿄의 문화 뒷골목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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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악 Tokyo

남창훈 | 시공사
정가 : 14,500원


우리가 여행을 떠남에 있어 목적으로 하는 것은 무엇일까? 여유, 새로움, 설렘 등 다양한 감정이 맴돌지만 그곳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희소성 또한 우리가 여행에 나서는 작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그러한 의미에서 일본의 도쿄는 다양성을 토대로 다양한 문화가 발생되고 그것이 세계로 전파되는 발신기지로서의 모습까지 가지고 있는 의미 있는 장소이다. 일상적인 패션이나 첨단기술도 그렇지만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다소 비일상적인 것에 있어서는 더욱 큰 영향력을 가진 것 또한 도쿄의 또 다른 모습이다.
일본의 대중문화 마니아들에게 있어서 도쿄는 어떤 의미일까? 세계 제일을 자랑하는 게임과 만화, 애니메이션 시장으로서 도쿄 도심을 가득 메우고 있는 숍들과 하라주쿠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코스츔플레이어(만화속 캐릭터의 의복 및 캐릭터성을 똑같이 재현하여 표현하는 것을 취미로 하는 이들)의 지극히 일상다반사적인 모습은 마치 마니아들의 해방구와 같은 느낌마저 전해준다.
이 책은 지은이의 프로필에서 볼 수 있듯이 마니아임을 자부하는 이의 눈을 통해 마니아를 위한 도쿄의 마니아 지도를 펼쳐놓고 있다. 아키하바라의 인기 피규어숍을 자세한 약도와 사진을 통해 소개하고, 좋은 게임소프트웨어 숍이 어디인지, 만화책을 사려면 어디를 가야하는지, 그리고 ‘메이드카페’와 같은 마니아로서 알아야할 최근의 일본의 최신 마니아정보까지 빼놓지 않고 소개한다. 말 그대로 게임과 애니메이션 등 마니아를 위한 도쿄여행매뉴얼인 셈이다. 
마니아들의 천국인 아키하바라는 이 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하이라이트 부분. 전자상가와 컴퓨터 등 첨단기술의 메카로 군림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만화ㆍ게임ㆍ장난감 등 오타쿠문화(마니아문화)의 발상지로서 변색 아닌 변색을 거치고, 도쿄 주변도시와 교통노선이 확대되면서 도쿄의 또 다른 관문으로, 연일 고층 빌딩이 솟아오르는 도쿄의 신흥 경제지로 변모하며 새로운 트랜드를 낳는 곳이 바로 지금의 아키하바라다.
메이드카페 역시 아키하바라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테마다. ‘메이드’란 하녀를 뜻하는 말로 메이드카페에서는 만화 속에 등장하는 하녀복을 입은 여종업원들이 커피나 케이크 등을 판매하는 카페를 말한다. 메이드카페가 붐을 타면서 아키하바라 곳곳에서는 자신의 업소를 홍보하는 전단지를 뿌리는 메이드들을 만나는 진귀한 경험도 할 수 있다. 만화에서 막 튀어 나온듯한 종업원들이 무릎을 꿇고 극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페는 최근 일본에서 유행하는 ‘모에’(귀엽다는 의미의 강조형)문화에서 기인한 것으로 그러한 서비스를 통해 현실에서는 찾을 수 없는 마음의 안식을 얻고자하는 일본의 각박함이 반증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이 단연 돋보이는 점은 바로 이러한 마니아들의 세계를 마니아들을 위해 풀어놓는 다는 점이다. 마니아가 아닌 이들을 위해 지루한 일본문화론을 이야기하거나 같이 놀아보자는 유혹이나 설득도 없다. 다른 여행서처럼 잡학사전식의 도쿄이야기나 일부런 멋 부린 여행담 따위 역시 꺼내놓지 않는다. 오직 그들을 위한 친절한 안내와 소개는 마니아라면 도쿄여행에 앞서 이 책을 제일 먼저 품에 안을 것이라는 것에 의문을 달지 않게 한다. 큼직한 사진과 얽매이지 않은 편집 역시 가이드북으로서의 역할에 100% 충실하다.
지극한 마니아가 아니라면 불필요한 노력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을 통해 일본의 마니아문화를 찾아 떠나는 색다른 여행의 기회를 더불어 일본 문화의 단면을 간접적으로 만나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일본관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기사입력:20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