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Tour>비비천사의 도쿄 다이어리

캐릭터 디자이너 서윤희의 일본 캐릭터 & 디자인 여행

서윤희 지음 | 길벗
정가 15,000원

해외여행이 활성화되고 가까운 일본은 젊은이들이 가장 쉽게 찾는 여행지 중 한 곳이 되었다. 하지만 웬만큼 일본을 자주 찾는 사람이 아니라면 짧은 일본 여행에서 일본 문화의 속살을 경험하기보다 신주쿠, 하라주쿠, 시부야 등 도쿄의 번화가들을 순례하는 것으로 일본 여행을 끝마치곤 한다.
서울이 종로와 명동 번화가를 벗어나 거리와 골목으로 파고들수록 더 재밌는 공간이 많아지는 것처럼, 도쿄 역시 거리와 골목마다 색다른 문화와 분위기를 자랑한다. 일본의 도쿄를 떠올리면 유행, 첨단, 도시 같은 상투적인 단어들이 교차하지만 ‘캐릭터’와 ‘디자인’이라는 테마 또한 도쿄가 가진 매력중 하나다. 더욱이 이러한 다양성의 도쿄를 디자이너의 눈으로 바라본 이 책은 그 스타일만으로도 책 속에 색다른 시선의 도쿄가 펼쳐짐을 직감할 수 있다.
지은이 서윤희는 비비천사라는 별명으로 더 알려진 캐릭터 디자이너로 드림위즈와 싸이월드 등에서 웹 캐릭터 디자이너로 활동했고, 전지현의 올챙이 춤으로 유명한 ‘라네즈걸’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저자는 2004년부터 드림위즈의 일본지사에 근무하면서 3년 동안 도쿄에 체류했다. 원래 예쁜 것, 신기한 것, 재미있는 것, 귀여운 것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그녀에게 ‘디자인 강국’ 일본에서 보낸 3년은 횡재나 다름없었다. 주말이나 휴일이면 사진기 하나 달랑 들고 도쿄 시내와 근교를 샅샅이 뒤지며 재미있고 궁금한 것들을 수집하느라 3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몰랐을 정도라고. 때문에 캐릭터 디자이너의 밝은 눈으로 찾아낸 캐릭터와 디자인 강국 일본의 보물 같은 여행지들은 일본적이면서도 세계적인 풍경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앞서 이야기되었듯 지은이는 일본의 캐릭터 디자인 산업에 대해 깊이 공부한 전문가도, 문화 비평가도 아니다. 더욱이 도쿄를 가이딩하는 전문여행작가 또한 아니다. 따라서 이 책에서 일본의 캐릭터 디자인 산업과 대중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논평을 기대하기도, 일상적인 도쿄 가이드북처럼 일일이 코스를 안내하는 가이드북 본연의 모습을 찾기에도 힘들다. 하지만 현업 캐릭터 디자이너의 눈에 비친 도쿄의 풍경은 보통의 일본 가이드북에서 보기 힘든 특별한 느낌을 준다. 전체적으로 가볍고 경쾌한 문장과 디자인 속에서도 디자이너로서 느끼는 일본 사람들의 생활 모습과 풍경에 대한 묘사는 날카롭게 일본 문화의 정곡을 찌르기 때문이다.
도쿄국제전시장에서 치러지는 각종 오타쿠들의 축제에 참석한 저자의 참관기가 그러하고, 도쿄 직장인들의 쉼터 ‘니시오기쿠보’, 예술가가 사랑하는 마을 ‘이즈코겐’, 가난한 청춘들의 동네 ‘코엔지’, 도쿄 멋쟁이들의 아지트 ‘키치죠지’, 에도 시대 도쿄 풍경을 볼 수 있는 ‘카와고에’ 등 지은이가 발품을 팔아 찾아낸 도쿄의 보석 같은 공간들은 단순한 여행자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시선을 선사한다.
더불어, 슬램덩크의 배경이 되었던 ‘가마쿠라’부터 <창가의 토토>의 작가인 치히로를 기념하는 치히로 미술관 등 쉽게 찾아가기 힘든 특별한 여행지까지 수록되어 비슷비슷한 일본 여행에 식상한 사람들이라면 책에 실린 사진만으로도 특별한 도쿄 여행에 동참할 수 있는 것이 이 책만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지은이가 일본의 뒷골목부터 변두리 작은 카페와 선술집까지 휩쓸고 다니면서 찍은 풍부한 사진 자료와 지은이가 직접 그린 캐릭터 일러스트의 안내를 받다 보면 일본에 새롭게 정착하려는 사람, 짧은 일본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 책으로나마 일본을 여행하고픈 사람 모두가 일본 도쿄의 특별한 속살과 만나게 될 것이다.

ⓒ일본관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기사입력:200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