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와 오키나와를 바라보는 마음 속 시선
도키나와 코코로

후지타 사유리 저 | 하서출판사
정가 13,800원

후지타 사유리. TV를 유심히 본 이들이라면 그 이름과 얼굴이 낯설지 않다. KBS〈미녀들의 수다〉의 메인 패널인 일본인 후지타 사유리가 일본 여행 에세이를 들고 독자들을 찾아왔다. 처음부터 당당히 에세이라고 밝힌 만큼 여행에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정보는 담겨져 있지 않다. 반면 일본인이기에 전할 수 있는 담백한 일본의 모습과 마음을 이 책<도키나와 코코로>에 담겨있다고 말한다.  
책의 제목이기도한 ‘도키나와’는 일본을 대표하는 관광지인 도쿄와 오키나와를 합친 엉뚱한 후지타 사유리다운 조어. 그 도키나와에 마음이라는 뜻의 ‘고코로’를 붙여 도심과 자연이라는 극단적인 두 도시 도쿄와 오키나와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일본의 수도이자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도쿄와 시간이 멈춘 듯 태초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오키나와는 대조적이면서도 일본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게 하는 도시들. 도쿄 토박이인 사유리가 전해주는 도쿄의 분주함과 그런 도심에서 해방되어 자연을 탐닉할 수 있는 오키나와에서의 풍류는 콘트라스트 강한 일본의 매력을 그대로 전해준다.
방랑기를 표방하는 에세이인 만큼 책에는 그녀의 소소한 일상들이 이어진다. 보고, 먹고, 입고, 걷고의 반복을 통해 도쿄와 오키나와에서의 일상 아닌 일상을 따라가 볼 수 도 있다.
오키나와만의 특색 있는 요리인 고야참프루의 떫고 쓴맛에 대한 에피소드나 일본인에게 있어서도 그 이름이 낯선 스나크파인, 아테모야 등 오키나와의 과일에 대한 이야기는 이국이라는 오키나와의 분위기를 그대로 대변한다.
사유리가 찾은 도쿄의 서서먹는 우동집도 같은 맥락이다. 아무 말 없이 먹기에만 열중하고 바삐 돌아가는 도쿄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며 도쿄 사람이기에 알 수 있는 차가운 도쿄의 일면을 투영해낸다.  
TV를 통해 그녀의 4차원적인 언어유희를 경험해본 이라면 이 <도키나와 코코로> 역시 이질적이지 않다. TV에서 만나본 그녀의 행동반경이 이 책에 그대로 녹아있으니 웃음을 머금으며 가볍게 읽어 내려갈 수 있으니 말이다. 때때로 토키인형 코스츔으로 지하철을 타거나, 과장된 오타쿠의 모습으로 변신해 아키하바라의 골목을 누비고, 더불어 짙은 화장을 한 갸루족으로 탈바꿈해 시부야를 방황하며 사진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대목은 사유리의 팬이라면 무척이나 반가운 이벤트다. 책 말미에 일본어 응용편에 “내 팬티를 팔아주세요”와 같은 도발적이고 어이없는 일본어 강좌는 더욱더 사유리스러움에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다.
반면 일본여행에 대한 조금의 힌트라도 얻고 싶다며 이 책을 집어든 이라면 그 실망감이 적지 않을 지도 모른다. 저자 사유리다움이 너무 많이 발휘된 탓일까,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이고 자유분방한 그녀의 취향을 끝까지 들어주기 위해 독자는 큰 인내심을 감내해야만 한다. 더구나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후지타 사유리의 개인 사진집을 능가하는 페이스 업 사진들은 그녀의 돌출행동과 그녀의 귀여움에 반한 팬이 아니라면 참기 힘든 고역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이 책이 개성적이다. 일본인이기에 볼 수 있는 도쿄에 대한 시선이나, 일본인에게 있어서도 안식처이자 쉼터인 오키나와를 바라보는 소박한 감정은 이 책이 서두에 밝힌 만큼 에세이이기에 가능한 이야기 보따리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의 상처가 그대로 남아있는 낙원 오키나와의 이면을 훔쳐내거나 화려한 도쿄의 네온에 감추어진 각박하고 외로운 도시를 걸으며 만나는 그녀와 그녀 주변 인물들의 에피소드는 친구의 블로그를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그녀의 일상을 훔쳐보는 듯, 읽는 재미를 선사해 주는 것임에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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