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Tour>

커피향 따라 다시 찾은 간사이 이야기
카페 오사카·교토

임윤정 저 | 황소자리
정가 12,000원

누구에게나 빛나는 순간이 있다. 삶에서 가장 특별하고 행복한 시간. 그때의 기억은 어떤 것이든, 누구의 것이든 그 이야기를 떠올리거나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 켠이 따뜻해진다.
답답한 일상을 버리고 덜컥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떠난 1년간의 일본 여행. 도쿄에서 생활하며 사람 온기가 그리울 때면 늘 들렀던 작은 카페. 좁은 골목을 지나, 나무문을 드르륵 열어젖히면 정성껏 커피를 내리고 있는 마스터와 익숙한 단골손님들이 반겨주던 추억……. 지난 해 <카페 도쿄>를 통해 새로운 감성과 시선으로 도쿄이야기를 풀어내었던 저자가 이번엔 항구 도시 오사카와 일본 전통의 색채를 그대로 간직한 옛 수도 교토로 향했다.
이 책 <카페 오사카·교토>는 <카페 도쿄>의 저자 임윤정이 1년간의 도쿄 생활을 마무리하며 떠났던 카페 기행 이야기다. 찰랑이는 주머니 사정 탓에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고 또 두드려 간신히 떠났던 여행이지만, 유명한 관광지는 뒷전이었다. 메트로폴리스의 이미지로 가득했던 도쿄와는 달리, 거칠지만 정이 넘치는 오사카와 오래된 나무 냄새가 향기로운 교토는 특유의 전통과 매력을 간직하고 있었다. 전작 <카페 도쿄>가 그랬듯, 단순히 눈으로 훑어 취재한 정보가 아닌 저자의 경험과 추억으로 무장한 <카페 오사카·교토>. 책 속에는 마음에 드는 카페에 몇 번씩 찾아가고, 그곳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고, 추억을 만들며 건져 올린 따뜻한 이야기가 가득 숨 쉬고 있다.
오사카는 과거 전쟁 통에 많은 것을 잃어버려, 도쿄나 교토처럼 오랜 전통을 가진 가게가 거의 없다. 카페 붐이 일기 시작한 것은 고작 10년 전이라, 오사카 카페에는 맛의 기준도 평균도 없어 커피 맛도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그만큼 개성 넘치는 가게들로 가득한 곳이 바로 오사카라고 저자는 말한다.
작은 골목 곳곳에는 성과 신사이바시 쇼핑타운으로 대표되는 오사카의 이미지와 전혀 다른 모습들이 꼭꼭 숨어 있었다. 시골 초등학교처럼 생긴 카페 ‘로카리테’를 시작으로 오너가 직접 유럽 벼룩시장에서 구입해온 앤티크 잡화들로 발 디딜 틈 없는 귀여운 갤러리 카페 ‘샤무아’, 오사카의 홍차 박물관 ‘무지카’, 층마다 테마를 달리해 갤러리와 가구 및 잡화를 판매하는 쇼룸 그리고 카페와 사무실이 들어찬 5층짜리 그라프 건물까지, 저자가 오사카에서 연을 만든 이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흥미진진한 카페 순례기는 그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저자만의 추억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그런 추억이 가득한 것은 교토도 마찬가지. 시공을 초월해 옛 일본 거리를 그대로 보존한 기온과 시조 상점가의 거리를 종종걸음으로 스쳐가는 마이코 상, 야사카진자 뒤편의 인력거 인부들, 아름드리 벚나무가 인상적인 공원과 유서 깊은 건물로부터 고색창연한 정취 뒤에 대비되는 교토의 찾집들도 독자의 궁금증을 재촉한다. 직접 키운 유기농 야채로 음식을 만드는 묘한 찻집 ‘로카’와 좀처럼 맛이 입안에서 지워지지 않는 진한 커피의 갤러리 카페 ‘미즈카’, 60년 전통의 ‘이노다 커피’까지 수십 년씩 이어오고 있는 카페들이 역사의 도시 교토의 정서를 그대로 투영시키고 저자 역시 그 투영을 놓치지 않고 독자에게 전한다.
전작 <카페 도쿄>에 비해 조금 더 여행서 다운 형태를 갖춘 점도 이채롭다. 본인 역시 여행이라는 카테고리를 통해 오사카와 교토를 즐겼기에 당연히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려는 독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차게 담아냈다. 여행을 떠날 예정이든 아니든, 카페를 즐기든 즐기지 않든 <카페 오사카·교토>는 여행 속 소박한 판타지와 설렘을 전해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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