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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일본 시골 여행 West

절대 알려 주고 싶지 않았던, 일본 시골의 맵시를 담은 순박한 여행서

조경자 저 | 테라

 

-뜻하지 않았으나 다시 찾게 된 일본의 시골 마을. 세계유산 딱지나 세계적인 수식어를 찾아보기 힘들며 저녁 무렵이면 변변하게 놀러갈 곳도 없다며 투덜대던 내게 느닷없이, 길 위에서, 누군가 속삭여왔다. (중략) “とまれ!”. “아가씨! 촌스럽게 아등바등 거리지 말고 짧은 인생, 좀 쉬었다 가면 어때?”라는 말로 들렸다. 그 서럽고 아련한 외로움에 유혹 당하여 나는, 어느 시골 골목길에서 걸음을 멈추었다-(머릿말 중에서)

<때때로, 일본 시골 여행 west>는 아주 긴 무단가출을 부추기는 책이다. 교토는 동네방네 소문내고 싶은 여행지였다지만, 일본 시골 마을만큼은 절대 알려 주고 싶지 않았다던 저자는 일본 시골의 맵시를 순박한 여행서로 담아왔다. 전작「때때로, 교토」를 통해서 이미 도쿄와 오사카 등, 거대도시 시티투어에 ‘시큰둥’을 선언했던 저자가 이번에 택한 곳은 일본인들도 잘 모르는 촌동네. 그 시골 마을을 때때로 걸었고, 때때로 내달렸으며, 자연과 함께 느리게 살아야 행복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촌사람들에 둘러싸여 보낸 시간들의 기록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기꺼이 동참한 우동 순례가 시작된 곳으로 명물 사누키우동과 함께 일본 건축의 거장 안도 타다오의 지중미술관을 꼭꼭 숨겨둔 가가와를 시작으로, 하늘 맑은 날 찾으면 바람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일본 최대 모래 언덕 ‘사구’가 자리한 돗토리, 길을 멈추게 한 해바라기밭과 시골 여행의 로망에 불을 지피는 시골 역사가 마음의 시계바늘을 한없이 늦춘 시마네, 시끌벅적한 바닷가 옆 아침 시장에서 팔딱거리는 초밥으로 주린 배를 채워준 야마구치, 히로시마풍 오코노미야키와 히로시마산 명주(名酒)투어로 하루 종일 배를 두드리고 다녔던 히로시마, 버젓이 성업 중인 유바라온천에서의 야외 혼탕욕이란 충격을 안겨준 오카야마, 나츠메 소우세키를 단골로 잡았으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도 슬쩍 등장한 풍정 넘치는 온천 마을의 빗장을 기꺼이 풀어준 에히메까지. 시골 탐닉자인 저자와 시골 탐닉자의 꾐에 빠져 동경하던 도쿄를 버리고 시골 마을을 찾은 그녀들의 이야기가 소심하고 친절하며 리얼한 터치로 그려진다.
이 책에는 그동안 우리가 꿈꾸는 일본 여행의 로망지가 모두 담겨 있다. 어떻게 보면 온천 마을의 휴양 일기이기도 하고, 시골 음식 순례기 같기도 하고, 파랗고 푸른 하늘과 바다를 담은 자연 관찰기이기도 하며, 고생하여 찾아가볼 만한 가치가 있는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떠돈 아트 투어가 되기도 한다. 더욱 즐거운 것은 이렇게 돌아간 곳들이 그저 의미 없는 장소가 아닌 아는 이들만 아는 숨겨진 명소였다는 사실이다. 매력 가득하지만 아직은 낯선 주고쿠지방과 시코쿠의 명소들이 소박한 사진과 글에 어울려 여는 거대 관광지의 명소라 칭해지는 것들보다 가치 높게 여겨진다.
에세이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마냥 작가의 감성과 감상만이 흘러넘치는 이기적인 모습만 담지 않았다. 소개된 330여 곳의 스폿들은 저자가 직접 머물고, 맛보고, 찾은 수 년 간의 기록들로 채웠다. 유명한 관광 스폿은 물론 이 책이 아니면 정보를 얻을 수 없는 스폿들과 일본 문화나 역사도 쉽게 버무려 놓았다. 일본 여관에서 온천탕 이용하는 법이나 유카타 입는 법 등 알아두면 유용한 여행 정보와 간단한 여행 일본어도 곁들여지니  훌륭한 가이드북 노릇까지 톡톡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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