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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진원 저 | 테라

최신 스마트폰보다는 오랜 시간 손에 익어 부드럽고 꼬물꼬물한 연필을 쥐는 것이 더 익숙하고 행복한 ‘디지털 알레르기’를 지닌 저자. 어느 눈 내리는 겨울날, 순백의 홋카이도 여행을 결심하다. 홋카이도의 아름다운 두 도시, 삿포로와 하코다테에는 여전히 덜컹거리는 낡은 노면전차가 달리고 있었기에. 저자는 전차에 몸을 싣고 눈 내리는 홋카이도에 발을 딛었다. 
“홋카이도의 겨울을 겪으며, 나는 왜 자꾸만 사람들이 한겨울에도 이곳으로 여행을 오는지 알 것 같았다. 시린 손 위로 호호 입김을 불면 청량한 공기 틈으로 따스함이 번지는 하얀 겨울, 사람의 온기로 채워진 전차 안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행복한 공간이었다.” (프롤로그 중에서) 
현지인들의 손과 발이 되어 도시를 관통하는 노면전차를 타고 겪은 홋카이도 곳곳에는 사람 사이의 만남과 그 안에서 비롯된 재미난 이야기가 묻어 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서는 만날 수 없는 소박한 사람들과 삼촌 같은 차장님의 얼굴, 그리고 그들이 나누어주는 따뜻한 마음이 있었다. 홍익대학교에서 조각을 전공하고 재치 넘치는 3컷 만화를 그리는 것이 특기인 저자는 그곳에서 겪은 버라이어티한 에피소드와 가슴 훈훈한 이야기를 색연필로 스케치하며, 낭만적인 홋카이도 겨울여행의 생생한 느낌을 책 속에 고스란히 담았다.
이 책 <홋카이도 전차여행>에는 저자가 눈밭을 헤치며 발굴해낸, 이제껏 소개되지 않은 삿포로와 하코다테의 보물 같은 명소와 맛집이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함께 촘촘하게 기록되어 있다. 일본 TV에 방영되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앙증맞은 초콜릿전문점, 노면전차가 그려진 롤 케이크와 쿠키를 파는 양과자점, 먹을거리의 천국인 삿포로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운 뜨끈한 수프 카레는 한적한 주택가 사이에 몰래 숨어 있다. 4차원의 일본 청년을 목격한 홋카이도 토속요리인 양고기구이 칭기즈칸의 절묘한 맛을 선사한 맛집, 험악한 주인아주머니와는 사뭇 다른 꼬치구이 도시락집 등,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객들이 찾기에 부담 없는 캐주얼한 맛집 정보를 비롯하여 ‘세상에 이런 일이’에나 나올법한 신기한 다리, 바다를 사랑하는 하코다테 시민의 나들이 명소 등등의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처음 홋카이도를 찾는 이들은 물론이고, 이미 홋카이도를 즐기고 온 이들에게도 추억을 되새김질하기에 손색이 없다.   
저자만의 남다른 손길을 느낄 수 있는 배려도 반갑다. 단순히 그림이 들어간 아기자기한 여행에세이를 넘어서, 현지에서 직접 들고 다닐 수 있는 가이드북으로서의 역할까지 충실해 해낸다. 
삿포로와 하코다테의 전차노선도는 물론, 책에 소개된 모든 맛집과 명소마다 전차정거장을 기준으로 한 예쁘고 정확한 손 그림 지도를 넣었다. 위성지도를 보는 듯한 딱딱함이 아닌 저자의 정성으로 만든 손 그림이 함께하니 명소를 찾는 일도 한결 수월하고, 시내 상세 지도도 들어 있으니 홋카이도 거리에서 방황할 이유도 없다. 더불어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이 책에 등장한 모든 장소가 표시된 삿포로와 하코다테 전체지도도 더해지니 홋카이도 여행의 든든한 지원군으로서의 역할까지 한다. 
이미 계절은 겨울을 지나 봄의 절정으로 향해가지만 홋카이도 명소들의 계절만 바뀌었을뿐 즐기는 방법에 달라진 것은 없다. 올 봄 홋카이도로 여행을 떠나고픈 이들에겐 물론이요, 1년을 꼬박 기다릴 각오가 되어 있는 여행자들이라면 <홋카이도 전차여행>을 미리 찜해둘 일이다.

ⓒ일본관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기사작성:2012. 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