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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에는 온천 말고도 가볼 곳이 많다?
“우리가 몰랐던 진짜 규슈 이야기”

규슈는 쓰시마(대마도) 다음으로 우리와 가까운 일본이다. 일본을 이루는 큰 섬 네 개 가운데는 가장 가깝다. 그래서 요새는 도쿄나 오사카가 있는 혼슈 지방 말고 규슈를 찾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규슈에서 잘 알려진 곳은 벳푸나 유후인 지역의 온천뿐, 규슈의 역사나 문화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드물었다. 이 책 <규슈 역사 문화 여행>은 규슈를 깊게 이해하며 여행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책은 규슈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여러 명소를 소개하며 규슈를 깊이 있게 즐기는 방법을 제시한다. 규슈의 7개 현을 모두 다루면서 그 현에서 가볼 만한 곳과 그곳에 깃든 역사적 사연, 그곳과 관련된 인물, 최신 여행 루트까지 소개한다. 한마디로 말해 규슈 인문 안내서다.
책에서는 규슈의 7개 현을 하나씩 소개하면서 현의 명소들을 살펴본다. 주요 관광지를 중심으로 온천과 성, 번화가의 정보까지 가득하다. 이 책의 특징은 그렇게 여러 지역을 소개하면서 그곳에 담긴 사연과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관련된 인물들, 역사적 사건들을 많이 다루는데 그러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규슈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다. 백제의 유민들이 정착한 곳이나 임진왜란에서 우리나라를 침략한 장수들과 관련이 있는 곳, 임진왜란 때 끌려간 도공들의 흔적이 남은 곳은 규슈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우리와 밀접하게 연관된 역사의 현장이라는 점을 일깨운다. 
후쿠오카 현 동남쪽에 위치한 ‘다자이후’는 일찍이 규슈의 통치 조직이 있던 곳으로 덴만구 등 관련된 사적이 많아 수많은 사람이 찾는 관광지다. 이곳에는 신라군을 막기 위한 조선식 산성이 있는데, 나당연합군에 패한 백제 유민들이 건너와 이곳 사람들을 지도해 쌓은 것이라고 한다. 또 이마리 거리에서는 임진왜란 때 그곳으로 끌려간 조선인 도공 ‘이삼평’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이삼평 등을 잡아간 왜장 나베시마는 조선인들의 창씨개명을 강행하고 일본인과 혼인하게 함으로써 조선인으로서의 성과 문화를 잃게 만들었다. 반면 가고시마의 영주인 시마즈에게 잡혀간 전라도 출신 도공들은 조선인들끼리만 통혼하면서 현지인과 격리된 채 수백 년을 지냈다. 그래서 가고시마 도공들에게는 조선 문화의 흔적이 더 강하게 남아 있다고 설명한다. 
이 외에도 우리가 잘 몰랐던 일본 현대사 인물들과 규슈의 연관성을 알아보는 부분도 흥미롭다. 사이고 다카모리는 일본 메이지 유신을 이끈 3걸 가운데 하나다. 그는 말년에 고향인 가고시마에서 자신의 영향력 아래 있던 사학교 학생들이 궐기한 세이난전쟁이 일어나자 군대를 지휘하며 선봉에 섰으나 실패해 자결하고 만다. 그는 결과적으로 반란에 실패한 장수이지만 일본에서는 재평가되어 명예가 회복된 인물이며, 가고시마에서는 그를 기리는 여러 유적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내력을 자세히 설명해 규슈를 처음 찾는 독자도 그곳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의 저자인 유일상 교수는 건국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장과 한국언론법학회 회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선거방송 토론위원장을 역임한 언론계의 원로다. 현재는 현역에서 은퇴해 건국대학교 명예교수로 있으며, 여행 전문 저널리스트로서 여행 전문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유일상 교수는 언론의 역사를 연구하며 일본 기리스탄(천주교도) 선교 과정에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그 일을 계기로 수십 번 규슈를 방문하며 규슈의 명소를 둘러보는 것은 물론, 규슈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정리하며 이 책을 출간했다. 
유일상 교수는 이 책에서 여행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자고 충고한다. 요새는 세계 어디든 여행을 다니기 쉬워졌지만 정작 여행에서 얻는 것은 멋진 풍경이나 색다른 먹거리인 경우가 많다. 물론 그런 여행에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목적을 가지고 여행을 한다면 인생의 방향을 다시 정할 수도 있다. 그것이 그가 제안하는 여행의 진정한 역할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일상 교수는 규슈를 돌아보며 규슈의 역사를 살펴보고, 거기에서 우리가 되새길 만한 점들을 찾아 보여준다. 그곳에는 우리가 침략을 당한 아픈 역사도 있고, 일본과 우리가 교류하며 문화를 만들어간 흔적도 있다. 규슈라는 곳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전통과 풍경도 있으며 우리가 보고 배워야 할 모습도 있다.
규슈는 훌륭한 여행지이고 온천 여행을 하기 좋은 곳이지만 알고 보면 숨겨진 매력도 많은 곳이다. <규슈 역사 문화 기행>은 깊이 있게 규슈를 여행하고 싶은 이들에게 꼭 맞는 친절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 유일상 저·스토리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