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만화·애니메이션·캐릭터를 따라가는 일본 컬처 트래블

만화 공화국 일본 여행기

박인하 저 | 랜덤하우스코리아
정가 13,800원

 

일본여행이 활발해지면서 가이드북식의 단순한 관광보다는 좀 더 일본을 알고 그들의 문화, 생활을 탐닉하고 싶은 여행자가 급증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계층을 폭넓게 마니아라고 부른다. 초보 단순 여행자에서 벗어나 하나의 주제로 자신만의 즐길거리를 찾으니 단편적이고 보편적인 여행기가 이들 눈에 찰 리가 없다. 컬처트래블을 지향하는 <만화공화국 일본여행기>는 바로 이런 의문에 답하는 책 중 하나다.
제목에서 대강의 느낌이 전해지듯 <만화공화국 일본여행기>는 일본의 서브컬처인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테마파크 등을 통해 일본의 정서와 역사, 문화를 이해하고자 하는 바탕에 그것들을 토대로 여행지를 소개하는 책이다.
만화를 하급 문화의 장르로 각하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일본에서의 만화는 그 위상이 남다르다. 일본에서 만화란 그들의 문화를 담고 이해하고 해석하고 전달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영향력 또한 그 어떤 문화장르보다 크고 강하다. 이 시대를 말하는 일본의 문화현상이니 일본이 가진 역사나 전통과 같은 범주의 그것들과 비교해 전혀 손색없는 일본만의 색과 맛을 표출해내는 걸출한 아이템이다.
<만화공화국 일본여행기>에는 가이드북에 나와 있는 가보고 싶은 곳, 궁금한 곳에 대한 지도나 찾아가는 방법 등의 정보는 담고 있지 않다. 대신 일본의 대중문화, 의식을 엿볼 수 있는 그들의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테마파크를 통해 그들의 잠재된 의식부터 문화, 생활, 여행을 그대로 담아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담겨져 있는 일본인의 생각, 배경이 되는 여행 장소와 골목 등을 돌아 그들의 생각을 담아내니, 만화의 원작과 세계를 이해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읽는 재미 또한 남다르다.
즐거움의 포인트는 단연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된 일본여행지를 알려주고 만화줄거리와 관련하여 색다른 시각에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구성력이다. 만화 작품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배경이 된 오사카성을 비롯하여, <용>의 신세카이 거리, 국내에도 무수히 많은 팬을 거느린 <20세기 소년>의 만박기념공원이나 <이웃의 토토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 등장한 메이지진구 등 만화 속에 등장하는 배경들을 관광지나 명소로서가 아닌 만화 속 시선을 통해 읊어낸다. 원작을 모르는 이라면 새로운 시선에 반갑고, 원작을 아는 이에겐 작품을 상기시키고 작품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니 지겹울만도 한 오사카성에 대한 설명이 반대로 반갑고 새롭게 다가온다. 
일본인들이 열광하는 다양한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미키마우스, 키티, 포켓몬 등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캐릭터와 상점들, 그리고 이들이 주인공이 되는 일본의 테마파크에 대한 이야기는 일본사회에 있어 만화와 캐릭터가 가진 시장의 가치를 다시금 상기시키게 한다.
만화나 캐릭터에 무지해도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검담 프라모델을 뜻하는 건프라나 구체관절인형, 피겨 등 장난감 캐릭터에 대한 정의부터 역사, 판매점포들까지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으니 새로운 문화와의 조우도 더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일본여행의 핵심은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다. 짧은 일정으로 꼭 둘러봐야 할 곳만 타이트하게 보여주고 알려주는 패스트푸드와 같은 가이드북에 싫증난 이들이라면, 더불어 일본문화에 뿌리 깊게 파고들어 있는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라는 장르를 이해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만화공화국 일본여행기>은 좋은 해설서이자 안내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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