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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미처 몰랐던 불교의 나라 일본 이야기"

이웃 나라 일본에는 18만의 불교 승려와 8천만의 신도가 있으며, 7만 5천 개의 사찰이 도회와 산속 여기저기에 산재해 있다. 대충 숫자만 놓고 보더라도 우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흔히 일본을 신도(神道)의 나라라고 생각하지만, 신도 못지않게 일본인들의 일상과 세계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종교가 바로 불교다. 하루하루의 삶을 신사나 신도에 의지하고 있다면, 내세를 비롯한 인생 전체의 문제에 대해서는 불교에 크게 의지하고 있는 것이 일본인들의 특징이다. 불교 신자가 아닌 사람들도 장례식이나 제사는 대부분 불교식을 따르고 있으며, 일본이 세계에 자랑하는 다도, 화도(꽃꽂이), 향도 등의 전통문화는 모두 불교(선종)의 영향력 하에 형성되고 발전된 것이다. 일본 문화의 뿌리가 불교에 있다는 얘기고, 이는 오늘날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역사적으로 일본은 한반도를 통해 처음 불교를 받아들였고, 이후 중국 대륙과 직접 교통하며 이를 발전시키는 한편으로 일본만의 독특한 불교 문화를 창조해냈다. 게다가 일본은 우리나 중국처럼 불교가 크게 탄압을 받거나 역사가 단절된 적이 없었다. 위로는 천황으로부터 아래로는 일반 서민들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에 걸쳐 불교를 숭상하고 믿어 왔으며, 이런 전통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수많은 불교 사찰과 승려, 신도의 존재가 이를 입증한다. 
하지만 일본의 불교는 우리의 그것과는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다. 승려들의 결혼, 사찰의 세습 등이 대표적이다. 의례나 문화, 사찰의 전각이나 불상 등에서도 우리의 그것과 일본의 그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는 종파의 차이는 물론 역사의 차이가 빚은 결과이자, 일본인들의 생활상 및 심미안이 우리의 그것과 다르기 때문이다. 똑같은 부처를 모시지만 많은 면에서 우리와는 다른 일본의 사찰, 그 차이와 다름에서 일본 사찰만의 독특한 매력이 살아난다. 이 책 <요코와 함께 한 일본 사찰 순례>는 이러한 한국과 일본의 불교 및 사찰을 두루 답사한 저자가 일본 사찰의 특징과 매력을 요령 있게 안내하는 길잡이를 자임한다. 
<요코와 함께 한 일본 사찰 순례>의 저자 나카노 요코는 일본에서 나고 자란 일본인이자 누구보다 한국과 한국의 사찰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간사이에 거주하던 요코 씨는 아사히신문 기자인 남편을 따라 도쿄에 거주하게 되면서부터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약 2년 동안 한국의 드라마 등을 통해 한국어를 독학했다. 이후 남편이 서울에 근무하게 되면서 한국에 3년 동안 함께 거주하였으며, 이 시기에 전국의 명찰들을 두루 답사했다. 일본으로 돌아간 뒤에는 한국인 친구들을 위해 일본 사찰을 안내하는 답사 길잡이 역할을 자처하였고, 지인들의 소개로 국내의 불교 전문지인 《현대불교신문》에 글을 연재하기에 이르렀다. 일본인이 한국어로 일본의 사찰을 소개하는 첫 연재였다. 이 책은 그 연재의 결과물을 정리하여 엮은 것이며, 일차로 간사이 지역의 사찰들을 대상으로 그 역사와 문화, 풍광과 유래 등을 자세히 안내하고 있다. 사찰 답사 전문가의 친절한 설명과 아름다운 사진들은 현지에 가보지 않더라도 독자들에게 일본 사찰의 매력을 전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또 있다. 저자 나카노 요코는 한일 양국 국민의 서로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고 책을 통해 역설한다. 왜곡되거나 편파적인 뉴스들이 양국의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는 현실에서 벗어나, 다름과 차이를 존중하고 그 간극을 배려하는 정신을 가질 때 양국의 우정은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특히 한일 양국의 불교와 사찰은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은 면이 많아서 상호 이해와 배려를 체득하기에 가장 좋은 분야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일본의 불교가 잃어버린 것을 한국의 불교가 채워줄 수 있고, 한국의 불교가 가지지 못한 것을 일본의 불교가 보충해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정신이 불교와 사찰을 넘어 보다 많은 분야로 확대될 때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먼 나라인 두 나라 사이에 진정한 이해가 쌓일 수 있을 것이다. 그 첫걸음으로 일본 곳곳에 있는 불교 사찰들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 나카노 요코 저 | 종이와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