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을단풍여행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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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절경에 가을 트레킹, 그리고 일본 서정미까지 가득하네“
일본열도 가을 명작, 도호쿠&호쿠리쿠 단풍 기행

 

 

절정의 계절 가을은 일본여행에 있어서도 절정의 시기다. 일본적 감성과 스케일 다른 단풍의 절경, 그리고 가을이 제격이 트레킹까지 더해지니 일본여행의 명작으로 ‘가을’은 추앙받는다. 절정의 자연은 일본 북단의 도호쿠지방과 호쿠리쿠지방에 연이어 자리한다. 푸르다는 뜻의 ‘아오이’와 숲을 뜻하는 ‘모리’가 합쳐져 푸른숲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아오모리는 붉은 융단의 자연을 무대로 트레킹과 유람선, 온천을 만끽할 수 있고, 천 년의 세월동안 잠들어던 불교 정토사상의 성지 히라이즈미가 자리한 이와테는 단풍 절경 속 신성함을 전한다. 일본을 넘어 아시아 최대 산악관광지가 자리한 도야마현도 빠질리 없다.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를 따라 붉은 단풍을 아래로 공중산책을 즐기고, 세계문화유산 합장양식에서는 가을 판타지가 펼쳐지니  두 눈을 사로잡는 비경들이 끝없이 펼쳐지는 아오모리, 이와테, 도야마의 가을 절경의 감동을 무덤덤히 견뎌낼 여행자는 단 한명도 없다.
| 이상직 기자

 

 

[아모모리현]핫코다산 공중산책에 도와다호수 뱃놀이, 가을 명작이네


아오모리현은 일본 혼슈 최북단 홋카이도와 마주보고 있는 땅. 한국에서는 일본 도호쿠 3대 여름축제의 명성에 빛나는 네푸타마츠리의 개최지이자 명품 설질과 스키리조트가 가득한 스노우레포츠이 성지로 유명세가 각별하다.
아오모리의 절정은 누가 뭐라해도 가을이다. 단풍의 명소로 자리한 핫코다산과 도와다호수 등, 가을 단풍과 트레킹의 명소들이 즐비해 그 어느 계절보다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잦다.  
아오모리현 중앙부에 늘어선 화산산인 핫코다산은 가을 아오모리의 자연을 트레킹으로 만끽하기에 더없이 제격인 곳. 아름다운 산세에 더해 원생림과 고산식물 등이 있어 아오모리 산악관광의 정수로 꼽힌다.
여러 코스 가운데 하치만타이 연봉은 등산로와 산책할 수 있는 작은 길들이 정비되어 있고 전망도 좋아 트레킹객들에게 특히 인기다. 코스 중간에는 엄청난 스케일의 너도밤나무 숲길이 펼쳐지고 핫코다산이 활발한 화산활동을 펼쳤던 자연인만큼 코스 곳곳에 화산활동 흔적인 늪과 습지를 만날 수 있어 단풍 이외의 운치도 각별하니 화산산에서의 이색 트레킹을 즐기려는 이들이라면 안성맞춤이다.
트레킹도 좋지만 하늘 위에서 핫코다산의 단풍을 공중산책으로 즐기는 핫코다 로프웨이도 있으니 단풍마니아라면 기억해둘 포인트다. 핫코다산 로프웨이는 해발 670m 리조트에서 해발 1500m 산정공원까지 연결되는 초대형 케이블카다. 케이블카 한 대에 101명이나 탑승할 수 있는데, 핫코다산의 명봉으로 인기인 다모야치다케 정상(1324m)까지 단 10분 만에 오를 수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케이블카 내에서 보는 광경이 단연 일품이다. 산 아래 습지들을 시작으로 고산지대로 올라갈수록 단풍의 색깔이 짙어지고, 무쓰만과 쓰가루, 시모키타반도와 쓰가루헤이야, 이와키산 등의 산악연봉들까지 파노라마로 등장해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하니 10분 이라는 짧은 운행시간이 원망스러울 정도다.
도와다호수도 핫코다산을 즐김에 있어 빠질 수 없다. 도와다호수는 핫코다산 해발 약 400m에 위치하고 있는 아오모리현을 대표하는 호수. 약 20만 년 전에 화산 분화에 의해 생긴 이중식 칼데라호로 둘레 44㎞, 면적은 약 60㎢로 일본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호수의 반영이 환상적이다. 표고 1000m를 넘는 외륜산이 호수 바깥쪽을 감싸고 있어 산세의 절경이 호수의 반영되는데, 어떻게 사진을 찍어도 작품이 될 정도다. 호수 주변으로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조망 포인트가 되는 전망대가 4곳이나 마련되니 칼테라호수를 무대로한 트레킹을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시간의 여유가 된다면 역시나 호수이니 유람선에 올라보는 것도 매력적이다. 최고 수심이 300m가 넘는 호수임에도 물이 청명하기 그지없다. 코스에 따라서는 물 속 10m까지 훤히 들여다 보이고, 짙은 색의 수면에서는 붉은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은 산들이 더욱 선명하게 반영되어 감탄사까지 부른다. 특히 호수 한 가운데에는 그림처럼 떠오른 바위섬이 운치를 더해준다. 바위섬 위에 아슬아슬하게 뿌리를 내린 나무들이 판타지함을 더해주니 여행자의 감동의 주파수도 도와다호수에서 최고조를 이룬다.
도와다 호수에서 시작해 산자락 아래까지 약 14km에 이르는 계곡인 ‘오이라세 계류’도 삼림욕을 겸한 트레킹을 즐기기에 알맞다. 일본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삼림지대로 알려져 있다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유명세와 인기의 이유는 직접 오이라세 계류의 산책길를 걸어보면 바로 실감한다. 사람의 손길이 거의 타지 않은 자연이 백미로, 나무가 가득한 숲과 힘차게 흐르는 계류가 하모니를 연출해 걷는 것 만으로도 힐링이 절로 된다.
오이라세 계류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크고 작은 폭포도 볼거리다. 25m 높이에서 호쾌하게 떨어져 내리는 구모이타키 폭포, 비단실처럼 얇은 물줄기가 아름다운 시라이토노타키 폭토, 물줄기가 마치 계단을 따라 내려온다하여 이름 붙여진 구단노타키 폭포 등 도합 14개의 폭포가 트레킹의 벗이 되어 준다.

성하마을 히로사키, 300년 역사 스카유온천
아오모리현을 즐긴다면 현 서남부의 성하마을 히로사키를 빼놓으면 아쉽다. 특히 명물 히로사키성은 일본의 7대 아름다운 성에 꼽힐 만큼 일본다운 감성을 찾을 수 있어 아오모리현 여행의 필수코스로 꼽힌다.
성은 1611년에 축성되었다. 도합 6개 성곽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수 많은 정원과 성루들이 해자에 둘러싸여 성곽 내부를 걷는 것 만으로도 옛 에도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난 듯한 감성과 함께할 수 있다.
혼마루 내 천수각이 단연 명물로 꼽힌다. 원래 5층이었지만 1627년 소실되었고 후에 3층으로 재건되었는데, 내부에는 히로사키성의 역사를 전하는 사료관으로 구성되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천수각 앞의 새빨간 게조바시 다리도 시선을 당긴다. 송중기가 출연해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 ‘착한남자’에서 주인공 송중기와 문채원 커플이 키스를 하여 강한 인상을 남긴 명소다. 곡선형의 빨간 다리 너머로 석축 위 3층의 천수각이 그림처럼 자리하니 연인끼리 찾는다면 착한남자의 명장면을 재현해봄직하다.  
히로사키성을 즐긴다면 자연미도 빼놓을 수 없다. 성곽 내에 벚나무 5000여 그루가 자리하는데, 벚꽃이 피는 계절이 되면 히로사키 벚꽃 축제도 열린다.
일본다운 성곽도 둘러보았으니 다음은 일본 온천을 즐길 차례다. 아오모리현에 다양한 온천이 자리하지만 1954년에 일본 국민보양온천 제1호로 지정된 스카유온천(www.sukayu.jp)이 명물로 인기다.
온천은 상처 입은 사슴이 온천에 들어가서 상처를 치유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데 사슴(시카:鹿)이 들어갔던 온천이라는 뜻의 시카유에서 지금의 스카유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온천수질은 온천다운 산성유황천으로 스카유 온천의 가장 큰 자랑은 센닌부로(千人風呂)라 불리는 혼욕대욕탕. 몇 백 년은 지났을법한 노송나무로 마감된 80여 평의 탕에는 남탕과 여탕이 공존하는데, 온천 입구에서 남녀탈의실이 나누어지고 칸막이는 없을지언정 남녀 욕탕이 구분되니 너무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지만 꽤나 각오는 필요하다.
수도꼭지도 샤워기도 없는 옛맛 그대로의 명품온천을 기대하는 이들이라면 만족도가 여느 고가의 온천료칸 못지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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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다호수 유람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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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사키성 천수각.

 

 


[이와테현]세계유산 히라이즈미&산사의 단풍절경, 신성함 가득한 치유여행


도호쿠 아오모리와 이웃한 이와테현도 도후쿠의 단풍절경의 명작으로 통한다. 무엇보다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빛나는 히라이즈미와 가을 단풍을 함께 즐길 수 있어 일본미 가득한 단풍여행을 즐기기에 더없이 제격이다.
히라이즈미(平泉)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지금으로부터 1천 년 전 헤이안시대 말기, 당시 도호쿠의 절대 권력자로 자리했던 후지와라 가문이 이룬 정토불교사상이 꽃피운 땅이라 하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전쟁으로 신음하던 헤이안시대. 오슈(지금의 도호쿠)를 무대로 정토불교가 말하는 평화로운 이상향을 만들고 싶었던 오슈 후지와라는 히라이즈미의 땅에서 교토를 뛰어넘는 번성한 불교문화를 창궐시켰고, 그렇게 히라이즈미는 오슈의 문화적 거점이 되었다. 
하지만 번영의 시간은 길지 못했다. 후지와라가 이룬 오슈의 독자적인 문화와 권력에 위협을 느낀 가마쿠라막부의 권력자 미나모토노 요리토모가 오슈에 출병하여 후지와라 가문을 멸족시키고 만 것이다. 때는 서기 1189년. 이상향을 실현하고자 했던 후지와라 가문의 정토불교가 이제 겨우 100년을 막 넘긴 때였다. 
히라이즈미의 정수라 꼽히는 정토사상과 만날 수 있는 곳은 단연 모츠지(毛越寺)절이다. 물론 지금은 재건한 모츠지절 본당과 조교도당, 그리고 거대한 오이즈미가이케 연못 이외에는 현존하는 건물은 없다. 하지만 정토신앙을 근간으로 일본 고유의 독자적인 정원양식을 만들어 극락세계를 형상화한 정토불교의 본향인 만큼 터만 남았다하여 그냥 지나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과거엔 당탑만도 40개에 이르고 수도승들이 참선하는 선방(禪房)은 500개를 넘어섰다고 전해지지만, 히라이즈미 정토불교의 중심에 와서 연못의 흔적 뒤로 1000년 전 거대한 가람을 상상만으로 되새겨야하는 것이 현실이다.    
히라이즈미의 또 다른 유적지인 추손지(中尊寺)절은 볼거리가 풍성해 그 아쉬움이 덜하다. 벌판에 가까운 모츠지절과 달리 추손지절은 옛 히라이즈미의 명소들이 비교적 잘 보존되고 복원되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이름값을 기대하는 이방인의 기대치에 한껏 부응한다.
추손지절이 가진 의미도 남다르다. 오슈에서 발발한 두 번의 큰 전투로 가족 대부분을 잃은 후지와라는 적군이든 아군이든, 사람이든 짐승이든 죽은 자의 영혼을 위로하고 싶다는 뜻을 서원(誓願)하며 추손지절에 평화의 메시지를 담았다. 후지와라가 히라이즈미에 정토사상을 토대로 극락왕생의 이상향을 만들고자 했던 때도 이때부터였을지 모른다. 
추손지절 내에 자리한 후지와라가 세운 현존하는 유일의 건조물이자 국보 1호인 곤지키도(金色堂)도가 단연 볼거리다. 추손지절로 향하는 참배길 츠키미자카 언덕을 한참 올라가 오른편에 본당을 지나 참배길의 끝에 도달하면 삼나무 숲속에 고이 숨겨진 곤지키도와 마주할 수 있다.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역시나 지붕부터 바닥까지 빼곡히 치장된 화려한 금빛의 금박들이다. 왕좌를 연상시키는 4개의 기둥으로 지탱하는 단 위에는 불상들이, 그 단의 아래에선 정토불교를 일으킨 오슈의 권력자였단 후지와라 가문 3대의 미이라와 4대째였던 야스히라의 머리가 여전히 잠들어 있다.
건물은 당시의 모습 그대로이지만 1000년의 세월이 지난 만큼 일정부분 보수공사는 거쳤다. 썩어나간 기둥은 떼어내고, 남루해진 금박은 가나자와에서 최고급 금박을 가져와 옛 방식 그대로 그 자리에 정성스레 입혔다. 참고로 복원에 사용된 금박의 가격은 1960년대 일본 화폐가치로 약 1억엔(한화 약 14억원)이나 들었다.
곤지키도 주변으로도 당시 번영했단 히라이즈미의 모습과 만날 수 있는 가람들이 줄을 잇는다. 추손지절의 경전을 안치했던 경장(経蔵)을 비롯해, 1853년 재건한 하쿠산신사와 일본 전통예능인 노(能)가 펼쳐진 노 야외무대, 그리고 곤지키도 바로 왼편에 자리한 보물관에선 히라이즈미 유적조사 당시 곤지키도에서 발굴된 부장품과 유물 등이 전시되어 번성했던 오슈의 정토불교의 면면을 가까이서 확인할 수 있다.
보다 깊이 오슈 후지와라 가문과 히라이즈미의 역사를 탐하고픈 이들이라면 모츠지절과 추손지절 중간에 자리한 ‘히라이즈미 문화유산센터’가 답이 된다. 히라이즈미의 역사를 되돌아 볼 수 있는 방대한 분량의 판넬과 영상자료, 그리고 당시의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아쉽게도 아직 한국어 설명이 완벽하지 않은 것이 유일한 흠이라면 흠이다.

절경 게이비케이서 유유자적 단풍 뱃놀이 즐겨
이와테의 역사를 즐겼으니, 이와테의 절경도 빠질 수 있으랴. 발길이 닿은 곳은 일본 백경(日本白景)으로 이름 높은 게이비케이(猊鼻渓). 사테츠가와(砂鉄川)라 불리우는 작은 강이 석회암 지반을 오랜 세월 침식시켜가며 만든 약 2km에 이르는 기암절벽으로, 절벽의 높이는 낮은 것이 60m, 높은 것은 100m나 된다. 신이 큰 바위산을 강의 물줄기로 단칼에 베어 두 조각으로 나누어 놓은 형상이라 하면 이해가 빠를지 모르겠다. 
기암절벽이 있고 흐르는 강이 있으니 즐기는 것은 역시나 뱃놀이다. 배는 센토우(船頭)라고 불리우는 뱃사공의 인력으로 움직이는 ‘후나쿠다리’로, 1m가 되지 않는 수심위에 배를 올리고 노로 물을 젓는 옛 방식 그대로를 고수한 이와테만의 즐길거리다. 
10여분을 배를 타고 올라가자 서서히 게이비케이의 단풍 절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기암절벽의 풍광은 흡사 병풍을 연상시킨다. 수묵담채화가 그려진 큼직한 8족 병풍을 좌우로 주욱
늘어뜨린 것 마냥 회색빛 석회암 단애절벽 위로 척박한 바위에 뿌리를 내린 나무들이 검붉은 단풍을 내어보이니 흑과 백, 그리고 주홍으로 이루어진 가을 강자락을 그린 수묵담채화의 실사판을 보란듯이 내어 보인다.
상류의 끝에 도착해선 게이비케이에서 가장 거대한 절벽인 높이 124m의 다이게이기간 절벽으로 향하는 산책로도 이어진다.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 아슬아슬 버티고 있는 절벽도 시선을 끌지만 정작 여행객들의 관심은 ‘운다마나게’에 모두 쏠려있다. 우리말로 풀면 ‘소원구슬 던지기’정도로 풀이되는데, 점토로 만든 구슬을 절벽 한 켠에 뚫린 구멍에 넣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소박한 이벤트다. 점토구슬은 총 5가지다. 행운을 가져다주는 운(運), 장수를 기리는 수(壽), 복을 부르는 복(福), 인연을 만들고 깊게 하는 연(緣), 바램을 이루어주는 원(願)으로, 5개 소원을 사는데 단 돈 100엔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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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절경의 추손지절 경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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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비케이 계곡 후나쿠다리.

 

 

 

[도야마현]해발 3000m의 웅장한 산악연봉, 동양 최대 산악관광지


일본의 가을 산악을 논함에 있어 도야마현의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立山黑部アルペンル-ト)를 빼놓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알펜루트는 도야마현 다테야마마치의 다테야마역과 나가노현 오마치시의 오기사와역까지 케이블카, 고원버스, 공중 로프웨이 등 6가지 교통편을 갈아타며 10개소의 역이 자리한 북알프스 연봉과 다테야마 연봉을 횡단하는 아시아 최대의 산악관광코스. 타테야마산 최고봉의 높이가 3,015m에 이르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고산지대에 자리한 일본 산악여행의 정점에 자리한 인기 관광지다.  
알펜루트의 관광은 매년 4월과 5월의 거대한 설벽의 장관을 연출하는 다테야마의 설벽(立山·雪の大谷)만이 알펜루트의 전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알펜루트의 모든 산들이 붉게 물드는 가을이야말로 가장 드라마틱한 구로베 알펜루트와 만날 수 있는 시기이니 진정한 알펜루트의 매력을 논하는 이들은 그 어떤 계절보다도 가을을 최고로 친다.
구로베 알펜루트로의 첫 관문은 다테야마역에서 산의 경사를 따라 올라가는 등산철도인 케이블카에 몸을 실으면서 시작된다. 산의 경사를 따라 만들어진 레일을 따라 가파르게 올라가는 등산철도는 알펜루트의 심장부로 들어가는 첫 관문인 만큼 여행객을 흥분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 등산철도로 달리기를 7분, 도착한 비조다이라(美女平)에서 다시 고원버스에 몸을 옮겨 실고 나면 본격적인 알펜루트의 대자연이 차창너머로 펼쳐지기 시작한다. 구불구불 만들어진 가파른 도로가 현기증을 일으킬 법도 하지만 정작 여행자의 현기증을 일으키게 하는 것은 도로 양옆으로 펼쳐진 고원지대의 아름다운 원시림들이다. 더욱이 가을의 단풍으로 붉게 물들어가는 모습은 쉽사리 창밖의 풍경에서 눈의 떼지 못하게 할 정도이고 탑승시간도 50분 정도로 여유로워 고원버스가 출발한 비조다이라의 해발 997m부터 해발 2,450m의 무로도(室堂)까지 1,500m의 표고차를 몸으로 실감하며 한없이 여유로운 단풍기행을 맛볼 수 있다. 
고원버스를 타고 다테야마 알펜루트의 정상인 무로도에 올라 가을분위기를 만끽했다고 하여 그대로 돌아나서는 것은 다테야마의 극히 일부분을 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한 알펜루트는 바로 이제부터 시작이기 때문이다.
무로도에서 다음의 루트까지는 일본 유일의 지하를 달리는 트롤리버스가 여행자의 발이 된다. 지하로 가기 때문에 아름다운 다테야마의 절경을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다테야마 산봉우리를 지하로 가르며 횡단하는 각별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약 10분에 걸쳐 다테야마 터널을 지나 도착한 다이칸보(大觀峰)부터는 진정한 알펜루트의 가을을 음미할 수 있는 시간. 해발 2,316m에 자리한 봉우리인 다이칸보는 다음 목적지인 구로베다이라(黑部平)까지 공중 로프웨이인 다테야마 로프웨이를 통해 이동하는 구간으로, 사방으로 펼쳐지는 알펜루트의 절경을 확실히 만끽할 수 있는 포인트로도 유명하다.  
80명 정원의 로프웨이는 일본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건설된 로프웨이로 총 길이 1,700m의 구간을 지상으로부터 500m(표고차) 상공에서 7분간 운행하며 구로베호수를 비롯한 다이나믹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알펜루트 유일의 공중코스. 특히나 주위의 경치가 너무나 아름다워 움직이는 전망대라는 별칭을 그대로 실감케 하며 눈 아래로 까마득하게 펼쳐진 붉게 물든 가을의 절경을 아낌없이 즐길 수 있다. 공중에서 알펜루트의 절경을 즐길 수 있는 만큼, 가히 구로베 알펜루트의 절정이라고 칭할 만하다. 

고카야마 합장취락, 세계유산에서 하룻밤 즐겨
도야마현에서라면 가을의 절경에 더해 세계유산의 감동까지 함께한다. 세계유산으로 유명한 것은 다름 아닌 촌락이다. 에도시대부터 이어져온 합장(合掌)양식으로 소박한 전통 가옥촌이 자리한 고카야마 합장양식 취락촌(五箇山·合掌造り集落)이 그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프랑스의 미슐랭 가이드북은 이곳 고카야마 합장양식 취락촌에 별 3개를 내어줄 만큼 극찬해 마지않았다.
고카야마지방은 도야마 내에서도 험준하기로 이름 높은 산악지대. 누구도 접근하기 힘든 곳이기도 하거니와 수려한 경관에 더해 수 백년간 이어져온 전통의 마을이 거짓말처럼 그대로 전해 내려오니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여행자들은 먼 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합장양식이란 승려들이 합장하는 손 모양을 닮은 지붕을 하였다고 붙여진 이름. 한자어의 합(合)자 모양 그대로 만들어진 초가집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지난 1995년 12월. 고카야마 합장양식 취락촌이 자리한 아이구라(相倉)에는 오랜 옛날부터 전해져온 32채의 가옥이 존재하고, 이중 20채가 합장양식으로 만들어져 대부분 최소 100년에서 200년 전에 지어진 것이고, 개중에는 400년도 전에 만들어진 것이 지금도 그 원형 그대로 남아있어 세계유산다운 풍모를 더해낸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취락촌에 아직도 사람들이 평범한 삶을 영위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정지된 과거가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역사가 현재진행형으로 살아 숨 쉬니 호기심의 주파수도 그 파장이 크다.
지붕의 축이 높고 그 축에서 가파르게 떨어지는 독특한 지붕의 형태는 겨울 내내 눈이 많이 내리는 기후를 이겨내기 위한 옛 사람들의 지혜가 담겨진다. 지붕을 이루는 것은 억새풀. 촘촘하고 두껍게 역인 지붕을 대들보가 받쳐내고, 이 대들보에는 못을 사용하지 않고 새끼줄과 질긴 조롱나무 줄기로 만든 끈으로 역어내니 척박한 환경에서 독특한 건축문화를 만들어낸 히에츠 사람들의 삶이 옛 집 한 채에 모두 녹아내린다. 
세계유산 속에서 하룻밤을 즐겨보는 특별한 체험에 도전해 보아도 좋다. 민박비용이 8,400엔 정도로 결코 저렴하진 않지만 그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고카야마의 토속 음식이 아침과 저녁으로 내어지고 내부가 공개되지 않는 전통가옥에서 그 누구에게나 쉽게 허락되지 않는 시간을 즐길 수 있으니 전통미에 심취하고 싶은 이라면 지나치기 힘든 유혹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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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펜루트의 고원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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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카야마 합장취락.

 

 

<여행정보>
아오모리현(www.aptinet.jp)까지는 대한항공 인천-아오모리간 직항편이 매주 수․금․일요일 주 3회 취항중에 있어 편리하다. 트레킹 명소인 핫코다산과 온천명소 스카유온천까지는 JR아오모리역에서 JR버스 미즈우미호를 타면 되며, 각각 로프웨이역앞 정류장 및 스카유온천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된다. 소요시간은 55분과 65분 대. 핫코다 로프웨이 요금은 왕복 1,800엔 이며, 약 15~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이와테현(www.japan-iwate.kr)으로는 아시아나항공이 도호쿠 관문인 센다이공항으로 주 4회 정기취항 중이다. 이와테현 히라이즈미까지는 JR도호쿠혼센(東北本線) 히라이즈미역이 있어 찾기 편하고, 주변 유적지로는 10분~15분 이내로 도보 이동이 가능해 개인여행자도 큰 불편 없이 여행할 수 있다. 게이비케이 후나쿠다리 뱃놀이를 즐길 수 있는 게이비케이관광센터(www.geibikei.co.jp)까지는 히라이즈미에서 자동차로 약 30분이면 찾을 수 있다. |
도야마(www.info-toyama.com)로는 인천-도야마공항 간 정기편이 주 3편 운행 중이다.  도야마공항에서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www.alpen-route.com)까지는 도야마역(도야마지방철도 다테야마선)에서 전철을 타고 다테야마역에 하차하면 된다. 알펜루트 전 코스의 승차권은 성인 10,560엔이며 필요구간까지의 개별발권도 가능하다. 고카야마 합장양식 취락촌(www.gokayama.jp/index2.html)까지는 도야마역에서 JR호쿠리쿠본선(北陸本線)을 타고 다카오카(高岡)역에서 JR조우하나선(城端線)으로 환승하여 조우하나(城端駅)역에서 고카야마까지 운행하는 카에츠노우버스(加越能バス)를 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