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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입맛 살리고 스테미너까지 충전하는 우설(牛舌)구이 감동”

일본 혼슈 북부권인 도호쿠지방은 예로부터 빼어난 자연과 규슈 못지않은 온천의 명소로 손꼽힌다. 관문은 미야기현 센다이시. 센다이성터(仙台城跡)를 비롯해 일본삼경에 빛나는 마츠시마 등, 볼거리가 풍성하지만 여행자를 가장 유혹하는 것은 다름 아닌 명물인 규탄. 숯불로 구워낸 우설에 더해 소꼬리를 푹 고와낸 꼬리곰탕을 연상케하는 테루스프가 더해져 봄 시즌 떨어진 스테미너를 챙기기에 더없이 제격이다. 
| 이상직 기자 

센다이시는 일본 도호쿠지방의 관문으로 통한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에 올라 2시간이면 센다이공항에 닿고, 공항서 다시 20여 분이면 거대하기 이를 데 없는 센다이시의 중심인 센다이역에 발을 디딜 수 있다. 
센다이는 그 옛날 무장 다테 마사무네의 지배로 크게 성한 도시. 해서 도호쿠의 모든 길은 센다이로 통한다 했다. 여행길도 다를 바 없다. 센다이에 닿으면 도호쿠의 매력이 한 곳에 응축되니 센다이를 찾은 것만으로 도호쿠 여행길의 반은 즐겼다고 혹자들은 말한다. 
센다이를 찾았다면 단연 명물 먹거리인 규탄을 맛보지 않으면 손해다. 한국에서는 낯선 소고기 메뉴로 다름 아닌 소의 혀를 구워서 먹는 규탄이 그것이다. 규(牛)란 ‘소’를 뜻하는 말이고 탄(タン)은 혀를 뜻하는 영어인 ‘tongue’에서 온 말이다. 
규탄의 발상지가 바로 이 센다이시다. 그 역사는 이렇다. 전쟁이 끝난 후, 조리법이 비교적 간단한 다양한 구이요리가 센다이를 중심으로 유행을 하기 시작한다. 야키토리로 불리우는 닭꼬치나 돼지고기 구이 등이 외식메뉴로 등장했는데, 당시 일식요리사로 이름을 날렸던 사노 케이시로우(佐野啓四郎)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신만의 메뉴를 만들고자 연구를 시작했고, 지인이 경영하던 양식당의 우설을 넣은 스튜를 맛보고 그 소재인 우설을 일본식 구이로 내어놓은 것이 그 시초다. 당시 우설은 센다이는 물론 도호쿠지방에서 귀한 소재였고, 일본요리를 응용하여 한 입 크기로 슬라이스해 소금에 절여 숙성시킨 후 구워내는 방식으로 단숨에 센다이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센다이의 명물요리로 자리매김한 것이 그 역사의 비화다.
한때 2차 대전 후 연합사령부가 센다이시에 주둔하면서 미군이 먹지 않는 우설을 요리에 응용하여 먹기 시작한 것이 그 기원이라는 설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하였지만 실제로는 남들과는 다른 고기구이를 내보이려했던 한 요리장인의 노력의 결과인 것이다. 
지금의 규탄의 요리형태는 규탄구이의 창시자인 사노 케이시로우의 구이법이 그대로 정착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일반적인 조리법은 숯불구이가 대표적이다. 소금에 재워둔 신선한 규탄을 두툼하게 썰어내 소금구이 스타일로 구워 내거나, ‘타레’라고 불리우는 간장베이스의 소스에 재워 구워내기도 한다. 
이러한 규탄구이를 이용한 인기메뉴가 센다이 규탄정식. 숯불구이한 규탄과 보리밥, 채소절임 그리고 소꼬리를 푹 고와낸 테루스프(꼬리곰탕)가 더해진 규탄정식은 센다이 최고 메뉴로 인기가 자자하다. 우설이라는 재료를 의식하지 않는다면 한국인 입맛에 더없이 제격이다. 소금간을 해 구워낸 우설은 소의 살코기 소금구이처럼 육즙 가득한 식감을 뽐내고, 건강식인 보리밥과의 궁합도 더없이 어울린다.
함께 세트로 내어지는 테루스프도 친숙하다. 소의 꼬리를 푹 고아내어 우리네 꼬리곰탕과 다를 바 없는 진한 국물맛을 자랑한다. 보리밥을 테루스프에 넣어 소금 간을 더해 말아먹으면 우리네 시장통의 곰탕과 다를 바 없을 정도다. 
센다이에서라면 규탄 맛집을 찾아 헤메는 수도고 필요없다. 센다이역 주변은 물론, 이치반쵸 도오리, 고쿠분쵸 등 주요 상점가를 따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점포들이 자리하여 어디서든 맛볼 수 있는 대중성도 매력이다. 
특히, 식당과 선술집 등이 밀집한 이치반쵸와 고쿠분쵸가 규탄골목으로 꼽힌다. 연이어 자리한 두 거리를 따라 23곳의 규탄전문점들이 밀집되어 최고의 맛을 두고 소리없는 전쟁을 펼치고 있으니 어떤 곳을 들어가도 실패없는 규탄을 맛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조집을 고집한다면 규탄의 창시자인 사노 케이시로우가 문을 연 최초의 규탄 원조집인 아지 타스케(味 太助 | www.aji-tasuke.co.jp)가 여전히 센다이 이치반쵸 거리에 문을 열고 있으니 미식가다운 고집을 부린다면 찾아볼만하다. 
가격도 저렴하다. 두툼하게 썰어낸 규탄구이 3덩어리와 보리밥, 테루스프, 우리네 백김치를 연상케하는 채소절임을 세트한 규탄정식 1인분에 1,800엔. 술안주로 즐길 수 있는 규탄구이 1인분 한 접시는 1,200엔에 판매하며, 주변 규탄전문점 모두 거의 동일한 가격대에 판매중이다. | http://sendai-travel.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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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설구이인 규탄과 보리밥, 테루스프가 세트된 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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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탄 원조집으로 유명한 ‘아지 타스케’ 점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