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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한 걸음, 고즈넉한 일본과 만나다.

세계문화유산의 땅, 도치기현 닛코기행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다. 도쿄에서 한 걸음이면 만날 수 있는 도치기현이 딱 그렇다. 빌딩 숲 가득한 도쿄에서 전철을 타고 단 2시간. 세계문화유산 닛코에선 일본 불교와 신도문화의 감성이 넘치고, 숲 속의 온천 기누가와에선 한 여름 피서를 겸한 명품 온천여행을 즐길 수 있으니 뻔한 도쿄여행에서 생각을 조금 비트는 순간 꿈꿔왔던 새로운 일본감성과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여행이 시작된다.

도치기현 | 이상직 기자 news@japanp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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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탑으로서는 세계 최고 높이인 634m의 도쿄스카이트리가 문을 연 도쿄의 관광명소 아사쿠사. 도쿄 도심을 조망하는 전망대를 비롯해, 카미나리몬으로 유명한 센소우지 등 도쿄를 찾는 이들의 필수코스로 사랑받고 있는 이곳이 일본감성 가득한 도치키현 닛코로 향하는 관문이다. 아사쿠사역을 출발하는 토부(東部)닛코선 전철에 올라 단 2시간 이면 세계문화유산의 땅, 닛코와 만날 수 있으니 가는 길도 한 달음이다.

닛코에 들어서자 마자 여행객을 맞이하는 것은 키가 족히 50m는 될 법한 삼나무들이다. 하늘을 찌를듯이 올곧게 솟아 오른 삼나무길의 총연장은 자그마치 35.4나 되는데, 세계 최장의 삼나무길로 기네스북에까지 오른 명물이다. 별칭은 닛코스기나미키카이도(日光杉並木街道:닛코 삼나무길).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33주기에 맞춰 20만 그루의 삼나무를 심어 조성된 것인데, 현재도 13,000여 그루가 남아 여전히 닛코를 찾은 이들을 환영하고 있다.

닛코스기나미키카이도는 우리에게도 각별하다. 바로 400여 년 전 일본을 찾아 문물을 나누었던 조선통신사들이 걸었던 길이기 때문이다. 조선통신사가 닛코스기나미키 길을 따라 닛코를 3차례 찾았는데, 원래 에도(지금의 도쿄)에서 조선통신사 행렬이 끝나지만 당대의 도쿠가와 막부가 자신들의 권위를 자랑하기 위해 막부를 연 이에야스의 묘가 있는 닛코를 꼭 찾아달라고 간청하여 조선통신사 행렬이 도쿄를 지나 닛코까지 발길을 했다는 것이 안내를 맡은 도키기현 관광교류과의 기타야마의 설명이다.

닛코를 찾았으니 닛코의 심장이자 상징으로 불리우는 도쇼구를 놓치지 않을 수 없다. 도쇼구(東照宮|www.toshogu.jp)는 지난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곳으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일본의 세도가인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기린 사당이다.

삼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길을 따라 들어간 경내는 화려한 건축미를 뽐내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입구에는 일본에서 제일 큰 석조 도리이가 맞이하고, 경내에는 22개의 고건축물들이 독특한 가람을 형성해 신비로움을 더해낸다.

역시나 화려함이 시선을 가장 먼저 사로잡는다. 도쇼구의 건물들은 황금을 비롯해 값비싼 5,000여 개의 장식으로 치장되어 있다. 특히 요메이몬(陽明門)은 황금과 518개의 중국식 조각들로 치장하여 에도시대 당시의 조각기술을 보란 듯이 자랑한다.

건축도 마찬가지다. 에도시대 당시 전국 각지에서 유능하다는 건축가들만을 고르고 골랐고, 일본 건축의 화려함을 자랑이라도 하듯 일본에서 가장 사치스럽고 화려했다는 모모야마 시대의 화법으로 치장되어 일본의 겸손함과는 거리가 먼 반어법이 오히려 일본의 신사나 사당을 쉬이 지나쳤던 여행자들의 눈을 하염없이 붙들어 맨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손자인 이에미쓰가 이에야스의 유지를 받들어 15000명의 인력을 동원해 2년간의 공사 끝에 완성했다고 하니, 당대를 호령했던 도쿠가와 막부의 힘이 도쇼구가 전하는 화려함에 그대로 녹아있는 셈이다.

숨은그림찾기와 같은 조각양식들을 찾는 재미도 도쇼구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다. 도쇼구에는 세 가지 동물 조각이 유명한데, 마구간 건물에 새겨진 산자루(三猿)가 특히 명물이다. 세 마리의 원숭이가 눈과 입 그리고 귀를 각각 막고 있는데, 보지 않고, 말하지 않고, 듣지 않는다는 의미로 풀이되는데, 인간이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필요한 도리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 가이드의 설명이다. 산자루에 더해 이에야스의 무덤으로 가는 길엔 잠을 자는 고양이 조각인 네무리네코(むり)와 불교전래와 함께 일본에 소개되어 상상만으로 조각한 코끼리 조각도 있으니 시간이 허락된다면 필히 찾아볼 일이다.

조선이 일본에 전한 범종도 있으니 기억해둘만하다. 인조의 범종은 요메이몬 바로 아래에 자리한다. 당시 조선통신사를 통해 일본에 선물한 것으로, 화려한 도쇼구의 위용 속에서도 강건한 빛을 뽐내니 한국인 관광객이라면 필히 눈여겨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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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석조 도리이가 눈길을 사로잡는 도쇼구 경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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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황금과 518개의 조각들로 치장된 요메이몬(陽明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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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산자루(三猿) 조각상. ··귀를 막은 원숭이 조각이 이채롭다.

 

 

 

일본 3대 폭포 게곤노폭포 등, 자연절경도 명품

도치기현 닛코에서 세계문화유산만 즐겨선 섭섭하다. 닛코 도쇼구 주변으로 절경이라는 단어 이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는 명소들이 그득하니 여행자의 발길이 더 없이 바빠진다.

특히, 일본 3대 폭포로 일컬어지는 게곤노폭포와 화산 분화가 생겨난 칼데라호수인 추젠지코호수가 단연 인기다.

목적지까지는 도부닛코역에서 주젠지코온천행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리면 된다. 난타이산의 화산 분출로 형성된 추젠지코호수(中禅寺湖)는 해발 1,270m 위에서 거대한 위용을 뽐낸다. 둘레만도 27km에 달하고 최대 수심도 160m를 넘어 산 위의 작은 바다를 연출한다. 투명한 물빛이 단연 볼거리다. 유람선에 오르면 물 아래로 헤엄치는 물고기들이 보이고 호수 한가운데에서는 호수에 반영된 2400m급 난타이산의 봉우리가 속세의 시간을 잊게 하는 여유까지 선물한다.

일본 3대 폭포로 인기인 게곤노폭포(華厳)는 호수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자리하니 놓치면 아쉽다. 웅장한 폭포수가 97m 높이에서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데, 바닥으로 떨어진 물줄기가 산란하며 신선의 세계에라도 온 듯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해 낸다. 한 여름 피서를 즐기기에도 딱이다. 하늘 위에서 떨어진 세찬 물줄기가 한 여름의 폭염을 순식간에 날려버리며 온 몸을 오싹하게 할 만큼 차가운 냉풍을 만들어내니 또 다시 더위 가득한 산 아래로 내려가야 하는 여행자의 발걸음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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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97m의 폭포수 장관을 연출하는 게곤노폭포.

 

 

 

계곡에 늘어선 수도권 최대 온천지, 기누가와온천

세계유산으로 이름 높은 닛코 도죠궁이 자리한 도치기현 닛코의 또 다른 자랑은 다름아닌 온천이다. 온천지의 이름은 기누가와온천(鬼怒川温泉). 한자어를 풀면 화난 도깨비라는 뜻으로, 도깨비처럼 거친 계곡에 온천이 자리했다하여 이름 붙여졌다 한다.

기누가와온천의 명성은 하코네에 지지 않는다. 도쿄의 아래를 차지한 온천이 하코네라면, 도쿄의 위를 맡고 있는 것이 기누가와온천이다. 도쿄사람들이 근교로의 온천여행을 준비할 때 하코네와 함께 망설이는 곳이니, 이름이 낯설다 하여 선택을 주저할 필요는 없다.

온천지는 온천마을을 가르는 계곡을 따라 좌우로 자리한다. 깊이 푹 패인 암반으로 이루어진 계곡을 사이에 두고 크고 작은 온천료칸 80여 채가 들어서 온천마을의 정서를 더한다.

다른 온천에서는 만나볼 수 없는 절경은 기누가와온천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계곡을 따라 료칸들이 자리하고, 그 료칸의 고층에 객실을 준비한다면 발 아래로 기누가와 계곡의 물줄기에 더해 수려한 녹음의 산세를 아쉬움 없이 즐길 수 있고, 노천탕에서도 거친 기누가와 계곡을 조망하니 만추(晩秋)의 기누가와 앞에 참았던 감동의 탄성도 여기서 터진다.

료칸 숙박도 부담스럽지 않다. 아침과 저녁 두 끼 식사를 포함해 1만 엔 초반이면 숙박이 가능하니 도쿄의 좁디좁은 비즈니스호텔을 박차고 여유로운 다다미방에서의 일본스러움을 탐해볼 수도 있다. 때문에 도쿄와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굳이 기누가와의 료칸에서의 1박을 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질은 알카리성 단순천. 맑고 부드러움이 가장 큰 특징으로 몸에 자극도 적어 오랜 입욕에도 피부가 쉬 지치지 않아 피부 가꾸기에 공들이는 여성들에게 평판이 좋다.

전통료칸에서의 온천정서에 더해 닛코의 필수코스라 불리우는 관광명소를 둘러볼 수 있는 즐거움도 기누가와온천만의 특권이다. 온천을 중심으로 웨스턴무라, 도부 월드스퀘어, 닛코 원숭이 군단, 에도 원더랜드 닛코 에도무라 등, 인기 가득한 미니 테마파크들이 자리하니 온천여행에 더해 닛코의 명소들을 둘러보는 일석이조의 행운도 함께할 수 있다.

특히 인기 높은 곳이 옛 일본 에도시대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에도 원더랜드 닛코 에도무라(www.edowonderland.net). 15만 평의 거대한 부지에 에도시대 중기의 거리가 우리의 민속촌을 보듯 그대로 재현되어 있고, 닌자활극을 비롯하여 다양한 쇼와 어트랙션, 일본 전통의상 체험 등을 즐길 수 있어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인기다. 일본 내 시대극 드라마나 영화의 촬영장소로 활용될 만큼 완벽하게 재현되고, 파크 내에는 수많은 전속 배우들이 에도시대 당시를 연출하고 있어, 생생한 에도시대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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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도시대 테마파크인 닛코 에도무라’.

 

 

 

<여행정보>

도치기현 닛코까지는 도쿄 신주쿠역 또는 아사쿠사역에서 도부닛코선(東部日光線) 철도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소요시간은 약 2시간. 도부철도(www.tobu.co.jp/foreign)가 판매하는 올닛코패스(4일권/4400) 또는 세계문화유산 패스(2일권/3600)을 이용하면 도쿄 아사쿠사부터 닛코까지의 철도편을 포함해 닛코지역 내 도부철도의 열차편과 버스 등을 무제한 이용하고, 각 시설의 할인 및 특전혜택까지 누릴 수 있어 편리하다. 기누가와온천까지는 도쿄 JR신주쿠역에서 도부철도 기누가와온천역까지 특급열차인 기누가와슈페리어 기누가와호가 운행중에 있다. 소요시간은 약 2시간. 전통테마파크 시설인 닛코에도무라까지는 기누가와온천역에서 버스로 약 15분 정도 거리로 1일 자유이용권은 4,500. | www.nikko-kankou.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