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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협곡열차 오르니 봄바람에 절경 산세 반기네”
구로베협곡 토롯코(トロッコ)열차타고 도야마 삼매경

거대한 설벽의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로 대표되는 도야마현. 절경이 이 뿐이라 생각하선 곤란하다. 알펜루트에서 조금 떨어진 산세를 따라 일본 제일을 자랑하는 협곡 구로베가 있으니 말이다. 구로베협곡이 시작되는 우나즈키역 플랫폼에서 작은 열차가 철커덩 소리를 내며 숲속 자그마한 철길을 달려 나가고, 41개의 터널과 22개의 다리로 이어진 협곡을 넘어 종착역 케야키다이라까지 20.1km에 이르는 숲속 철길이 속세의 시름을 훌훌 털어버리니 도야마현의 절경에 감탄사가 떠나질 않는다.
| 이상직 기자 

깊고 깊은 구로베협곡의 산세가 긴 겨울의 눈을 벗고 신록의 푸르름을 맞이하는 4월. 흰 눈을 털어내는 협곡의 고동만큼이나 시끄러운 것이 구로베협곡열차인 도롯코(トロッコ)열차가 발차하는 우나즈키역이다. 
JR도야마역에서 도야마지방철도에 몸을 싣고 1시간을 달리면 나타나는 우나즈키역은 깊은 산 속에 자리한 그림 같은 온천지. 여행객들을 반기며 뜨거운 온천수를 연신 뿜어내는 우나즈키역 광장 앞 분수 오브제가 구로베를 찾은 여행객의 흥분만큼이나 가쁜 숨소리를 몰아내며 춤춘다.
구로베협곡의 명물로 자리한 토롯코열차는 우나즈키역을 출발하여 종점인 케야키다이라까지 20여 km를 내달리는 관광열차인 구로베협곡철도의 애칭이다. 토롯코는 광산 등에서 인부나 자재를 나르는 자그마한 열차를 가리키는 말로 보통 열차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자그마한 크기만큼이나 귀엽기까지 하다.   
토롯코열차의 역사는 꽤 길다. 본래 토롯코열차의 목적은 토롯코라는 이름 그대로 관광이 아닌 공사 인부나 자재를 나르기 위한 열차. 다테야마 알페루트의 명소로 이름 높은 구로베댐의 공사 당시, 수많은 인부를 해발 1,500여m 위의 현장까지 실어 나른 역사의 산 증인인 셈이다.   
구로베댐이 완공된 이후에는 관광열차로서 새 옷을 입게 된다. 이것이 1971년의 일, 지금의 구로베협곡철도로 이어지는 뒷 이야기인 셈이다.  
험하디 험한 협곡이기에, 더욱이 겨울 내내 거친 폭설로 야성의 본 모습을 감추고 있는 자연이기에 구로베협곡철도의 플렛폼이 열리는 것은 협곡이 봄의 햇살로 야성을 녹이고 온순한 신록을 드러내는 4월부터다. 때문에 시발역인 우나즈키역에는 이른 계절임에도 불구하고 플렛폼이 열리길 기다렸던 여행객들로 4월 말부터 인산인해다. 
우나즈키역을 출발한 토롯코열차가 달리는 거리는 총 20.1km. 협곡과 협곡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자리한 레일을 따라 총 10개의 역을 1시간 20분 동안 달려간다.
작기는 해도 번듯한 관광열차이니 편안한 좌석에 창문까지 달린 조금은 비싼 특별객차도 있지만, 구로베협곡을 온 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사방이 뻥 뚫린 오픈형 보통객차가 제격이다. 등받이도 없는 의자에 객차 기둥을 붙잡고 달려야 하지만 아무런 인공물의 방해 없이 신록을 즐기고 몸 전체로 구로베의 산바람을 맞을 수 있으니 사서 하는 고생이라도 구로베협곡이기에 즐기지 않으면 후회가 남는다. 
속도는 평균시속 16km로 빠르지 않지만 칼로 깊숙이 베어 낸 듯 천길 낭떠러지 협곡을 따라 달리기에 스릴에 더해 즐거움의 두근거림을 종점까지 안고 갈 수 있다. 
눈이 즐거운 것도 당연하다. 일본 제일의 협곡 절경의 파노라마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끊어진 협곡과 협곡을 잇는 22개소의 철교를 가르는 운치와, 협곡 아래로 흐르는 에메랄드 그린의 구로베강 강물빛은 자연에 둔감한 이라도 이내 감탄의 탄성이 목청을 타고 넘어올 정도다.  
청량한 바람도 빼놓을 수 있으랴. 깊은 협곡 속이니 가뜩이나 시원한 바람이 열차가 터널로 들어가는 순간 냉기로 변한다. 7~8월의 한 여름이라도 한 겨울마냥 한기를 느낄 정도이니, 다가올 폭염의 여름 시즌 피서로도 제격이니 기억해둘 포인트다. 
참고로, 냉기의 강도도 만만치 않다. 에어컨을 바로 앞에서 쐬는 것 같은 맹렬한 냉기가 피부를 타고 넘어 몸 깊숙이까지 서늘함을 전한다. 종점까지 자리한 터널의 수는 총 41개소. 짧은 터널은 통과까지 30초 안팎이지만 긴 터널은 5분 넘게 지속되기도 하니 한 여름이라도 덧옷을 챙기지 않으면 서늘한 추위의 고통을 감내해야한다. 

만년설에 천연온천까지, 도중하차의 즐거움도
총 10개의 역이 자리하지만 직접 정차하여 내릴 수 있는 역은 시발역인 우나즈키역과 종점인 케야키다이라에 더해, 구로나기와 카네츠리의 두 곳. 열차여행인 만큼 줄곧 열차로 즐기는 것이 여행의 기본이지만 가벼운 트레킹에 더해 숨겨진 구로베협곡의 명소들을 만나고 싶다면 협곡 내 구로나기나 카네츠리에서 하차하여 두 다리로 협곡을 산책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특히나 구로베 만년설과 대자연속의 노천온천이 기다리는 카네츠리는 구로베협곡을 제대로 즐기고픈 이들에게라면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겨우 내 내린 수많은 눈들이 협곡 아래에 모여 수 미터의 두께로 쌓여 겨울이 지난 봄은 물론, 여름, 가을까지 녹지 않는 만년설의 신비로움도 일품이고, 만년설을 지나 좁은 산길을 따라 도보로 20여 분을 내디디면 다다르는 협곡을 따라 흐르는 구로베 강변에 자리한 카네츠리온천에서의 족욕도 매력적인 추억이 된다. 
온천수는 강변을 따라 샘솟듯이 솟아오른다. 온천수가 용출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흔치않은 경험이거니와 솟아나는 온천수가 막 솟아난 순수한 천연온천이니 온천마니아라면 감동도 남다를 수 밖에 없다. 
구로베협곡의 볼거리로 따지자면 역시 해발 600m에 자리한 종점 케야키다이라에 비할 것이 없다. 
깊은 산 속에 자리한 운치 있는 역사(驛舍)를 벗어나자마자 시선을 자극하는 것이 푸르른 신록에 대비되어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새빨간 칠을 한 오쿠카네바시(奧鐘橋)다리. 구로베강 본류를 마주하고 34m 높이 협곡을 사이로 걸쳐져 있어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절경이 아찔하기까지 하다. 
이 오쿠카네바시 다리는 건너 자리한 히토구이이와 암벽도 인기다. 암벽을 깊숙이 파내 산책로를 만든 탓에 마치 거대한 산이 입을 크게 벌리고 길을 지나는 사람들을 잡아먹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하여 사람 먹는 바위라는 뜻의 히토구이이와라고 이름 붙여졌다.  
오쿠바네바시라면 아래서 올려다 보는 것도 일품이다. 다리로 이어지는 입구에서 산 아래로 긴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명소 가와하라전망대가 자리한다. 전망대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구로베가와 강줄기를 따라 오쿠카네바시 다리가 자리하고 다시 그 뒤로 표고 1,543m의 오쿠카네야마산의 절경이 화폭처럼 더해지니 구로베협곡의 절경에 또 다시 감탄한다. 
가벼운 트래킹에 더해 온천을 즐기고픈 여행자에게도 이 케야키다이라는 매력적이다. 산길을 따라 5분에서 50분 정도 거리에 총 3곳의 산장 온천이 자리하고 있어, 일본 제일의 깊고 아름다운 협곡에서 속세와 떨어진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는 호사로움도 함께할 수 있다. 
혹, 협곡 속 산장이 부담스럽다면 토롯코열차의 시발역인 우나즈키역을 중심으로 자리한 우나즈키온천을 선택해도 좋다. 크고 작은 온천호텔과 전통료칸이 가득하니 온천관광지다운 분위기를 한껏 뽐내볼 수 있다. 

<여행메모>
도야마현까지는 인천-도야마공항 간 에어서울 직항편이 주 3회 운행중에 있다. 도야마공항에서 JR도야마역까지는 공항버스로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으며, 구로베협곡까지는 도야마지방철도 본선을 이용(전철 도야마역-우나즈키온천역 하차)해 1시간 40분 대에 닿는다. 구로베 토롯코열차는 오는 4월 20일부터 일부구간 운행을 시작으로 공식운행하며, 종점인 케야키다이라까지의 전구간 운행은 5월 5일부터 가능하다. 운임은 종점 전구간 편도기준 1,980엔(보통차 기준)으로, 소아(6세~11세)는 반액 할인된다. | www.kurotetu.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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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토롯코열차의 시발역인 우나즈키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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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산등선을 따라 올라가는 토롯코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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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종점 케야키다이라 레스트하우스 명물인 흰새우튀김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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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야마 인기 온천인 우나즈키온천. 당일 입욕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