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_시모노세키.JPG

조선통신사의 흔적 가득 ‘시모노세키’
“조선통신사의 길 따라 명물 초밥에 에도시대 성하마을 반기네”

웅장한 간몬대교의 장관이 맞이하는 항구도시 시모노세키. 규슈와 마주하는 일본 혼슈 최서단의 땅이자 혼슈의 관문으로 예로부터 번영했던 도시다. 관광지로도 유명세다. 친근한 시모노세키이지만 여행의 즐거움이 이 겨울 더욱 각별해졌다. 한국과 일본 양국의 우호의 역사인 조선통신사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당당히 등재된 것. 아카마신궁을 필두로 조선통신사의 길을 따라가면 북적이는 항구도시의 정서와는 180도 다른 고즈넉한 에도시대의 성하마을과 시모노세키만의 미각까지 기다리니, 겨울의 끝자락 의미있는 일본여행을 탐하기에 더없이 제격이다. 
| 이상직 기자

일본 혼슈(本州) 야마구치현 서쪽 끝에 자리한 시모노세키. 부산에서 직선거리도 겨우 200km 떨어진 더없이 가까운 곳. 
역사적으로도 친근하다. 1607년부터 약 200여 년간 한반도와 열도를 오간 외교사절단이 있었다. 바로 ‘조선통신사’다. 총 12번 파견된 통신사는 적게는 300명에서 많게는 500여 명의 대규모였다. 한양 창덕궁에서 출범식을 연 뒤 일본 에도(현재의 도쿄)까지 왕복 1년여의 길고 험난한 여정을 떠났는데, 일본 혼슈의 첫 착륙지가 이곳 시모노세키였다. 
조선통신사 선단은 쓰시마(대마도)와 이키섬, 그리고 아이노섬을 거쳐 간몬해협으로 들어와 시모노세키 아카마신궁(당시 명칭: 아미다이지절) 앞 선착장에 상륙했다. 이곳 번주는 조선통신사가 올 때마다 선착장을 새로 만들고, 떠난 뒤엔 다시 철거하였을 만큼 극진히 환대했다. 당시의 역사는 간몬대교가 바라다 보이는 이 바닷가에 세워진 조선통신사 상륙기념비가 전해주니 역사의 흔적을 찾는 포인트가 된다. 
유난히 붉은빛이 빛나는 신사인 아카마신궁도 볼거리다. 아카마신궁은 12세기 당시 8살의 나이에 해전 중 생을 달리한 안토쿠 천황을 기리는 신궁이다. 현재는 신궁으로 자리하지만 과거에는 조선통신사들이 일본 에도로의 여정을 재정비하기 위해 약 일주일 간 머물던 아미다이지절(阿彌陀寺)이 자리했었다. 조선통신사가 머물던 아미다이지절은 조선통신사들이 올 때 마다 인산인해를 이루었다고 한다. 일본의 유학자와 지식인들은 조선통신사들에게 시나 명문을 받기 위해 찾아들어 흡사 현재의 한류스타의 일본 팬미팅과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의 조선통신사의 인기를 증명하는 사료도 현재 아카마신궁에 보관중이다. 1711년에 8번째 통신사 부사로 이곳을 방문한 임수간이 어린 나이에 숨을 거둔 안토쿠 천황의 죽음을 애도하며 친필로 쓴 시다. 조선에서 가져온 종이와 붓, 벼루로 쓴 작품으로 300년이 넘었지만 당시의 모습 그대로 소중히 보관되어 있다.
조선통신사의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를 기념한 의미있는 전시회도 열린다. 오는 2월 3일부터 3월 11일까지 시모노세키시립역사박물관에서 특별전 ‘조선통신사-한일 평화구축과 문화교류의 역사’전이 열린다. 시모노세키시를 비롯해 일본 측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통신사 관련 기록과 사료를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 관람료는 어른 500엔(대학생 300엔).

성하마을 ‘조후’, 히나마쓰리로 일본 감성 충전
조선통신사의 흔적이 서린 아카마신궁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자리한 조후(長府)도 시모노세키 여행에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다. 조후는 에도시대 당시 성하마을의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으로, 에도시대 당시의 세도가의 저택과 당시의 거리풍경이 그대로 남아있어 일본다운 시모노세키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명소는 1903년 당시 시모노세키를 다스리던 조후 모리가문의 14대손 모토토시에 의해 세워진 조후 모리저택. 살아있는 박물관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당시의 건축양식과 일본식 정원구조가 고스란히 살아 있어 시선을 어디에 두어도 그림이 된다. 과거 번주가 즐겼던 정원풍경을 바라보며 진한 말차(유료)를 즐길 수 있으니 시모노세키 여행에 잠시 여유를 부릴 포인트가 된다. 
조후 거리풍경도 감각적이다. 에도시대 당시의 형태 그대로 황토의 흙벽이 골목마다 이어지고 그 골목 끝에선 세련된 카페들이 반기니, 상상도 못했던 일본 풍정에 시모노세키에 대한 감흥도 조후에서 한층 더 깊어진다. 
다가올 계절이라면 조후가 더욱 즐겁다. 오는 2월 4일부터 3월 11일까지 일본의 전통의식인 히나마쓰리(雛祭り)가 개최되어 더욱 풍성한 볼거리를 전해준다. 히나마쓰리는 여자아이의 무병장수를 비는 의미로 매년 3월 3일에 열리는 의식이다. 헤이안시대부터 유래하였는데 제단에 히나인형을 장식해 아이의 안녕을 비는 내용으로, 현재도 딸아이를 둔 집에서는 매년 봄마다 히나마쓰리를 준비할 만큼 정성 가득한 국민적 의식이다. 
볼거리는 역시나 거리 곳곳을 장식하는 화려한 히나인형들과 장식들이다. 거리의 상점가 마다 저마다 개성적인 히나인형이 장식되는데 특히 시모노세키의 특산품인 복어에서 착안한 복어히나인형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볼을 크게 부풀린 귀여운 복어인형에 최고급 비단으로 정성스레 기모노를 만들어 입혀 귀여움이 각별하다. 
일본적 감성의 특별한 체험도 기다린다. 히나마쓰리 기간 중 조후 모리저택에서 히나마쓰리 전통의상을 입고 사진촬영을 즐길 수 있다. 모리저택 입장료(어른 200엔, 어린이 100엔) 외에 별도의 체험비 없이 무료로 진행되어 고풍스런 저택을 무대로 좀처럼 만나기 쉽지 않은 화려한 히나 전통의복을 입어볼 수 있으니 즐기지 않는 것이 손해다. 

시모노세키 대표 메뉴, 가라토시장 초밥&가와라소바 일품
여행의 클라이맥스는 역시나 먹거리다. 시모노세키는 대표적 항구도시로 해산물 먹거리가 빠지지 않는다. 명물은 서일본 유수의 수산시장으로 꼽히는 가라토 시장의 초밥. 시모노세키 중심가에 시장이 자리하니 찾는 것도 한 달음이다.   
메뉴는 다름 아닌 초밥들. 평범한 수산시장은 매주 금·토·일요일·공휴일이면 흥겨운 노상 초밥집인 ‘이키이키 바칸가이’로 변신한다. 시장 내 가게들마다 생선 가판대를 걷고 그네들이 잡은 생선으로 일품초밥을 만들어 낸다. 
시장만의 감성도 각별하다. 사람들은 저마다 1회용 도시락접시를 하나 들고 큼직한 초밥을 저마다 골라 올린다. 계산도 현장에서 바로 이루어진다. 점원은 접시위에 올려진 초밥의 가격을 익숙하게 순식간에 읊어내고 나무젓가락과 간장을 올려준다. 따로 마련된 테이블은 많지 않다. 시장 앞 공원 잔디에 앉아 간몬대교를 바라보면 저마다 익숙한 듯 노식(露食)을 즐긴다. 
놀라움은 3번 이어진다. 먼저 크기에 놀란다. 초밥의 밥을 몇 번 뒤집고도 남을 생선회가 올려지니 그 아래 밥이 보이질 않아 놀라고, 그 큼직한 초밥이 단 돈 100엔부터면 맛볼 수 있으니 다시 놀란다. 마지막은 그 맛에 반한다. 욕심을 내 짚어든 700엔짜리 최고급 참치 대뱃살은 여간한 고급초밥집이 아니면 내어지기 힘들만큼 지방살엔 윤기가 나고 입안에선 그대로 녹아내린다. 도쿄 긴자의 초밥집이었다면 초밥 하나에 몇 천 엔을 부르고도 남을 맛이니 가라토시장을 다시 찾지 않는다면 처음이자 마지막이란 애절함에 그 맛의 여운은 몇 배가 된다. 초밥에 더해 시모노세키 명물인 복어회와 화려한 해산물 덮밥도 더불어 즐길 수 있으니 식도락가라면 가라토시장에서 발을 떼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시모노세키 발상의 면요리인 가와라소바도 명물이다. 가와라소바(瓦そば)는 일본어로 기왓장을 뜻하는 ‘가와라’를 뜨겁게 달궈 그 위에 소바(메밀국수)를 올려 먹는 독특한 요리다. 철판처럼 뜨거운 큼직한 기왓장 위에 녹차를 더한 소바를 올려 철판에 구워낸 듯 소바면을 즐기는 것이 특징으로, 뜨거운 특제 간장소스(쯔유)에 찍어 먹는다. 식감이 역시나 독특하다. 잘 익힌 소바면의 식감 뒤로 우리네 누룽지처럼 바삭하게 구워낸 식감이 더해져 먹는 재미가 각별하다. 
모습도 화려하다. 소바면 위로 볶아낸 불고기풍의 소고기와 계란지단, 파, 김, 레몬 슬라이스가 차례차례 올려져 눈까지 즐겁다. 시모노세키 곳곳에서 만날 수 있지만 시모노세키시 가와타나온천에 자리한 ‘다카세(たかせ)’라는 가게가 가와라소바 원조집으로 통하니 미식가를 자처한다면 기억해둘만하다. 

시모노세키 여행이 더욱 풍성해지는 +1
하나. “마루마루노하나시 타고 바다열차 여행”
시모노세키를 여행한다면 지난해 8월부터 운행중인 관광열차 ‘마루마루노하나시’가 있어 여행길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관광열차의 ‘마루마루’는 일본어로 추정을 뜻하는 ‘무슨무슨’이라는 뜻이며, ‘하나시’는 열차의 방문 도시인 하기시, 나가토시, 시모노세키시의 각 도시의 머릿글자를 따 붙인 것. 
열차는 JR신시모노세키역을 기점으로 출발하여 시모노세키역을 경유, 히가시하기역까지 편도 약 3시간 코스. 구간 내의 정차역에 자유롭게 승하차 가능하여 혼슈 최서단의 소도시를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다. 
독특한 열차 디자인도 볼거리다. 1호차는 전통적인 일본풍 디자인으로, 테이블 아래 설치된 발받침이 다다미로 만들어져 신발을 벗고 마치 료칸의 객실에 앉아 있는 듯 한가로운 힐링타임을 즐길 수 있으며, 2호차는 근대의 모던함을 담은 유럽풍의 레트로한 인테리어로 각 차량마다 다른 감성을 선사해 이채롭다. 무엇보다도 전 좌석이 바다를 조망하는 큰 창문을 향해 있어 혼슈 최서단의 아름다운 바다와 마주할 수 있다.열차 내에서는 전용 도시락도 판매한다. 제철식재료를 사용한 일본풍 도시락을 사전예약제로 판매하니 일본 열차여행만의 즐거움까지 더할 수 있다. 
한국인관광객이라면 JR시모노세키역의 10시 21분 출발편이 있어 편리하다. 부관훼리가 도착하는 시모노세키항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어 이른 아침 시모노세키에 도착해 바로 관광열차에 올라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 요금은 기본운임외에 별도 지정좌석권(520엔)이 추가되며, JR시모노세키역을 비롯해 JR 주요역의 고객센터인 ‘미도리노마도구치’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둘. “렌터카타고 드라이브 절경 츠노시마 일주”
렌터카를 이용해 시모노세키 여행을 즐기는 절경의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하는 명승지 ‘츠노시마’섬에 주목할 만하다. 특히 시모노세키 본토를 잇는 츠노시마대교는 1,780m의 길이의 초장교로, 도요타 렉서스를 비롯해 자동차 CF에 단골로 등장할 만큼 코발트블루의 바다빛과 메비우스의 띠를 연상시키는 곡선과 높낮이가 있는 대교의 레이아웃 덕에 시모노세키의 대표적인 드라이브 명소로 꼽힌다. 바다위에 놓인 한적한 도로를 렌터카로 달리는 쾌감은 일본 제일의 드라이브 감성이라 칭해도 아깝지 않으니 렌터카 여행객이라면 기억해둘만하다.

<여행정보>
부산항에서 시모노세키항까지 부관훼리가 매일 1회 정기 취항한다. 시모노세키까지는 부산에서 직선거리로 약 200km 정도로 가까워 매일 밤 부산항을 출발해 이른 아침인 7시 45분에 시모노세키에 도착한다. 후쿠오카공항 이용 시에는 JR하카타역에서 고쿠라역까지 신칸센 또는 특급 소닉호를 이용하고, 고쿠라에서 시모노세키까지 로컬선 전철이 상시 운행중에 있어 편리하다. 소요시간은 신칸센 기준 약 30분 대, 특급 소닉호 기준 약 70분. 야마구치현 내 에어서울이 신규 취항하는 야마구치 우베공항 이용도 가능하며, 우베공항에서 산덴교통의 시모노세키행 시외버스(3번 승강장)를 타면 75분 만에 시모노세키에 도착할 수 있어 편리하다. 버스요금은 1,460엔. 기타큐슈공항 이용 시에는 공항에서 에어포트버스를 이용해 고쿠라역까지 이동(직통 33분 소요/편도 700엔) 후 시모노세키까지 로컬선 전철로 환승하면 편리하다. 
| https://shimonoseki.travel/korean/index.html

서브01_아카마신궁.jpg
▲과거 조선통신사들이 머물렀던 아카마신궁  

서브02_조선통신사_기념비.JPG
▲조선통신사 상륙기념비  

서브03_초후히나의복체험.JPG
▲조후 모리저택에서의 히나마쓰리 전통의상 체험  

서브04_가라토시장_초밥.jpg ▲가라토시장의 초밥좌판

서브05_가와라소바.jpg
▲시모노세키 발상요리인 가와라소바

서브06_마루마루노하나시.JPG
▲마루마루노하나시 관광열차

서브07_츠노시마.jpg
▲코발트 블루의 절경을 자랑하는 츠노시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