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현지인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값싸고 푸짐한 ‘맛’
개성 만점! 맛도 만점! 북방 홋카이도 돈부리 5선

‘돈부리’는 우리말로 치면 덮밥이다. 따스한 밥 위에 갖가지 재료를 올려 밥과 함께 먹는 일본의 대표적인 가정식 요리다. 소고기를 올린 일본의 대표적 돈부리인 ‘규돈’을 비롯해 돈까스를 올린 ‘까츠돈’, 그리고 닭고기와 계란을 조려낸 것을 올린 ‘오야꼬돈’ 등, 우리에게도 일본의 돈부리는 꽤나 친숙하다. 돈부리는 꽤나 대중적이지만 다소 뻔함도 있다. 일본 어디를 가든 비슷비슷한 돈부리에 매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무대가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거대한 홋카이도의 도시별도 지역의 역사와 식재료를 바탕으로 탄생한 개성만점의 돈부리들이 여행자를 반기기 때문이다. 홋카이도가 아니면 만날 수 없는 북방 홋카이도만의 ‘돈부리’를 한데 모았다. 
| 이상직 기자

[홋카이도 동부]오비히로 돼지고기가 가득! 명물 ‘부타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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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도 드문 식물성 수질의 몰 온천(Mool)인 도카치가와온천이 자리한 홋카이도 동부의 오비히로는 홋카이도 식도락의 천국으로 불리운다.  치즈나 아이스크림 등의 유제품을 비롯해, 최상급의 감자와 옥수수, 과일과 와인 등, 일본 No.1을 자처하는 먹거리가 가득하다. 
돼지고기도 그중 하나다. 오비히로 일대에서 키워낸 청정 돼지고기를 이용한 덮밥인 ‘부타돈(豚丼)’이 오비히로의 최대 명물요리로 자리한다. 이름은 낯설지만 일본 현지에서의 명성은 각별하다. 오비히로의 ‘부타돈’을 먹지 않고 오비히로를 다녀왔다고 자랑하지 말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지역이 자랑하는 명물요리다.  
‘부타돈’의 ‘부타’는 우리말로 ‘돼지’를 뜻하고 ‘돈’은 우리말로 ‘사발’ 또는 ‘넓은 그릇’이라는 뜻. 굳이 우리말로 풀이하자면 ‘돼지고기 덮밥’정도로 풀이할 수 있는데, 돼지고기를 지역 특유의 간장양념에 볶아 밥 위에 얹어먹는 요리다. 
큼직하게 썰어낸 돼지고기에 ‘타레’라고 불리우는 간장 베이스의 달작지근한 소스를 발라 직화구이로 한 번 구워내고 다시 한 번 타레를 발라 따스한 밥위에 올려 내어지는데, 두툼하고 큼직한 고기가 밥사발 가득 올려져 아래의 밥이 보이지 않을 만큼 푸짐해 육식계 남성이라면 찬란한 비주얼에 감탄사를 연발하고 만다. 
오비히로 시내 중심가를 비롯해 각지에 부타돈 전문점들을 늘어서 있고 오비히로 지역의 서민적인 요리로 가격까지 저렴해 800엔 전후면 스테미너를 가득 채울 한끼를 맛볼 수 있어 만족감도 남다르다.   

[홋카이도 북부]아바시리 명물 연어튀김을 돈부리로, ‘잔기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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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의 국내선 공항인 메만베츠 공항에서 국도를 타고 약 15km 북으로 달리면 오호츠크해와 접해있는 아바시리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도시의 서쪽으로는 노토로호, 사로마호, 동쪽으로는 도비호와 코시미즈 원생화원, 그리고 남쪽으로는 굿샤로호와 마슈호가 자리 잡은 그야말로 자연의 보고이자 네이처투어의 거점이 된다.   
아바시리의 상징은 오호츠크에서 떠내려오는 유빙이다. 바다에 표류하는 거대한 유빙의 장관을 쇄빙선을 타고 즐길 수 있어 겨울여행의 명소로 손꼽힌다. 
이러한 아바시리의 명물 먹거리가 다름 아닌 잔기돈(ザンギ丼)이다. ‘잔기(ザンギ)’는 아바시리산 오호츠크 연어를 아비시리 전통의 뱅어간장에 재워 튀겨낸 연어튀김을 말한다. 연어튀김인 ‘잔기’를 따끈한 밥 위에 얹어 먹는 덮밥이 명물인 잔기돈이다. 
비주얼부터 입맛을 당긴다. 먹음직스럽게 튀겨진 연어튀김 위로 아바시리산 야채튀김과 생야채가 올려지는데 데리야끼소스를 연상시키는 달짝지근한 간장소스가 연어튀김에 배어 밥과의 궁합이 단연 환상적이다. 
아바시리 시내를 중심으로 10여 곳의 잔기돈 전문점이 자리하는데, 전문점 입구에는 머리에 연어를 올린 슈퍼맨 복장의 귀여운 잔기맨 캐릭터가 반기고 있으니 찾기도 쉽고, 어떤 식당을 가든 1천엔 이하에 푸짐한 돈부리를 맛볼 수 있으니 가격까지 친절하다. 

[홋카이도 남부]홋카이도 신선 해산물의 유혹, ‘카이센돈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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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최남단에 자리한 항구도시 하코다테는 아름다운 야경으로 홋카이도를 즐기는 여행객들이 빠지지 않고 들리는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관광지. 아름다운 항구와 100년 전 이국적인 정취가 매력으로 도시 전체가 이국적 향기가 가득하지만 지극히 일본적인 먹거리가 주는 대비 또한 색다르다. 
항구도시로 바다와 면한 탓에 하코다테 명물은 단연 해산물을 이용한 요리인 것은 당연한 일. 명물요리는 카이센돈(海鮮丼). 우리말로 풀이하자면 싱싱한 해산물 회를 뜨거운 밥 위에 올린 회덮밥 정도로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하코다테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카이센돈부리이지만 본격적으로 카이센돈부리를 맛보고 싶다면 하코다테 수산시장인 아사이치(朝市) 중앙시장 바로 옆에 자리한 ‘돈부리요코쵸’(どんぶり橫丁)가 제격이다. 시장통로를 따라 총 19개 식당들이 늘어서 각 가게별로 자신만만 호화스런 돈부리를 선보이고, 각 점포별로 입구에 사진이나 샘플이 곁들인 메뉴가 마련되어 일본어를 모르더라도 주문이 어렵지 않다. 
값비싼 해산물이 올려지기에 가격은 결코 저렴하진 않다. 연어알과 성게, 싱싱한 새우에 더해 거대한 타라바가니의 다리가 그릇에 넘칠 듯 푸짐하게 올려진 오리지널 카이센돈은 약 3,500엔 선이고, 하코다테 명물인 오징어가 가득한 이카돈부리는 1,200엔 대, 참치와 흰살생선회와 연어알이 더해진 삼색돈부리는 대략 2,000엔 전후면 만족스런 한 그릇이 내어지니 예산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JR하코다테역에서 아사이치 아침시장까지는 도보 5분이면 닿을 수 있으니 편리한 접근성도 포인트다.   

[홋카이도 북부]일본 제일의 성게산지에서 즐긴다. ‘우니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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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의 가장 북쪽 도시인 왓카나이. 이 왓카나이에서도 배를 타고 북쪽으로 올르면 일본 최북단의 아름다운 섬인 리시리와 레분이 자리한다. 특히 리시리섬은 히메누마호수를 비롯해 홋카이도 최북단이기에 만날 수 있는 원생림, 그리고 야조류 관찰과 낚시를 즐길 수 있어 네어쳐&아웃도어투어의 최대 성지로 꼽히는 땅이다. 
일본 최북단의 땅인 만큼 돈부리도 특별하다. 소재는 성게다. 왓카나이 리시리섬은 일본 제일의 성게산지로 유명세다. 홋카이도 성게는 특유의 강한 단맛으로 미식가들에게 최고의 일품으로 꼽히는데, 홋카이도 내에서도 리시리섬에서 잡힌 성게를 최고급품으로 칠 정도로 귀한 먹거리다. 
돈부리의 이름은 우니돈(ウニ丼)이다. 성게를 뜻하는 일본어인 ‘우니’를 그대로 네이밍한 심플한 메뉴다. 이름만큼이나 우니돈의 모습도 심플하다. 고슬고슬 새하얀 쌀밥위에 성게의 살만을 발라내 밥이 보이지 않을 만큼 수북하게 얹어 내어지고, 노오란 성게살 위로 와사비(고추냉이)가 포인트로 더해지는 심플함 그대로다. 맛에 자신있으니 데코레이션은 필요없다는 자신감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성게 위에 간장을 살짝 뿌려 성게살과 밥을 함께 입안에 털어내면 되는데, 무엇보다 쌉쌀한 성게 특유의 맛 뒤에 찾아오는 단맛이 각별하다. 하얀 쌀밥의 식감 사이사이에 입안 가득히 퍼지는 성게의 맛과 향이 리시리섬의 소박한 어촌의 풍경과 더해져 더욱 각별함을 선사하니 3,000엔이라는 결코 싸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지만 먹지 않는 것이 도리어 손해가 되니 미식가를 자처한다면 홋카이도 여행 위시리스트에 끼워둘 가치는 차고도 넘친다. 

[홋카이도 중앙] 홋카이도 발상 양고기구이를 간편하게, ‘징기스칸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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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의 중심도시인 삿포로의 명물은 삿포로라멘이 가장 꼽히지만 이 삿포로라멘의 명성에 지지않는 명물 돈부리가 있으니, 바로 ‘징기스칸돈(ジンギスカン丼)’이다.  
징기스칸은 양고기를 야채와 함께 구워먹는 양구이로, 홋카이도유산에 지정되어 있을 만큼 유명세가 남다르다. 이름이 징기스칸이지만 몽골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일본 홋카이도에서 태어난 전통요리다. 
일반적으로 징기스칸은 불판에 숙주나물을 중심으로 당근, 양파, 피망, 호박 슬라이스를 더해, 그 위에 1살 이하의 어린 양의 고기인 램을 올려 구워먹는데, 이렇게 구워낸 양고기를 밥 위에 올린 돈부리가 징기스칸돈이다. 
돈부리에는 전통 징기스칸의 불판을 그대로 옮긴 듯 재현된다. 따끈한 밥 위에 구워낸 숙주나물이 깔리고 그 위에 큼직한 양고기와 함께 볶아낸 양파와 피망이 더해져 푸짐한 징기스칸 구이 한상을 작은 돈부리에 그대로 담아내 볼륨도 각별하다.   
한국의 갈비처럼 미리 양고기를 양념에 재워 구워내기에 양고기 특유의 냄새도 없고, 특히 아무리 먹어도 지방이 쌓이지 않아 다이어트를 걱정하는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각별하다. 
가격대는 1,200엔 전후로 삿포로 중심가 징기스칸 전문점의 런치메뉴로 주로 내어지고, 삿포로 명물인 삿포로맥주와 함께 세트로 즐기면 더욱 금상첨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