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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줌 모래에 불과했다. 하지만 예술가들의 손길이 더해지며 모래는 작품이 되었다. 예술가들의 감성어린 작품에 먼저 감동하고 곧이어 그 소재가 모래임을 깨닫고 또 다시 탄성이 터진다. 동아시아 유일의 거대 사구(砂丘)가 자리한 돗토리에 문을 열 독특하고도 특별한 예술공간 ‘모래미술관’의 즐거움을 한 발 앞서 만나보았다. 
| 이상직 기자 news@japanpr.com 

돗토리를 즐긴다면 사구(砂丘)가 빠지지 않는다. 마치 사막처럼 바다를 마주하고 거대하고 광활한 모래언덕이 자리하는데 우리에게는 물론, 일본에서도 흔치않은 자연풍광이기에 돗토리로의 여행자들의 발을 자연스레 이끌어낸다.
돗토리에 사구가 형성된 것은 약 3만 년 전의 일. 우리의 동해와 마주하는 해안을 따라 동서로 약 16km, 남북으로 2km에 걸쳐 모래융단이 입체감 있는 얼굴을 내보인다. 
사막지대와 같은 대규모의 사구가 자리한 것도 신비롭지만 특히 바람이 불 때마다 모래바닥의 흐름이 바뀌는 ‘풍문’이 나타나 마치 모래바닥을 캠퍼스로 대자연이 미술작품을 만들어내고, 멀리 동해바다의 푸르름이 황량함을 덜어내니 황금빛 사구의 운치가 제맛이다. 
사구가 가장 아름다움을 발하는 시기는 이른 아침시간대. 아무도 발을 내딛지 않은 고운 모래언덕 위로, 바람에 스치며 날아가는 모래바람이나 기묘한 문양의 모래물결은 압도적인 사구의 스케일과 더불어 보는 이의 감성까지 끌어당긴다. 
이렇게 자연 그대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인 돗토리 사구에 또 다른 명물이 오는 4월 문을 연다. 이름은 ‘모래미술관’. 일본은 물론 세계 유일의 모래를 소재로 한 조각 작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으로 모래로 만든 정교한 예술작품들이 뿜어내는 감성을 만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장소이니 더욱 놓치기 아쉽다.
돗토리 모래미술관의 역사는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관광명소인 돗토리사구의 매력을 더하기 위해 처음 돗토리 사구 야외 한켠에 모래조각을 만들어 전시하기 시작했다. 사구에 넘쳐나는 모래로 만든 정교한 조각이 등장했고, 국제적으로 유명한 모래조각 작가들이 참여하며 어느새 돗토리 사구의 대표적인 명소로까지 인기를 높였다. 하지만 임시 가설형태로 야외에 전시한 탓에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전시가 중지되기 일쑤였고, 정교한 모래조각 작품이 며칠 만에 손상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결국 안전하고 쾌적하게 언제든 모래조각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모래미술관의 건립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그 결과물인 세계 유일의 모래조각 전용 미술관인 ‘모래미술관’이 오는 4월 14일 문을 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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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하는 모래미술관 전경. 

지상 2층 규모, 1년 내내 모래조각 만나
새롭게 오픈하는 모래미술관은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다. 사구의 형상을 모티브로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건립되며, 자연채광을 극대화하기 위해 천정과 벽면을 통유리로 마감한 점아 특징으로 꼽힌다. 모래조각만을 위한 미술관이 오픈함에 따라 그동안 기간 한정으로 개최되던 전시도 1년 내내 관람할 수 있는 상설전시형태로 전시된다. 옥내에 전시관이 위치함에 따라 외부 날씨에 관계없이 작품의 장기보존 및 전시가 가능해지니 돗토리 사구의 모래조각 팬이라면 반갑기 그지없는 뉴스다. 
전체면적은 2800평방미터. 지하 1층에 자리한 현관을 시작으로 지상 1층과 2층에 각각 모래조각이 전시된다. 
전시되는 모래조각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흥미롭기 그지없다. 모래조각이라는 말 그대로 모래로 만드는데 재료는 모래와 물 뿐이다. 흔히 모래알을 고정시키기 위해 응고제나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을까 의구심을 갖지만 몇 만 년을 이어온 돗토리 사구의 순수한 모래와 물이면 모래조각을 만들기 위한 준비는 모두 끝이 난다. 
나무로 거푸집(사각의 틀)을 만들고 거푸집 안에 모래와 물을 넣어 도로 공사장 등에서 땅의 평탄화 작업에 이용하는 콤팩터(응축기)를 이용해 수차례 내리쳐 모래를 단단히 하는 것이 첫 번째 준비다. 단단해진 모래조각에서 거푸집을 제거하면 단단해진 순수한 모래 블럭이 마련되는데 조각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조각에 쓰이는 재료도 각양각색이다. 흔히 보는 조각도는 물론이고, 건설형장에서나 쓰일법한 작은 삽은 물론 미장용 도구까지 등장해 조심스럽게 조각해 들어간다. 거대한 집체만한 조각은 이 과정을 반복해 여러개의 모래조각 덩어리를 쌓아 두고 조각해 낸다. 간단히 말하자면 사각의 돌이나 얼음처럼 모래를 딱딱하게 만든 다음 깍아 내어 형태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그 소재가 잘 부서지는 모래로 되어 있는 만큼 그 어떤 조각보다도 섬세한 예술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조각과정에서 무너지는 것도 다반사이고, 조각 과정에서 실수가 있어도 진흙으로 만드는 조각들처럼 보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만큼 조각 작업에 그 어떤 소재보다도 고도의 집중력과 정신력이 필요하다. 모래미술관에 전시된 정교한 모래조각을 바라보는 감동의 주파수의 폭이 남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래미술관이 생겨 실내에서 1년 내내 언제든 모래조각을 즐길 수 있지만 그 소재가 모래이니 그 작품이 영원할 수는 없다. 보존기간이 크게 늘어나긴 하였지만 돌이나 청동, 흙으로 만들어 구워낸 조각들처럼 영구하게 보존되지 않는 것이 모래조각이 가진 숙명이다. 
모래와 물로 만든 조각은 후엔 반드시 무너져 내려 또 다시 평범한 모래로 돌아간다. 그 장소, 그 시간이 아니면 두 번 다시 만날 볼 수 없으니 더욱 애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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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미술관 내부. 1층과 2층의 두 개 층에 모래조각 작품이 들어선다.(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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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테레지아와 음악가(Ilya Filimontsev作·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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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야생동물(Brad Goll作·미국)

개막 특별전 ‘모래로 세계여행·영국’展 공개
4월 14일 그랜드 오픈에 맞추어 성대한 전시도 준비된다. 이전 야외 가설무대 전시부터 시작해 제 5기 전시에 해당하는 ‘모래로 세계여행·영국 ~이야기로 전해 내려온 대영제국의 번영과 왕실의 자부심’전이 막을 올린다. 
영국왕실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지금의 영국이 탄생하기까지의 역사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크고 작은 모래조각에 담아낼 예정으로, 영국의 대표적 위인의 조각상을 비롯해, 역사적 사건을 거대 모래조각으로 재현한 다수의 작품들이 과거 옥외전시장 당시의 전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스케일로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기간은 개막당일인 4월 14일부터 오는 2013년 1월 6일까지 약 9개월 동안 이어질 예정으로, 올 한 해 돗토리를 찾을 여행객들이라면 필히 기억해 둘 이벤트다. 

<여행정보>
오는 4월 14일 오픈하는 모래미술관은 돗토리 사구 ‘샌드펄 돗토리’에 인접하여 자리한다. 관람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관람료는 성인기준 600엔 선. 모래미술관까지는 돗토리역과 돗토리사구를 연결하는 다수의 노선버스가 있어 찾기 편리하며, 택시를 이용하면 약 25분 정도에 도착할 수 있다. ☞www.sand-museum.jp

ⓒ일본관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기사작성:2012. 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