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특별판>야마구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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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슈 끝에서 만난 오우치의 유산, 야마구치현

 

혼슈 최남단에 자리한다. 시모노세키를 관문으로 히로시마로 향하는 북동쪽으로 야마구치시가 자리한다. 일본 좀 즐겼다는 이들도 야마구치 앞에선 고개를 갸웃할 만큼 알려진 것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이것이 도리어 반갑다. 일본 제일의 국보로 칭송되는 루리코지 오중탑, 그리고 도심 한 가운데 자리한 유다온천이 반기니 일본을 즐기려는 여유로운 시선이 야마구치로 향하는 이유다.

<시코쿠 특별취재팀>

 

야마구치현의 관문 시모노세키를 지나 히로시마로 향하는 길목, 야마구치현이 자리한다. 도시의 이면으로 일본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흔적들이 가득해 옛 것을 찾는 여행자들에겐 보물과도 같은 존재다.


야마구치 여행의 키워드는 오우치(大內)문화다. 오우치 문화란 지금으로부터 600년 전 야마구치를 지배했던 오우치가 당대 수도였던 교토의 다양한 문화양식을 가져와 지금의 야마구치시에 재현하면서 교토에 버금가는 수많은 절과 신사가 만들어진 것에서 유래하는 문화. 당대의 번영은 지금까지도 그대로 남아 독특한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으니 일본다운 색을 찾는 이들에게 야마구치현이 반가운 이유다.


야마구치현의 상징과도 같은 루리코지(瑠璃光寺)절의 오중탑은 그 대표격이다. 일본의 고탑으로서는 10번째로 오래된 탑으로, 야마구치의 옛 문화인 오우치 문화의 최고걸작으로 1442년 경에 건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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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리코지절까지는 JR야마구치선 야마구치역에서 택시로 10분을 달리면 나타나는 코우잔공원(香山公園) 내에 자리한다. 외관과 풍기는 정서는 일본 3대 명탑으로 칭송될 만큼 아름답다. 간사이지방 나라현의 호류지 절, 교토의 다이고지절의 오층탑과 더불어 일본 3대 탑의 하나로 손꼽히니 루리코지절 초입부터 모습을 드러내는 오중탑의 위용에 시간이 가도 사람들의 시선이 떨어질 줄을 모른다.


탑의 코앞까지 가서 즐길 수 있는 점도 즐겁다. 국보라는 큰 감투를 쓰고 있지만 바로 1m 앞에서 탑을 즐길 수 있으니 탑의 작은 감성까지도 빠짐없이 챙길 수 있다. 탑의 높이는 31.2미터. 지붕 꼭대기엔 청동으로 만든 탑이 솟아있고, 그 아래로는 다섯 개의 지붕이 연이어 덧붙여져 있는데, 몸통격인 탑신이 얇게 설계되어 실제 높이보다 더 높고 웅장해 보이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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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리코지절에서 멀지않은 곳에선 온천이 반기니 야마구치 여행의 한 짐을 풀기에 제격이다. 깊은 산이나 계곡으로 들어갈 필요 없이 도심 한 복판에 전통온천마을과 만날 수 있는데, 이름은 유다온천이다. 원천의 온도는 약 70. 화산대가 없는 비화산성온천의 경우 40도 전후의 미지근한 온천수가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유다온천의 경우 도 70도를 넘을 만큼 뜨겁다. 온천의 약효를 기대해도 좋은 이유다.


료칸과 호텔도 가득하다. 유다온천 내에 자리한 숙박시설은 총 25. 일본정서 가득한 전통 온천료칸을 비롯하여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비즈니스호텔까지 선택지가 다양하니 취향에 따라 고르면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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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의 교토 하기’, 일본미 각별하네


혼슈 끝단의 야마구치에서 찾은 숨은 명소는 하기()’. 하기를 이해하는 첫 마디는 지붕없는 박물관이다. 거리 전체가 옛 모습 그대로 살아 숨 쉬며 이방인들에게 매력을 찾아보라 선문(先聞)을 던진다.

전통거리는 옛 하기성터를 중심으로 넓게 자리한다. 에도시대 당시 명장으로 이름 높은 모리가문에 의해 만들어진 쵸슈번(長州藩)의 거점으로 하기성을 중심으로 번듯한 성읍도시가 꾸려졌던 곳이기에 야마구치현 구석의 작은 도시라 미리 실망할 걱정은 내려두어도 좋다.


하기성터 아래 성하마을이 단연 백미다. 거리 전체는 지정사적과 보존지구로 되어있을 만큼 교토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길은 바둑판처럼 모눈자로 구획되고 중·하급무사와 상인들의 살던 집들이 좌우로 가득 펼쳐진다. 얼마나 잘 보존이 되었는지 고문헌에 남아있는 에도시대 당시의 지도를 지금에도 그대로 사용하여 길을 찾을 수 있을 정도이고, 지붕은 검은 색 기와로, 흙으로 빚어 바른 벽은 하얗게 칠해져 콘트라스트를 만들어 낸다. 전통의 향내에 목이 마르다면 하기성터에서 멀지 않은 하기박물관이 답이 된다. 2004년에 개관하여 하기의 역사를 응축시켜 놓고 있으니 찾아볼만하다.

 


<여행정보>


야마구치시까지는 후쿠오카 하카타역 또는 신시모노세키역에서 신야마구치역까지의 신칸센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편리하다. 소요시간은 하카타역 출발 기준 35. 루리코지절과 유다온천은 JR야마구치역에서 버스로 20분 거리에 자리한다. | www.oidemase.or.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