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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고쿠(中國)다. 한자는 같을 지언정 우리가 알고 있는 대륙 중국이 아니다. 일본 간사이에서 규슈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하며 진한 일본 내음을 전하는 여행자들에겐 신천지와 같은 매력을 주는 일본이다. 일본이 내놓으라하는 명물온천에, 세계유산, 그리고 다른 일본의 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는 개성까지 더해지니 주고쿠 일주에 여행꾼들이 시선을 보내는 까닭이다.

 

동해 건너 만난 일본, 돗토리&시마네
주코쿠(中國)지방은 산인과 산요로 각각 나뉜다. 우리의 동해와 마주한 곳인 돗토리와 시마네를 산인이라하고, 시코쿠(四國)와 마주한 히로시마와 오카야마를 산요라 칭한다.
산인이라는 통칭은 생소하지만 돗토리와 시마네라는 이름은 일본을 여행한 이들에겐 그리 낯선 도시는 아니다. 사구(돗토리현)와 신지코호수(시마네현) 등 일본 내에서도 최고로 추겨 세워지는 비경의 자연과 더불어 일본을 대표하는 온천관광지가 그득히 자리하니 여행자들에게 있어 한 번은 찾고픈 명소로 기억되곤 한다.
가는 즐거움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항공직항편에 더해 지난 해부터 새로이 우리의 동해항과 돗토리의 사카이미나토항을 잇는 국제카페리 노선인 DBS쿠루즈훼리가 바닷길을 잇고 있으니 동해바다를 횡단하는 바닷길의 즐거움도 함께할 수 있다.
DBS크루즈페리가 닿을 내리는 항구도시 사카이미나토항이 최근엔 인기다. 이곳 돗토리 출신의 만화가 미즈키 시게루 선생과 그의 만화 작품을 기리며 만든 요괴거리인 ‘미즈키 시게루 로드’는 JR사카이미나토역 주변부터 총 120여 개의 요괴 캐릭터들이 숨바꼭질을 하듯 거리와 동화되어 자리하고 있어 산책만으로 즐겁다.
돗토리를 즐긴다면 역시나 사구(砂丘)를 빼놓을 수 없다. 마치 사막처럼 바다를 마주하고 거대하고 광활한 모래언덕이 자리하는데 우리에게는 물론, 일본에서도 흔치않은 자연풍광이기에 돗토리로의 여행자들의 발을 자연스레 이끌어낸다.
바람이 불 때마다 모래바닥의 흐름이 바뀌는 ‘풍문’이 나타나 마치 모래바닥을 캠퍼스로 대자연이 미술작품을 만들어내니 여행객들의 넋이 빠진다. 더불어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일본 유일의 모래를 소재로 한 조각 작품을 전시하는 모래미술관. 모래로 만든 정교한 예술작품들이 뿜어내는 감성은 돗토리에서만 만날 수 있기에 더욱 놓치기 아쉽다.
이웃한 시마네로 발길을 옮긴다면 성곽도시 마츠에가 제격이다. 시마네의 심볼인 마츠에성이 명물로, 당시 마츠에를 통치했던 ‘호리오 요시하루’가 1911년에 축성한 성으로 산인지방 유일의 현존하는 천수각성으로, 검은색 기와와 검은색의 벽, 그리고 기와와 벽 사이를 장식한 흰색 벽이 대비되어 장중한 맛을 각별하고 주변에 마츠에 향토관인 ‘흥운각’ 등 명소들도 있어 볼거리도 적지 않다.
시마네현 마츠에에서는 신지코호수가 자연미를 뽐낸다. 성과 호수가 매우 인접해 있어 성곽을 빙 둘러쌓은 호리카와(堀川:적들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성벽을 따라 만든 강 또는 연못) 역시 호수와 연결되어 마치 네덜란드의 운하를 연상시킬 만큼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뽐낸다. 
신지코호수를 수원으로 성곽을 따라 마츠에 중심부를 돌고 있는 만큼 호리카와를 유람선으로 타고 도는 유람코스가 있어 더욱 구미를 당긴다. 후레아이광장 승선장과 오테마에 승선장의 두 곳에서 각각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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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돗토리사구(돗토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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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츠에성(시마네현)

 

진한 일본내음에 감탄, 오카야마&히로시마
돗토리와 시마네에서 아래로 발길을 돌리면 오카야마다. 에도시대 당시의 도시풍경에 아직도 변색 없이 남아 있어 재패니즈 컬쳐를 맛보려는 이들에겐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다.  
오카야마성과 일본 3대 정원인 ‘고라쿠엔’도 명물이지만 제대로된 일본정서를 즐긴다면 오카야마의 ‘구라시키’ 만큼 좋은 코스도 없다. 구라시키는 오카야마현 남부에 자리한 도시로, 시의 중심부에 자리한 미관지구(美觀地區)가 인기다. 미관지구는 지금으로부터 350년 전, 에도시대 당시의 덴료(天領:막부의 직할 영지)로서 번성한 곳. 구라시키 시가지를 가로지르며 흐르는 구라시키강 일대에 옛 시대의 창고가 딸린 저택(구라야시키)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어 일본다운 클래식함이 배어나오는 것이 매력으로, 오늘날 까지도 잘 보존된 저택들의 당시의 정서를 그대로 전해준다.
‘오하라미술관’도 구라시키의 인기 코스다. 그리스 신전풍의 건물 속에 모네, 마티스 등 세계 거장 화가들의 명화가 전시되어 있어 가까운 일본에서 세계적으로도 귀한 예술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기회와 함께할 수 있다.  
주고쿠지방 여행의 백미는 마지막 종착지인 히로시마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히로시마를 즐긴다면 역시나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빛나는 미야지마(宮島)가 그 출발점이 된다. 히로시마의 서부 맨 아래 히로시마 본토에서 떨어져나간 수많은 작은 섬 중 하나로 태고로부터 영험한 신으로 받들어져 이츠쿠시마라는 신비로운 바다 위 신사가 자리하고 있다.
이츠쿠시마 신사의 현관구는 미야지마구치. 인천공항과 히로시마를 잇는 히로시마공항에서 리무진버스로 50분을 달려 도착한 JR히로시마역에서 다시 히로시마 명물인 노면전차를 타고 70분을 달려야 미야지마구치에 닿을 수 있다.
예견했겠지만 바다 위에 자리한 신사이니 걸어서 신사에 들어갈 수 는 없는 일. 미야지마구치에서 페리에 올라 10분 동안 바다를 가르고 나서야 신과 인간계를 나누는 경계석인 붉은 도리이(鳥居)와 조우할 수 있다. 녹나무로 만들어진 높이 16m의 거대한 도리이는 섬 전체에 신이 깃들어있다는 한 귀로 흘렸던 풍문이 진실임을 실감케할 정도로 영험하기까지 하다.
물위에 세워진 도리이의 뒤로 자리한 이츠쿠시마신사(嚴島神社)는 지금으로부터 약 1400년 전에 창건되었다.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춘 것은 12세기 무렵 헤이안시대(平安時代). 당대의 최고 권력가였던 다이라노 기요모리(平淸盛)가 미야지마의 신성함을 찬양하여 지금과 같은 거대한 바다 위 본당을 만들었다고 역사서는 전한다.
본래의 신을 모시는 본사와 본사에서 모신 신과 인연이 깊은 신을 따로 모시는 섭사의 총 21채의 건물로 이루어지니 그 규모도 볼거리다. 더욱이 각 건물은 붉은 칠을 한 회랑으로 연결되고 이 회랑은 길이가 300m를 넘어서고, 도리이와 마찬가지로 바다 위에 세워져있으니 회랑과 회랑사이의 넘실대는 파도를 보고 있노라면 아름답기 이전에 신비로움의 감탄사가 먼저 터져 나온다.
시간이 된다면 바닷물이 빠지는 간조까지 기다려 붉은 도리이로 직접 발길을 가져가보는 것도 추천코스다. 만조 때에는 바닷물에 잠겨 마치 도리이가 해저에 깊이 묻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해저면 위에 그대로 놓아 세워져있는 형상. 둘레 10m의 버팀목 6개가 거대한 도리이가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받들고 있으니 직접 보지 않고선 그 내막을 이해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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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구라시키 미관지구(오카야마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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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츠쿠시마신사(히로시마현)

 

주고쿠만으로 아쉬워?, 명물 도고온천이 답
주코쿠의 4개 현을 돌았음에도 아쉬움이 남는다면 주고쿠지방과 세코나이카이 바다를 사이에두고 자리한 섬인 시코쿠로 발길을 옮겨봄직하다. 시코쿠 내에서 에히메현은 가장 전통미의 정수로 꼽히는 곳. 굳이 에히메현을 일본 전통미의 절정으로 꼽는 데에는 ‘도고온천’이라는 명소가 가진 의미의 무게가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나 도고온천이 도시 한 가운데 자리한 마츠야마시는 그런 의미에서 에히메현은 물론 시코쿠 여행의 정점으로 손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JR마츠야마역에서 노면전차를 타고 종점인 도고온천역에 닿으면 마츠야마의 심볼이라 칭할 수 있는 도고온천과 조우한다. 메이지 27년(1894년)에 세워진 도고온천 본관 건물은 보는 것만으로도 위압적인 신비로움을 전하는 마츠야마의 명물. 100년을 훌쩍 넘긴 본관의 낡은 나무판자와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곡선형 기와단청 아래로 큼지막하게 적혀진 ‘도고온천’이라는 글자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익히 알고 있는 이들도 많지만 그 각별한 예스러운 풍치에 인기 애니메이션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도 자신의 작품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작품에 도고온천을 등장시켰을 정도다.
문화재라고 해서 단순한 관람시설을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1층은 대중적인 공동욕탕온천이, 2층과 3층에는 개별온천탕과 일본 전통 가옥형태의 휴게실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어 온천 본역의 역할도 충실히 이어가고 있다.
1층에서 입욕료를 내면 유카타가 제공되고, 1층 대온천탕에서 입욕을 즐긴 후에는 고전적인 도고온천의 건물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것이 도고온천을 즐기는 기본 코스다. 3층에 자리한 오오히로마(휴게실)도 즐겨볼 만하다. 2층에도 휴게실이 있지만 공동인 반면 3층의 휴게실에는 개별이용형태이기에 더욱 각별하다. 1,500엔의 추가 비용이 들지만 옛 정취 가득한 클래식한 방에서 도고온천의 거리 밖 풍경을 즐기며 다과를 즐기는 뻔하지만 이상적인 경험을 챙길 수 있으니 욕심내 보아도 좋다. 

3층의 긴 복도의 끝에 자리한 ‘봇짱의 방’도 빼놓을 수 없다. 일본의 대문호인 나츠메 소우세키의 소설 ‘봇짱’(도련님)의 무대로서 도고온천이 등장하게 되는데, 이는 나츠메 소우세키가 생전 도고온천을 자주 찾아 즐긴 것에서 유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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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고온천 전경(에히메현)

 

<여행메모>
●돗토리&시마네 : 아시아나직항편이 요나고공항까지 주 3회 취항한다. 선박편인 DBS크루즈훼리를 이용하면 스탠다드 클래스 왕복기준 180,000원 선에 산인지역으로의 선박여행을 즐길 수 있다.

●오카야마 : 오카야마공항까지 정기편(대한항공)이 매일 1편씩 취항한다. 공항에서 오카야마 도심까지는 셔틀버스로 약 40분 정도에 도착 가능하며, 오카야마시에서 구라시키까지는 JR산요본선을 이용(15분)하면 된다.

●히로시마 : 매일 1회 아시아나항공이 정기 취항한다. 2일 간 히로시마전철 전 노선(JR선 제외)과 미야지마 내 관광선, 미야지마 로프웨이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미야지마 프리패스’(2,000엔)를 구입하면 편리하다. 구입은 히로시마역 전철안내소에서 가능하다.

●에히메 : 마츠야마공항까지 아시아나항공 정기편이 주 3회 취항한다. 직항편 발착시간에 맞추어 한국인여행객을 위한 무료셔틀버스가 운행중이다. 도고온천본관 입욕료는 400엔부터로, 시내투어에 편리한 마츠야마 시내전차 1일권(300엔)을 구입하면 경제적이다.

 

ⓒ일본관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기사작성:2010. 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