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영화>
삶과 죽음을 정하는 사신의 노트
데스노트(デスノ-ト)

그 노트에 이름을 쓰여진 인간은 죽는다. 법관을 꿈꾸는 천재 대학생 야가미 라이토(후지와라 타츠야 분). 법의 한계를 느끼던 그는 어느 날 우연히 <데스노트>를 줍게 된다. ‘이 노트에 이름이 적힌 사람은 죽는다’라는 한 문장을 반신반의하며 TV뉴스에 방영된 유괴범의 이름을 적자 실제로 유괴범이 죽음에 이르게 된다. 노트의 실제적인 힘을 알게 된 라이토는 자기 손으로 범죄자와 말종의 인간들을 처단하고 이상적인 세계를 만들어 가기로 결심한다.
라이토의 데스노트에 의해 세계 각지의 범죄자들이 의문의 심장마비로 죽어나가자 인터폴에서는 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한 명의 천재 수사관을 일본 경찰청에 파견하게 된다. 그는 전 세계에 걸쳐 미궁에 빠진 사건들을 해결해 온 수수께끼의 명탐정 L(마츠야마 켄이치 분). 이제 정의의 이름을 건 두 천재의 치열한 두뇌싸움이 시작되고. 서로 정의를 추구하는  두 사람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이 시작된다. 
일본의 주간 만화잡지인 ‘주간 소년 점프’에 연재된 독창적 스토리가 매력적인 동명의 인기 만화 작품이 드디어 영화화 되었다. 단행본 초판 100만부의 판매고를 비롯하여 12권의 누계 발행 부수가 2,100만부에 이를 만큼 최근 불황의 일본 만화계에 있어서도 공전의 히트작인 것은 물론 국내에도 수많은 독자를 가지고 절대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화다.
인기 만화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대다수의 영화들이 그러하듯 원작의 명성을 이어받는 동시에 뛰어 넘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영화화가 결정된 그 순간부터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던 <데스노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원작이 가진 판타지와 현실감이라는 독특한 세계관과 12권에 달하는 방대한 스토리, 만화이기에 가능했던 기괴한 캐릭터들의 재현 등 해결해야할 숙제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완성된 <데스노트>는 우리에게 실망이 아닌 만족을 선사해 준다.
더욱 놀라운 것은 <데스노트>가 기존 스토리성에 의존하는 드라마에 집중되던 일본영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린다는데 있다. 원작의 인기캐릭터인 사신(死神) ‘류크’의 완벽한 재현을 주조로 한 컴퓨터그래픽 기술의 놀라운 진보, 실사와 CG를 완벽하게 조화시킨 완성도 높은 영상은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의 그것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다수의 작품에서 그 기술력을 인정받아온 CG담당의 ‘디지털 프론티어’의 30여명의 스텝이 부주(Boujou)카메라 트래킹, 모션빌더 캡쳐 애니메이션, 마야(Maya)라이팅 등 최고의 기술력으로 만들어 낸 CG를 보는 것도 이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이다.
더불어, 인간 본연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범세계적인 스토리와 시대와 지역을 초월한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환상 같은 세계관은 국가를 초월할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까지 하다. 때문에 <데스노트>는 지금까지의 일본영화의 수준을 진일보시켰다는 평단과 관객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데스노트>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일본영화사상 전·후편이 분할 제작된 최초의 영화라는 사실이다. 한 편의 작품을 촬영한 후 상영시간에 맞추어 나누어 개봉하는 사례는 있었지만 시리즈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편과 후편을 나누어 촬영하고 개봉하는 방식은 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독특한 방식이다. 여기에는 원작의 진행이 큰 영향을 미쳤다. 영화 제작이 결정될 당시에는 원작이 아직 완결되지 않고 연재되고 있던 상태였기 때문에 원작의 스토리에 따라 전편을 제작하고 마지막 단행본인 12권이 발간되는 11월에(일본 현지 기준) 후편을 연달아 개봉하게 되었다. 바로 원작의 큰 줄기를 훼손하지 않고 원작과 함께 최대한 그 세계관을 공유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이와 같은 방식은 영화의 퀄리티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데스노트>라는 하나의 타이틀을 걸고 제작된 작품이므로 전편의 완성도와 흥행여부에 따라 후편의 운명이 결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위험을 감수한 결과는, 역시 그 자신감이 보여주듯 흥행 쾌조로 이어져 후편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진 상태다.
한국 개봉에서도 이러한 위험한 시도는 그대로 이어진다. 오는 11월 2일 전편이 먼저 개봉하고 2개월 후인 1월에 후편이 공개될 예정이다. 당연히 전편의 성공여부에 따라 후편의 운명이 정해지게 된다.
배우들의 열연도 <데스노트>의 빼어난 스토리와 더불어 빛을 발한다. 선과 악의 경계를 허물고 자신만의 정의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려는 주인공 ‘라이토’는 국내에 <배틀로얄>로 그 얼굴을 알린 ‘후지와라 타츠야’가 출연, 선과 악을 넘나들며 점점 ‘데스노트’의 힘에 빠져드는 라이토의 복잡하고 미묘한 심리를 완벽하게 표현해 내었다.
라이벌 ‘L’역에는 <나나><린다린다린다>에서 주목받은 ‘마츠야마 겐이치’가 등장해 연기대결을 펼친다. 짙은 다크서클이 드리운 듯 여리면서도 강한 눈빛과 삐죽거리는 헤어스타일, 구부정한 자세는 천재 ‘L’이라는 캐릭터와 완전히 동화되어 만화속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그 스토리만으로도 매력적인 영화<데스노트>이지만, 편당 100억 원 이라는 제작비가 말해주듯 블록버스터로서의 볼거리로 뒤지지 않는다. 주인공과 수사관의 추격전이 벌어지는 한 낮의 지하철 씬을 촬영하기 위해 1천 여 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되었고, 보다 현실적인 영상을 얻기 위해 일반인들이 이용하는 낮 시간대에 촬영이 감행되는 등 쉽지 않은 시도들도 이루어 졌다. 이밖에도 일본 전역에서 촬영되어 우리에게도 익숙한 영화의 배경도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데스노트 (デスノ-ト: Death Note, 2006) 
-감독 : 카네코 슈스케
-2006년 11월 2일 한국개봉(전편), 후편은 2007년 1월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