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범소장.jpg  
JNTO일본정부관광국 서울사무소 정연범 소장

지진사태 이후 경직되었던 일본여행시장이 춘풍을 타고 조금씩 움트림을 준비중이다. 초저가상품을 비롯해 일본여행상품이 다시 팔리기 시작하고, 미미하지만 일본으로의 교육여행도 하나 둘 재개되고 있다. 일본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도 의심을 거두고 한결 가벼워졌다. 동일본대지진의 상흔이 치유됨과 함께 일본여행업계의 상처도 서서히 아물어가는 셈이다. 물론 갈 길이 멀다. 회복한 것보다 회복해야할 것이 많은 일본여행업계의 ‘지금’과 동일본대지진 사태 1년을 맞아 반전을 준비하는 JNTO일본정부관광국의 행보를 서울사무소 정연범 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들어보았다. 
| 이상직 기자 news@japanpr.com

3.11 동일본대지진이 1주기를 맞았다. 도호쿠를 강타한 거대한 쓰나미는 연간 500만 명이 오가는 한·일 여행시장에도 큰 시련을 안겼다. 일본으로 향하는 하늘길이 중단되고, 일본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일본여행업계에 돌이킬 수 없는 시련까지 안겼다. 
일본의 관광업무를 총괄하는 일본정부관광국 서울사무소의 정연범 소장은 “지난 한 해가 결코 쉽지는 않았다”고 소회했다. 멀리는 한국의 IMF사태에서부터, 사스사태를 거쳐 최근에 리먼쇼크와 신종플루에 이르기까지 여행산업에 근간을 흔드는 사건·사고가 빈번했지만 동일본대지진 사태 만큼은 양상이 달랐다는 것이 정 소장의 말이다.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든 부분이었습니다. 리먼쇼크나 신종인플루엔자 사태 당시만 하더라도 이전의 여러 유사한 사건의 학습효과를 통해 어느 시점에서 회복하고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면 되는지 가늠할 수 있었지만, 동일본대지진 사태의 경우, 지진과 쓰나미에 더해 최악의 방사능사태까지 더해져 앞으로의 예측이 전혀 되지 않는 답답한 상황이 장기간 이어졌고, 그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1년도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수는 166만을 기록한 것에 정연범 소장은 “고무적이고 놀라운 일”이라고 반색했다. 방일한국인 관광객 수의 최악의 상황을 예상했지만 예상 외로 선전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관광과 여행은 평화나 안전을 바탕으로 하는 산업입니다. 특히 한국국민들은 안전에 관해 매우 민감하고, 조금의 의심이라도 있으면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66만 명의 한국인관광객이 동일본대지진의 파고를 넘어 일본을 찾았다”며 “이 166만 명의 한국분들은 그 어떤 말로도 대신할 수 없을 만큼 감사한 분들이며, 이분들 덕분에 일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해소되어 일본여행 안전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로 이끄는 계기가 되었다”고 전했다. 
정연범 소장은 사태 회복에 개인적으로 최소 1년은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아무리 빨라도 1년이고 사태가 더욱 장기화될 수 있다는 염려도 했지만, 지난 2월 말부터 시장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시그널을 받고 있다며 “올 봄이 반전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긍정적인 시그널에 대한 근거가 궁금했다. 정연범 소장은 저가 상품이 팔리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신문이나 TV를 통해 대마도 1일 상품이나 항공을 이용한 초특가 상품들이 다수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사태 이전에도 초저가 상품들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목해야할 점은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방사능 사태에 대한 우려가 정점에 달했을 시기에는 이러한 초특가 상품이 아무리 나와도 언론을 물론이고 일반 소비자들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초특가 상품이 팔린다는 것은 싸기 때문에 팔리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팩트이지만, 그 이면에는 저렴한 것에 더해 ‘일본에 가도 된다’는 안도감이 깔려 있기 때문에 팔릴 수 있다”는 것이 정연범 소장의 말이다. 
초저가상품의 경우 여행업계에선 양날의 검으로 불린다. 팔려도 문제이고 안팔려도 문제인데, 현 상황에선 초저가상품이 “이제 일본은 가도 된다”는 긍정적인 여론형성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팔리기 시작한 초저가상품이 일본여행시장의 회복의 전조라는 분석이다.
때문에 초저가 일본상품만 팔리고 있다는 뉴스를 결코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전혀 없다고 했다. 고가의 패키지상품이나 인센티브투어 등의 움직임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것이 현실이지만, 일본상품이 팔리고 있다는 뉴스를 통해 고가 패키지 지향의 여행자나 인센티브투어 기획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 정연범 소장의 설명이다. 
아직도 어려운 여건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긍정적인 분위기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겠다는 것이 일본정부관광국 서울사무소 측의 계획이다. 일본여행에 대한 안전성에 대한 어필도 중요하지만 일반 대중에게 원래부터 일본이 가진 활력을 전하는 방향에서 접근하고 싶다는 것도 정연범 소장만의 소신이다. 무조건 안전하다며 일본을 와달라고 설득하는 것보다는 활력있는 일본을 먼저 보여드리고 자연스레 안전에 대한 확신을 소비자가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의미다. 
이러한 목적으로 방송을 통한 촬영협력도 다수 진행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인 위대한 탄생 시즌2에서는 오키나와가 배경으로 등장하는 한편, 드라마 난폭한 로맨스에서는 유후인이 등장했고,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인기인 ‘짝’의 경우 일본특집으로 오이타현에 애정촌 세트를 꾸려 촬영을 마친 상태다. 인기 높은 방송을 통해 자연스레 일본 관광명소에 대한 선전과 더불어 일본여행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하는 만큼 시장이 서서히 회복되는 이 시기에 가장 효과적인 접근인 셈이다.  
교육여행 분야에 있어서도 일본정부관광국 차원의 움직임을 준비중이다. 정연범 소장은 올 여름방학 시즌을 기해 일본으로의 교육여행 기조가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지진사태 속에서도 지난 해 가을부터 가장 보수적이라는 교육여행이 재개되었고, 여전히 일본이 교육여행 장르에 있어 가장 매력적인 나라인 만큼 수요가 빠르게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계획도 잡혀있다. 올 하반기 경 서울에서 교육여행 상담회를 개최할 예정으로, 후속 사업으로 학교 관계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여행 시찰투어도 마련하여 시장에 우호적인 분위기 메이킹에 나설 계획이다. 
일반 소비자를 위한 프로모션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방일여행 캠페인인 J-ROUTE를 지속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스마트폰용 앱 어플리케이션을 서비스하는 것은 비롯하여, 오는 3월 16일부터 22일까지 개최되는 ‘재팬페스티발’에 더해 한국국제관광전과 하나투어박람회 등, 일반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정연범 소장에게 2012년 시장에 대한 예측과 각오를 부탁했다.  
“한국과 일본의 여행시장은 서로 상대적입니다. 일본을 찾는 한국인이 늘어나면 한국을 찾는 일본국민이 줄어들고, 반대로 한국을 찾는 일본국민이 증가하면 일본을 찾는 한국인관광객이 감소합니다. 환율 등의 영향이 가장 큰 이유이지만, 어쩌면 올해에는 두 나라가 동시에 성장하는 초유의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해봅니다. 한류와 한국여행 붐으로 한국여행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는 한편, 동일본대지진으로 크게 침체되었던 일본여행시장이 그 회복의 속도를 천천히 높여가고 있는 만큼, 2012년 동반자적 관계의 두 나라가 함께 성장하는 기념비적인 해가 되고, 특히 일본여행업계가 동일본대지진의 상흔을 완전히 털고 2012년 가장 큰 반전의 해가 될 수 있도록 지금까지 이상의 노력을 더하고 싶습니다”라는 확신에 찬 대답이 돌아왔다. 
ⓒ일본관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기사작성:2012. 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