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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문화적 인프라 확대가 인적교류 확대의 지름길

 

한·일 프렌드십 위원회 다카스기 노부야 위원장

 

한국과 일본 양국의 교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어두운 역사를 뒤로하지만 경제와 문화의 파트너이자 경쟁자로서 보폭을 같이한다. 과거 ‘가깝지만 먼 나라’라며 미묘한 양국정세를 역설하는 표현들이 회자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연간 500만 명 단위의 관광객이 서로의 나라를 찾는 양국에게 있어 최대의 인적 교류국이자 관광시장으로 성장해있다.
이러한 성장의 바탕에는 양국 간의 문화적 교류가 자리한다. 한·일 프렌드십 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교류의 토대를 쉼 없이 다져온 다카스기 노부야(高杉暢也) 위원장도 두 나라의 발전된 미래를 위해 근본이 되는 문화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다카스기 회장이 한국을 처음 찾은 것은 IMF로 신음하던 1998년 10월. 후지제록스의 CEO로서 부임해 회사를 적자경영에서 벗어나게 했고, 한국 주재 350개 일본기업인 단체인 서울재팬클럽의 이사장까지 겸직하며 10여 년 간 경제·문화 전반에 걸친 한·일 교류에 힘을 보탰다.
경제인 출신답게 문화교류를 바라보는 시선도 남다르다. “문화교류와 경제교류는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고, 경제교류가 선행되어야만 문화교류가 더욱 확대되고 견고히 될 수 있다는 것”이 다카스기 회장의 생각이다. 
한·일 프렌드십 위원회로서의 굵직한 일들도 성사시켰다. 지난 2005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일본 총리 간에 합의로 한·일 우정의 해 메인 이벤트로서 추진되었던 한일축제한마당(日韓交流おまつり)을 연례이벤트로 정착시키며 대표적인 민간 교류 축제로 자리매김 시켰다. 양국정부가 주도한 1회째 축제를 제외하고 정부의 별다른 지원 없이 한·일 양국 간 기업의 후원을 통해 마련되어 경제교류의 결과물을 문화교류의 장으로 연출하는 의미 있는 시도로 양국 국민에게 깊은 감동까지 안겼다.

한일축제한마당이 양국을 대표하는 민간 교류축제로 자리매김한 데에는 세 가지 성공의 열쇠가 있다고 다카스기 회장은 말한다.
“정부주도의 교류 프로그램이 아닌 민간기업의 협찬이라는 형태로 민간차원의 자발적인 참여로 축제가 만들어졌다는 것이 지속시킬 수 있는 가장 큰 열쇠였습니다. 여기에 교류 이벤트인 만큼 기획 단계부터 양국 간의 대화를 통한 프로세스로 진정한 교류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고, 마지막으로 양국 간 민감한 정치적 문제를 뛰어넘어 순수 교류를 위한 마음가짐으로 축제를 만들어온 것이 양국 모두에게 의미 있는 축제로 기억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지난 2008년까지 4회를 이끌어 오는 과정도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축제를 앞두고 어김없이 영토문제나 역사교과서 문제 등 양국 간의 민감한 정치적인 이슈가 장애가 되었고, 지난해에는 한국 내 대규모 촛불집회까지 있어 개최가 불투명한 상태에까지 놓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회째까지 매년 수 만 명의 관람객이 운집하는 행사로 만든 것은 역시나 정치적 관점에 휘둘리지 않는 민간 차원의 교류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다카스기 회장은 회상한다. 
어려운 만큼 감동도 남다르다고 다카스기 회장은 말한다. “지난 2008년도 서울광장에서 펼쳐진 축제 피날레에서 한국과 일본 참가단체는 물론 관람객들이 손에 손잡고 한국 전통의 강강수월래를 합창할 때엔 양국 국민들이 느끼는 교류의 정서가 다르지 않음에 크게 감동했다”고 소감을 덧붙였다. 
올해도 한일축제한마당은 어김없이 이어진다. 오는 9월 20일과 21일 개최될 예정으로 서울을 무대로 했던 예년 축제와 달리 올해에는 도쿄와 서울에서 동반 개최되어 한·일 양국의 전통문화와 축제를 양국의 수도에서 성대하게 펼쳐 내보일 예정이다.
도쿄행사는 20일과 21일 양일에 걸쳐 개최되며, 서울행사는 20일에 한해 진행될 예정이다. 중심무대가 도쿄로 옮겨진 만큼 지난 해 보다는 규모면에서 다소 축소되지만 한국과 일본을 잇는 교류이벤트는 더욱 다채로워질 예정이라고 말을 덧붙였다.
CEO출신 경영인으로서 한국의 일본여행업계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한국의 경영자들은 ‘양’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분명 중요한 것은 ‘질’인데 사업의 크기와 양에 집착하는 경영방식이 아직까지도 남아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여행시장은 다른 나라의 여행시장과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평생에 한 번 기회를 내서 가는 여행이 아닌 이웃 도시를 즐기는 감각으로 친근해졌고 이에 따라 고객의 기대치도 높아지고 요구도 다양합니다. 기존 시장의 ‘양’의 답습이 아닌 높은 ‘질’의 추구가 가장 분명한 결과물을 낼 수 있는 것이 한·일 여행시장”이라며 “국민의 소득수준이 올라감에 따라 가장 민감하게 성장하는 것이 여행시장이고, 세계적인 경기 후퇴로 잠시나마 저속성장세에 있지만 일본이 그래왔듯이 한국 또한 경기상승에 따라 여행시장이 가장 주도적인 비즈니스 마켓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류의 시작은 문화가 바탕이 됩니다. 양국간의 교류라는 톱니를 움직이기 위해 윤활유가 되는 것이 문화 인프라이고, 이러한 문화적 인프라를 통해 양국의 국민이 공감하는 사회적인프라로 발전되어 갑니다. 한일축제한마당과 같은 공동의 문화이벤트가 중요한 것도 이러한 이유입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있듯이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하는 사회적 인프라가 마련된다면 한국과 일본의 인적교류는 더 크고 밝은 미래를 향해 한 발 더 다가서게 될 것입니다”

 

☞다카스기 노부야 위원장은...
1998년 한국후지제록스 CEO(~2009년 3월)로 부임. 당시 금융위기로 적자경영 상태의 후지제록스를 노·사 친화적인 경영방식으로 감원 없이 O/A분야 일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2003년부터는 주한 일본 경영인 모임인 서울재팬클럽 이사장으로 3년 간 활동하며 한·일 양국간 경제교류 확대에 힘을 쏟았으며, 현재 김&장 법률사무소 상임고문 및 한·일 프랜드십 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일본을 대표하는 경제인으로서 정·제계 및 문화계 등 다방면에서 한·일 교류에 힘을 보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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