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폭등, 日여행업계 ‘10월 패닉’


-전년 7월 대비 2배 올라, 역대 최고치 경신


설마설마하던 일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지난 2007년 7월 100엔 당 750원 대를 오가던 원·엔 환율이 지난 달 9월 29일 기준 1,500원 대를 오르내리며 역대 원·엔 환율 최고치를 경신하며 일본여행업계를 10월의 악몽 속으로 몰아넣었다.
올 3월 800원 중반대에서 1,050원 대로 급등한 이래, 이후 8월 성수기까지 930원 대의 안정적인 환율을 유지하던 원·엔 환율은 9월을 기점으로 1,028원을 시작으로 10월 6일에는 단 1개월 만에 1,227원까지 200원 이상의 급등세를 보이다가 이윽고 10월 23일 1,431원, 10월 27일에는 역대 최고치인 1,552원을 기록하며 사상 유래 없는 엔화 강세장을 이어나갔다.
단 1개월 만의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환율 급등은 일본여행업계에 이렇다 할 준비의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시장을 그대로 타격했다. 여행상품가나 랜드사의 지상비가 오전·오후별로 크게 달라지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지는가 하면, 환율에 의한 손실을 감당하지 못해 출발 예정된 상품을 자체적으로 취소하는 등, 환율급등의 직격탄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상태다.
A여행사의 영업담당자는 “단 1개월 만에 이렇게 상황이 악화되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라며 “걸려오는 전화는 모두 취소전화 뿐”이라고 최근 상황을 전하는 한편, 일본전문 B랜드사 소장은 “상담이나 견적 등 문의가 하루 종일 단 1통도 없는 경우도 있다”며 “IMF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보폭을 알 수 없는 널뛰기 환율에 랜드사 또한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상태. C랜드사는 겨울 성수기상품 견적을 현재 거래 환율보다 높은 1,800원대에 세트하고 있으며, 곳에 따라서는 2,000원 대까지 상정하여 지상비 견적을 구성하는 등 또 다른 폭등에 대비한 소극적 영업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가격이 상승하면 그 만큼 시장성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환율의 급등으로 막대한 손해를 떠안을 수만은 없다는 판단에서다.
소비자들의 여행수요 또한 현실적 환경에 심리적 영향까지 더해져 10월 한 달간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패키지상품은 물론 줄 곳 효자노릇을 해왔던 자유 F·I·T상품까지 최근에는 구매자를 찾기가 힘든 것이 현실로, 과거 독도 및 역사교과서 등 한·일간 정치적인 문제에서도 굳건히 건전성을 유지했던 일본여행시장이 환율폭등에는 여지없이 무너지는 모습이다.
실제로 일본여행을 준비 중인 예비여행자들이 일본여행을 포기하거나 무기한 연기하는 등 경제악화로 여행을 후순위로 미루는 경향이 뚜렷하여 이러한 업계의 현실을 반증하고 있다.
다가올 시즌도 문제다. 당장 성수기가 다가오는 스키 및 온천상품은 상품의 구성 자체가 지연되고 상품가도 대폭 상승하여 지금과 같은 엔고가 계속 이어진다면 그동안 굳건히 시장을 형성하며 상승곡선을 그려왔던 시즌테마상품들이 역대 최악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어, 여러 난관 속에서도 겨울 성수기만을 기다려왔던 일본여행업계는 더 큰 충격에 빠질 가능성도 적지 않은 상태다. 
한·미 정부의 통화 스와프 협정 체결 등 비상대책이 이어지며 10월 30일과 31일에 걸쳐 원·엔 환율이 1,300원 대로 급락하며 다소나마 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는 있으나, 환율이 안정세에 들어가도 국내 내수경기 악화로 일본으로의 여행수요가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어 당분간 일본여행업계의 몸 사리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일본관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기사입력:2008.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