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円低), 일본 여행패턴 바꾼다

-790엔대 환율, 현지 체감비용 한국 보다 저렴
-도쿄 등 자유여행객 중심 쇼핑관광 인기 높아
지난 해 12월 21일 일본으로의 한국인여행객이 200만 명을 돌파한 것을 계기로 일본은 더 이상 특별한 해외여행지가 아닌 언제라도 쉽게 방문할 수 있는 도시로서의 이미지가 더해가는 가운데 최근 한국 원화에 대한 엔저(円低)현상의 지속으로 일본 현지에서의 한국인 여행객의 소비패턴이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저에 따른 여행자가 느끼는 체감지수는 100엔당 790엔 대라는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 실제 여행에 나선 이들의 말이다. 일본 현지에서 100엔의 물건을 사기위해 2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 돈으로 1,100원을 내야했던 것과는 달리 지금은 790원 만 내면 되는 셈이니 단순계산으로도 약 29%의 할인 폭을 체감하고 있는 상태다.
엔저에 따른 현지비용의 절감 폭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일본 여행이나 출장 시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는 호텔숙박비의 경우 도쿄도내 C비즈니스호텔의 경우 싱글룸 1박에 6,800엔의 요금이지만 우리 돈으로 53,700원 선으로 낮아지면서 국내 숙박요금과 큰 차이가 없어진 상태다. 현지에서의 식사도 평균 700~800엔 안팎의 식사가 원화로 5,500원~6,300원 수준으로 계산되어 역시 국내에서의 비용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한국과 비교해 가장 비싸다는 교통비의 경우도 지하철 기본료 160엔이 환율상 1,260원 정도가 되어 교통비의 부담 역시 크게 줄어든 상태.
이러한 엔저에 따른 현지비용의 감소가 일본여행에 가져온 파장은 적지 않다. 한국인이 일본여행에 있어 불편하고 부담스럽게 작용하는 것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일본어 등의 언어상의 문제가 아닌 비싼 현지물가였을 만큼 일본의 고물가는 지금까지 일본여행의 가장 큰 장벽으로 작용해 왔고, 때문에 최근의 엔저현상은 그동안 일본여행을 만류해왔던 여행객에게 있어서는 큰 장애물을 해소해준 격이 되고 있다. 
연초부터 일본으로의 여행객에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 역시 최근의 이러한 경향과 무관치 않다.
체감물가가 많이 저렴해진 만큼 자유여행객들의 여행패턴도 크게 바뀌고 있다. 그동안 보다 적은 비용으로 일본을 즐기려 했던 절약형여행에서 벗어나 여행지에서의 식사나 여흥에 보다 돈을 투자하는 것이 최근의 경향. 20~30만원 초반대의 저렴한 여행경비로 차비까지 아껴가며 10,000엔 정도의 현지경비로 다녀오던 이들로 가득했던 심야전세기이용 자유여행상품도 최근에는 20대~30대 초반 여성 여행객을 중심으로 하는 쇼핑투어객들로 항공좌석이 메워지고 있을 정도로 엔저현상은 여행객의 주체마저 변화시키고 있다. 현지에서의 쇼핑도 10만 엔 안팎의 고가 상품들이 주를 이루는 것 역시 최근의 경향이다. 입국 시 세금을 납부하더라도 한국에서의 구입보다 크게는 30% 이상 저렴하기 때문이다.
엔 환율이 800원대에 접근하며 엔저가 절정에 달하던 지난 2006년 4/4분기에 한국인관광객이 일본에서 쓴 카드(VISA) 사용액이 7,047만 달러로 전년대비 29%나 늘어났다는 보고는 이러한 경향을 반증하고 있다. 
가장 반가운 것은 일본여행업계. 패키지상품의 경우 일본 현지비용이 줄어들어 단가를 낮출 수 있는 것은 물론, 쇼핑을 위한 자유여행상품 역시 도쿄를 중심으로 판매가 줄어들지 않고 있어 여행업계는 지난 2002년 월드컵 당시 일본입국비자가 처음 면제되면서부터 시작된 일본여행 붐이 엔저경향을 타고 다시 한 번 불기 시작했다며 조심스런 예측까지 내놓고 있는 상태다.
지난 1월 방한한 후유시바 테츠조 국토교통대신 역시 자국으로의 여행객 증가요인의 하나로 엔저현상을 언급할 정도로 일본정부 역시 엔저에 따른 방일여행객 증가를 기대하고 있는 만큼 최근의 엔저경향은 한국인 방일여행객 견인에 적지 않은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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