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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바다를 횡단하는 바닷길을 따라 유유자적 뱃놀이를 즐기고 아침이면 돗토리에 닿는다. 항구에 내리자마자 맞이하는 요괴들의 환영과 모래가 예술작품이 되는 기적이 기다리고, 초봄의 쌀쌀함을 녹일 온천까지 더해지니 뻔한 일본여행에 질릴대로 질린 이들이라면 돗토리가 그 질문에 대한 충분한 답이 된다. 
| 이상직 기자 news@japanpr.com

돗토리는 그동안 낯선 관광지였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첩보 액션 드라마 ‘아테나:전쟁의 여신’의 배경이 되며 안방 곳곳에 돗토리가 가진 매력을 펼쳤고, 덕분에 훌쩍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본래대로라면 비행기를 통해 찾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지금은 뱃길이라는 선택지가 하나 더 늘었다. 강원도 동해항과 돗토리의 사카이미나토항을 잇는 국제카페리 노선인 DBS크루즈훼리가 먼 바닷길을 가까이 잇고 있으니 말이다. 
항공편 대신 굳이 DBS크루즈훼리를 선택한 이유도 드라마에 기인한다. 주인공인 정우성과 수애가 거대한 DBS크루즈훼리의 갑판에서 사랑을 속삭였고 그들도 이 배를 타고 돗토리와 한국을 오갔으니 드라마팬이라면 지나치기 쉽지 않은 유혹이다.  
동해바다를 횡단하는 첫 바닷길이니 감동도 남다르다. 저녁 6시에 출항해 다음 날 아침 9시에나 도착하는 길다면 긴 뱃길이지만 이제껏 만나지 못했던 여행길이니 돗토리까지 향하는 긴 시간이 도리어 달갑다.  

사카이미나토, 거리의 요괴들이 반기네
DBS쿠루즈훼리가 닿을 내리는 사카이미나토항에서는 여행객들에게 요괴들이 환영인사를 건넨다. 일본의 국민적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요괴만화 ‘게게게노 기타로’를 소재로한 미즈키 시게루 로드가 그 무대다. 드라마에선 주인공 정우성과 보아가 이 거리를 누볐다. 미즈키 시게루 로드는 돗토리 출신의 만화가 미즈키 시게루 선생과 그의 만화 작품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기념거리. 사카이미나토역에서 동쪽으로 약 800m이어지는 상점가를 따라 길게 이어진다. 
볼거리는 단연 거리 곳곳에 자리한 요괴 캐릭터들의 조각들이다. 한쪽 눈을 가린 더벅머리의 주인공 키타로를 시작으로 쥐의 얼굴을 한 네즈미오토코, 눈알 모양의 귀여운 요괴인 메다마오야지 등, 만화 속 모습 그대로 생생히 재연된 180여 개에 가까운 청동제 동상들이 반기는데, 거리 한 복판에 자리한 만큼 관광객 누구든 자유롭게 만져보며 즐길 수 있어 더욱 즐겁다.  
조각상에 더해 곳곳에 숨어있는 다양한 요괴를 찾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캐릭터들을 활용한 오리지널 상품들은 당연하고, 제과점에서 파는 빵에도 요괴들의 얼굴이 숨어 있다. 밤이면 불을 밝히는 가로등도 마찬가지다. 메다마오야지(눈알아저씨)라고 불리우는 눈알 모양의 캐릭터는 가로등이 조명이 되어 하늘에 매달려 있고, 방향을 알리는 딱딱한 안내판에도 친근한 요괴 캐릭터들이 그려져 반기니 거리를 산책하고 있는 것인지 만화 속 세계에 들어와 있는지 즐거운 혼란까지 더해진다.
거리의 명물인 요괴 우체통도 여행자라면 기억해둘만하다. 미즈키 시게루 로드에 자리한 우체통에 편지를 넣으면 우체국 소인에 더해 요괴의 소인이 찍힌 우편물이 배달되어 돌아오는데, 요괴소인을 보기위해 일부러 미즈키 시게루 로드를 찾아 편지를 부치는 여행객들도 적지 않을 정도다. 편지를 부치지 않으면 확인할 수 없는 특별한 소인이니 그 모양이 궁금한 이들이라면 돗토리로 떠나는 여행가방에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한 통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미즈키 시게루 로드의 끝에 위치한 미즈키 시게루 기념관(mizuki.sakaiminato.net)도 흥미롭다. 리얼한 요괴 디오라마에 더해 원작자인 미즈키 시게루 선생이 세계 각지에서 모은 요괴 콜렉션, 그리고 충실하게 재현된 미즈키 시게루 선생의 작업실 등 다양한 전시물이 마련되니 원작의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코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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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열차. 외부는 물론 내부에도 요괴 캐릭터들로 래핑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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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와 달리 맛이 일품인 눈알 모양의 메다마요야지 캐릭터 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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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키 시게루 기념관. 만화애호가라면 놓칠 수 없는 코스다. 

모래가 만든 장관, 돗토리 사구도 명물
드라마의 로케지를 찾는다면 돗토리 사구(砂丘)를 빼놓을 수 없다. 정우성과 보아가 데이트를 즐긴 곳으로, 마치 사막처럼 바다를 마주하며 거대하고 광활한 모래언덕이 자리하는데 우리에게는 물론, 일본에서도 흔치않은 자연풍광이기에 돗토리로의 여행자들의 발을 자연스레 이끌어낸다.
돗토리사구까지는 미즈키 시게루 로드가 있는 사카이미나토역에서 요괴열차를 타고 요나고역까지 이동, 다시 JR선으로 환승하여 JR돗토리역에서 출발하는 돗토리사구행 버스를 타면 된다. 노선이 간단하고 대중교통이 잘 마련되니 명소로의 발길 또한 가볍다. 
돗토리의 사구가 형성된 것은 약 3만 년 전의 일. 우리의 동해와 마주하는 해안을 따라 동서로 약 16km, 남북으로 2km에 걸쳐 모래융단이 입체감 있는 얼굴을 내보인다. 
사막지대와 같은 대규모의 사구가 자리한 것도 신비롭지만 특히 바람이 불 때마다 모래바닥의 흐름이 바뀌는 ‘풍문’이 나타나 마치 모래바닥을 캠퍼스로 대자연이 미술작품을 만들어내고, 멀리 오아시스 동해바다의 푸르름이 황량함을 덜어내니 황금빛 사구의 운치가 제맛이다. 
더불어 올 봄 4월이면 일본 유일의 모래를 소재로 한 조각 작품을 전시하는 모래미술관(관련기사 10면)도 문을 연다. 모래로 만든 것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정교한 예술작품들이 뿜어내는 감성은 돗토리가 아니면 만날 수 사구의 감동에 또 다른 감동의 파장을 더하고픈 여행자라면 기억해 둘 체크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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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돗토리 사구. 동해바다를 뒤로 끝없는 모래언덕이 장관을 이룬다.

온천마을 정서 일본정취 더해주네, 미사사온천
주인공들이 찾았던 온천마을도 드라마 촬영지 여행에서 빠질 수 없다. 돗토리의 온천은 오랜 옛날부터 몸을 치유하는 약용온천으로써 유명했고, 최근까지도 새로운 온천지대가 발견될 만큼 양질의 온천으로 넘쳐나는 숨겨진 온천의 천국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기를 모으는 곳이 세계굴지의 라듐온천으로 잘 알려진 ‘미사사온천’. 무색투명한 온천수에 직접 마실 수도 있는 흔치않은 온천으로 신경통과 피로회복이 특히 효험이 높아 1년 내내 온천을 즐기려는 이들로 넘쳐나는 곳이다. 
미사사온천에서 여행객들의 눈을 잡아끄는 노천탕으로 유명한 것이 바로 온천마을을 가로지르는 미사사다리 아래로 자리한 가와라 노천탕. 24시간 누구라도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으며 작고 소박하지만 가장 미사사다운 온천으로 손꼽혀 밤이면 이곳에 입욕하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설 만큼 인기 또한 높다.   
온천마을의 정서를 느끼기에도 미사사온천은 제격이다. 온천마을 특유의 유카타(浴衣)를 입고 거리를 거닐거나 기품 있는 온천료칸과 온천호텔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으니 미사사온천을 찾은 정우성과 보아가 되어 돗토리 여행의 특별한 하룻밤을 채우기에 제격이다. 

<여행정보>
돗토리현까지는 아시아나항공 정기편(인천-요나고)에 더해 DBS크루즈훼리가 강원도 동해항에서 매주 목요일 주 1회 출발한다. 드라마 촬영지 투어상품(돗토리현 중부 만끽 투어)도 마련되어 드라마 <아테나:전쟁의 여신>촬영지를 편리하게 둘러볼 수 있다. 상품은 전용버스와 한국어 가이드가 제공되며, 요금은 점심식사와 시설입장권 등을 포함해 1인 2천엔 선으로, 공식사이트(www.nashinohana.com/tour/info.html)를 통해 사전 예약할 수 있다. 

ⓒ일본관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기사작성:2012. 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