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올레길’ 즐기고, 천년 역사의 ‘온천’ 즐기고
힐링로드, 규슈 사가현 

누끼용.JPG

규슈의 관문 후쿠오카 바로 아래 자리한 사가현. 사가현 이라는 지명은 낯설지만 규슈올레의 성지이자 1300년 역사의 우레시노온천과 다케오온천이 자리한 관광명소라 하면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제주도에서 만났던 명품 트레일코스인 3곳의 규슈올레코스와 일본 제일이라 칭하여도 아깝지 않은 천연온천수가 심신의 힐링을 전하니 겨울시즌 사가현으로의 여행길은 일본감성 충만한 힐링로드가 된다. 
| 이상직 기자 news@japanpr.com

매서운 혹한이 찾아드는 1월. 심신의 힐링이 더없이 간절하니 몸이 자연스레 일본 규슈로 향한다. 목적지는 사가현이다. 부산과 마주하며 일본 규슈의 현관으로 자리한 후쿠오카의 하카다역에서 JR가고시마 혼센 또는 나가사키 혼센 특급으로 40분 정도를 달리면 아는 사람만 안다는 명탕의 온천지와 힐링메뉴로 가득한 사가현과 만날 수 있다. 
사가현이라는 이름은 분명 낯설다. 하지만 낯설음이 주는 신선함에 더해 명품급 힐링메뉴가 기다리니 사가현 겨울여행에 괜한 걱정과 염려는 접어두어도 좋다. 
명물은 가득하다. 일본 제일의 도자기로 칭하여지는 이마리(伊万里)ㆍ아리타(有田)도자기를 비롯해, 약 2000년 전 일본 야요이시대(우리나라의 청동기시대)의 환호취락지로 일본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요시노가리 유적’ 등, 역사유적까지 반긴다. 
하지만 사가현의 진짜 매력은 규슈 힐링로드라고 불리우는 힐링메뉴다. 심신을 치유하는 온천과 명품 트레일코스인 제주올레의 일본판 규슈올레길이 기다리니 말이다. 중심무대는 사가현 대표 관광지인 우레시노와 다케오, 그리고 가라쓰다. 매력적인 올레길과 규슈 제일의 명품 온천이 길목마다 기다리니 사가현을 일주하는것 만으로도 힐링은 자연스레 따라온다.

3색 매력 규슈올레코스, “사가현 매력 오감으로 느끼고 힐링은 덤”
제주올레의 일본판인 규슈올레는 사가현에 총 3개의 코스가 문을 열고 반긴다. 단연 인기를 모으고 있는 곳이 가장 먼저 오픈한 다케오시의 다케오코스. 코스는 다케오온천마을을 중심으로 주변의 산과 길을 돌아보는 자연미와 일본적 감성을 고루 배합해 일찌감치 규슈올레 내에서도 명품길로 칭송이 자자하다. 
14.5km의 올레길은 다케오온천역에서 시작된다. 출발하기 전 준비물이 있다. 바로 5시간 거리의 다케오코스 완주를 위한 일용할 양식이다. 다케오온천역 내 다케오시 물산관인 ‘카이로도우’를 찾으면 ‘사가규 스끼야끼벤토’가 있는데 이것이 명물이다. 다케오시가 자리한 사가현은 일본 내에서도 명품으로 불리우는 소고기의 산지. 사가규라 이름 붙여진 최고급 토종소고기를 전통의 타레(양념)에 재워 구워내 밥 위에 얹었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을 자아낸다. 다케오메인.JPG
▲규슈올레 다케오코스

다케오온천역에서 코스 순로를 따라 도심을 가로지르면 금방 울창한 대나무숲이 서늘한 바람을 뿜어내는 아름다운 시라이와 운동공원이 맞이한다. 명물은 공원이 끝나는 지점에 자리한 키묘지(貴明寺) 절. 500년 전에 창건된 키묘지절은 1574년 제19대 다케오 영주인 고토 다카아키라(後藤高明)가 세운 선종(禅宗) 절로, 경내에는 일본식 정원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일본내음이 각별하다. 지나가는 한국인여행객에게 스스럼없이 한국어로 인사를 전하며 녹차 한잔을 대접받을 수 있으니 바다길 너머 일본 규슈이건만 올레길다운 정취는 한국과 다름이 없다. 
다시 한 참을 걸어 큼직한 이케노우치호수가 나타나면 다케오코스는 두 갈래로 갈린다. 길을 따라 똑바로 걸으면 상급자 코스인 A코스가, 오른쪽 길로 꺽어들어가면 남녀노소 걸을 수 있는 B코스인데 힘을 들지언정 산악유보도 전망대가 반기는 A코스가 역시 추천길이다. 
산약유보도 전망대에선 다케오시내 일대가 한눈에 보이는데, 겹겹이 겹쳐진 산들과 다케오 시내 도시풍광이 대비되어 발걸음도 자연스레 멈추고 만다.  
코스의 막바지에선 다케오사람들에게 정신적인 힘을 준다고 믿는 영험하고 거대한 두 그루의 녹나무들과 만날 수 있어 각별하다. 그중 거대한 삼나무들과 대나무밭이 장관을 이루는 산길 끝, 다케오신사와 이웃하여 자리한 3000년 수령의 ‘다케오 큰 녹나무’가 하이라이트다. 보는 것만으로도 영험한 기운이 만만치 않다. 사람의 키에 몇 십 배는 더 될 가지가 하늘높이 솟아 지붕을 만들고 땅에는 웬만한 건물 하나가 솟아 나온듯한 우락부락한 기둥이 위용을 과시하니 장관이 따로 없다. 일본 내에서는 유익하고 영험한 기운을 받을 수 있다하여 파워스폿으로 불리우니 기를 충천하고 싶은 여행객들이라면 필히 발걸음을 옮겨볼만하다.

Image1.jpg
▲규슈올레 우레시노코스

이웃한 온천관광지 우레시노에도 올레길이 반긴다. 규슈올레 우레시노코스는 지난 3월 새롭게 오픈한 코스로 신선함이 매력이다. 온천과 녹차로 유명한 관광지인 만큼 우레시노다운 정서들이 규슈올레 우레시노코스 곳곳에 녹아든다. 
코스는 도자기 마을 ‘요시다 사라야’(吉田皿屋)에서 시작한다. 도자기 마을답게 정갈한 자태를 뽐내는 일본 가옥들 사이로 도자기 제품을 판매하는 상점과 도자기 조각을 붙여 만든 담벼락, 도자기신이 모셔져 있는 다이죠지․요시우라신사(大定寺․吉浦神社)등이 이어진다. 
고즈넉한 사찰인 다이조지(大定寺)는 한국과의 인연이 각별하다. 사가현 아리타(有田)정에서 찾아낸 고령토를 사용해 '일본 자기의 정점'이라고 불리는 '이마리야키(伊萬里窯)'를 탄생시킨 조선도공 이삼평을 비롯해 사가현의 도자기 문화를 이끌었던 한반도의 도공들을 기린 곳이기 때문이다. 사찰 뒤쪽에는 '도자기의 신'을 모시는 요시우라 신사도 있으니 함께 둘러보기 제격이다. 
도자기 마을을 벗어나면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지는 광대한 녹차밭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우레시노는 일본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녹차의 고장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모습을 드러낸 녹차밭은 니시요시다(西吉田) 다원. 겨울이기에 신록의 풍미는 없지만 가지런히 정돈된 대지가 주는 푸근함이 각별하다. 
규슈올레 우레시노 코스를 즐긴다면 반드시 눈여겨봐야할 포인트도 있다. 바로 ‘곤겐신과 13불상’, 그리고 ‘도도로키폭포’의 두 곳이다. 곤겐신과 13불상은 물의 신인 ‘곤겐’과 우레시노 88개소 순례길의 하나일 13불상이 갈라진 바위 틈 사이에 모셔진 신비로운 공간이다. 불상마다 붉은 모자를 쓴 모습에 다 큰 어른도 신비롭고 동화스러운 모습에 미소가 지어지는 포인트가 된다. 
물소리가 워낙 커서 멀리서도 들린다하여 이름 붙여진 도도로키폭포는 이름처럼 호쾌한 폭포수가 전하는 청량감이 일품이다. 폭포 주변은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는데 새빨간 아치형 다리위에 오르면 장관인 폭포의 가장 멋드러진 풍광과 조우할 수 있으니 가는 길이 바쁘더라도 필히 발길을 멈출 가치가 차고도 넘친다.   
코스 중반 메타쉐콰이어가 맞이하는 ‘22세기 아시아의 숲’도 인상적이다. 일본과 아시아국가 간 ‘국제교류’의 상징으로 가꾼 숲으로 빽빽한 침엽수림이 청량한 공기를 뿜어 올리니 차가운 날씨임에도 숲의 향이 시원스럽기 그지없다. 길은 과거 목재를 나르던 용도로 만들어졌다. 당시의 길이 그대로 올레길이 되었는데 400여 그루를 훌쩍 넘는 메타세쿼이아가 줄지어 서 있어 풍광이 신비롭기 그지없다.  
22세기 아시아의 숲을 빠져나오면 조용하게 흐르는 우레시노 강을 따라 코스의 종점인 온천마을로 길이 이어진다. 온천마을다운 종점에는 우레시노의 상징인 공동온천탕인 ‘시볼트 유(シーボルトの湯)의 족욕탕이 반긴다. 12.5km의 약 4시간에 이르는 올레의 피로를 천연의 온천수로 녹일 수 있으니 우레시노코스의 피날레로 제격이다. 

가라쓰_메인.jpg
▲규슈올레 가라쓰코스

사가현 북쪽에 자리한 가사쓰시도 일품이다. 규슈올레 가라쓰코스는 규슈올레의 원조격인 제주올레와 가장 닮아있다. 제주를 꼭 닮은 바다가 펼쳐져 있는 해안길을 만날 수 있는데, 제주올레가 시작된 제주도 서귀포시와 가라쓰시는 지난 1994년부터 자매도시로서 교류가 각별하니 올레의 상징성이 더욱 특별하다.  
가라쓰코스는 나고야성터 유적지를 중심으로 일본 전통의 모모야마 문화를 접해볼 수 있는 시간여행과 더불어 하도미사키 등, 현해탄의 절경을 감상하며 가라쓰의 명물 요리로 소문난 소라구이까지 맛볼 수 있는 코스다. 이 길을 걸으면서 자연과 역사, 그리고 미각까지 아우르기에 규슈올레길 12개 코스 중 가장 다채롭고 매력적인 코스로 정평이 가득하다. 
코스의 전반은 나고야 성터 주변의 진영터가 볼거리가 된다. 1592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 출병을 위해 나고야성을 축성하고 그 주변에 전국에서 집결시킨 다이묘들의 진영을 구축하고 주둔 시켰는데 이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푸른 하늘 아래로 초록의 잔디가 깔려 한 없이 평화로워 보이지만 그 이면엔 한국과 일본의 치열한 국운을 건 전쟁의 역사가 함께하니 코스 초입부터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진영터를 지나 소박한 옛길로 빠져나가면 다원 가이게쓰(海月)가 기다리니 일본 전통의 가루녹차를 즐겨볼 수 있는 호사도 누려볼 수 있다. 녹차를 손에 쥐고 주변으로 시선을 돌리면 더없는 평화로움에 과연 이곳이 전쟁을 위한 곳이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다원 가이게쓰에서 발자국을 옮기면 이 코스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나고야 성터(名護屋城跡)의 천수대에 이른다. 이키섬, 대마도, 현해탄 등이 한눈에 들어오는 시원한 경관이 마음 속 깊은 고민까지 날려버리니 힐링이라는 테마의 규슈올레 가라쓰코스의 백미라 칭해도 좋을듯하다. 
나고야성터를 벗어나면 평화로운 마을길로 접어든다. 마을 안에는 일본의 3대 다기(茶器)로 불리며 일본인의 사랑을 받는 가라쓰 도자기를 구워내는 가마인 ‘히나타요(炎向窯)’가 있으니 이 또한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마을을 뒤로하고 코스 후반부로 접어들면 일본 북서부 끝에 위치한 하도미사키를 향해 걷는 해안 올레가 시작된다. 자연이 조각한 주상절리와 푸른 해송이 있어 규슈올레 중 제주의 해안올레와 가장 닮아있는 길이다. 잘 닦여있는 해송 산책로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족과 함께 걷기에도 좋다. 코스의 끝에 다다르면 해송 사이로 살짝 살짝 고개를 내밀던 하도미사키(波戸岬) 해안이 펼쳐진다. 종점 하도미사키 주차장에 있는 작은 실내 포장마차에서는 반건조 오징어와 소라구이를 팔고 있으니 가라쓰코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별미로 필히 맛볼 일이다. 규슈올레 가라쓰 코스 전체길이는 11.2km로, 남녀노소 누구나 약 4시간~5시간 정도에 돌아볼 수 있다.Image2.jpg
▲다케오코스 명물인 소라구이

1300년 역사의 다케오&우레시노온천 “몸 담그니 치유되네”
규슈올레를 걸으며 사가현의 역사와 문화를 탐미했으니 심신을 치유할 겨울 테마인 온천을 즐길 차례다. 사가현은 벳부와 그 명성을 같이하는 규슈를 대표하는 온천관광지로 1300년 역사의 다케오온천과 우레시노온천의 2대 온천관광지가 자리하니 겨울 온천을 즐기기에 더없이 안성맞춤이다.   
붉은 빛의 강렬한 누문(樓門)으로 규슈올레 다케오코스의 종점에 자리한 다케오온천은 13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선홍빛의 누문으로 ‘로우몬’이라 불리우는 상징물은 중국과 일본의 건축미가 절묘하게 스며든 다케오의 온천을 상징하는 대변인. 이 로우몬을 따라 다수의 온천료칸들이 더해져 다케오온천거리를 이룬다. 
다케오에서 온천을 즐긴다면 호텔이나 온천료칸도 좋지만 누문 뒤로 자리한 공중욕탕에서의 입욕이 제격이다. 누문의 안쪽으로 3개소의 공동온천탕과 2개소의 전세탕이 있고 더구나 옛 정취 그대로 남아있어 그 맛이 각별하다. 지금으로부터 133년 전인 메이지 9년에 문을 연 모토유(元湯)는 특히나 인기다. 외관이 우리네 옛 목욕탕을 연상시켜 겉모습에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막상 입욕하면 입욕에 제격인 50도 전후의 빼어난 원천이 선사하는 감동이 기다리니 걱정은 접어두어도 좋다. 특히, 보습에 제격이고 다케오온천의 온천수는 여성의 화장수 제조에도 이용될 정도이니 남자보다도 여성이 더 욕심내는 것도 이런 연유다. 타월을 세트로 하여 500엔 동전 하나면 충분하니 즐기지 않는 것이 도리어 손해다.  
한적하고 호사스럽게 타케오온천을 즐긴다면 당대 성주만이 입욕을 허가받았던 도노사마유(영주탕)에 몸을 뉘어봄직하다. 체스모양의 대리석이 바닥을 장식하고 원목의 벽으로 둘러싸인 호젓함에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 없이 부부나 연인끼리만 입욕하는 전세탕이니 1시간 이용에 3,800엔이라는 비용도 그리 아깝지 않다. 

우레시노_서브.JPG
▲우레시노온천의 노천탕

다케오온천과 이웃한 1300년 역사의 우레시노온천도 온천의 명소다. 타케오온천역에서 JR규슈버스로 약 30분을 달리면 우레시노와 조우할 수 있는 편리함에 다케오와 함께 찾는 필수코스로 손꼽힌다. 
우레시노온천의 매력은 역시나 미인온천으로 불리우는 빼어난 수질이다. 중조천(重曹泉)의 수질은 온천수 내에 다량의 나트륨이 함유되어 있는데 입욕 후에 몸을 감싸 안아 매끈매끈한 감촉이 여느 온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우레시노만의 온천수질을 한껏 뽐낸다. 워낙 피부에 좋아 매끈한 피부를 원하는 여성들이 먼저 알고 우레시노온천을 찾아 미인온천이라는 별칭까지 붙었을 정도다. 
강을 따라서 자리한 개성 넘치는 료칸들도 즐거움이다. 일본의 천황이 머무른바 있는 격조 높은 온천호텔인 와타야벳소를 비롯하여, 우리시노의 명물인 녹차를 가득 띄운 감각적인 녹차탕으로 젊은 층에게 인기 높은 와라쿠엔, 가족같은 느낌의 소박한 맛이 자랑인 다카사고에 이르기까지 40여 료칸이 있으니 어느 료칸을 선택해야할지 행복한 고민도 끊이지 않는다. 우레시노온천에서라면 온천수로 만든 우레시노 온천순부두 요리가 명물이니 겨울 미식으로 챙겨볼만하다. 

<여행정보>
티웨이항공이 아리아케 사가공항으로 주 3회 정기취항중에 있어 더욱 편리하게 사가여행을 즐길 수 있다. 직항편 외에 JR하카타역을 기점으로는 JR철도편 이용도 편리하다. 다케오온천까지는 나가사키혼센 사세보센을 타고 다케오온천역에서 하차하면 된다. 소요시간은 약 40분. 우레시노온천까지는 다케오온천의 다케오온천역에서 JR규슈버스로 약 30분 정도에 도착할 수 있다. 가라쓰시까지는 후쿠오카공항에서 지하철을 이용 니시가라쓰행을 탑승하면 환승 없이 가라쓰에 닿을 수 있다. 소요시간은 약 1시간 30분. | www.welcome-sag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