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리포트>
일본 최대 명절 ‘正月’, 알고 즐기면 더 즐겁다. 
일본의 정월 풍습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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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희망을 담은 2013년 신년이 밝았다. 문화와 역사는 다르지만 새해를 열고 정월을 맞이하는 기대감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다르지 않다. 우리나 중국처럼 음력 명절이 없는 만큼 1년을 통해 가장 성대한 명절이 일본의 정월이니 색다른 일본과 조우할 수 있는 경험도 정월이 자리한 1월만의 즐거움. 같으면서도 다른 일본의 신년맞이가 이방인의 눈과 귀를 자극하는 이유다. 
| 편집부 

일본의 연말연시는 다양하고 전통적인 행사나 관습이 우리만큼이나 많이 남아 있다. 우리의 그믐날에 해당하는 ‘오오미소카(大晦日)’인 12월 31일부터 일본의 새해맞이 행사가 시작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한 해의 마지막 날 밤에 온가족이 함께 소바를 먹는 토시코시소바(年越しそば). 해를 넘길 때 먹는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이 관습은 길고 가는 소바(메밀국수)를 먹으면서 가족의 행운이 새로운 해에도 길게 계속되도록 비는 의미가 있다. 
소바를 먹고 밤이 깊어져 오면, 낡은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제야의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일본도 한국과 같은 불교문화가 있어 타종의 의미는 우리와 같아 인간의 108개의 번뇌를 종을 칠 때마다 없앤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제야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하면서 새해가 밝아오면, 일본은 신사를 찾아가 새해 소원을 비는 하츠모우데(初詣)에 나서는 인파로 북적이게 된다.
새해 첫 참배를 가리키는 하츠모우데는 유명신사나 가까운 신사를 찾아 1년 동안 좋은 일이 가득하길 비는 일본 신도(神道)에서 유래한 풍습으로, 신사 내에서 길흉이 적힌 제비를 뽑아 그 해의 운세를 점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만약 악운이 나왔을 때에는 뽑은 쪽지를 신사의 나뭇가지에 묶어두어 악운을 막는 풍습도 있어 하츠모우데가 행하여지는 신사의 나무는 이날 하루 수 만개의 종이 매듭으로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하츠모우데는 일본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새해맞이 행사의 하나로, 1월 1일 새벽 12시가 되면 전날 밤부터 집을 나선 참배객들로 시외의 유명신사는 물론 시내의 작은 신사까지 북새통을 이루는 진풍경을 연출하게 된다. 이날만큼은 도쿄 등의 대도시의 경우 전차나 버스가 철야 운행을 해야 할 정도로 도시 곳곳이 북새통을 이루는 진풍경도 볼 수 있다. 
이런 모습들은 종교적이라기보다 오히려 친한 사람들끼리 축제를 즐기는 느낌에 가깝다. 때문에 도쿄 시내 인근의 메이지신궁이나 아사쿠사의 센소우지와 같은 신사는 12월 31일 저녁부터 친구들과 신사주변에서 여흥을 즐기며 신년을 맞이하는 이들로 넘쳐나기도 한다. 하츠모우데는 정월의 3째날 까지가 일반적으로, 이후에는 각 신사나 절마다 고유의 전통축제를 여는 경우가 많으므로 1월 중 일본을 찾 는 이라면 유명한 신사나 절을 찾아 우리의 설날풍습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일본의 정월풍경을 즐겨볼 수 도 있다. 

카가미모치·정월요리로 신년분위기 만끽
하츠모우데와 함께 새해를 맞이하는 일본은 가정에서도 특별한 의식이 치루어진다. 정월에 가정에서 행하는 관습은 지역에 의해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집 대문에 신을 맞이하는 표식이 되는 소나무 장식을 놓아두는 ‘카도마츠(門松)’가 대표적이다. 물론 일본도 시대가 변함에 따라 이러한 카도마츠를 장식하는 집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신년을 맞이하는 풍습으로 일본 가정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카가미모치(鏡餅)’도 일본 정월의 대표적인 풍경이다. 평평한 원반 형태로 만든 떡을 눈사람처럼 만들어 올린 것을 카가미모치라고 하는데, 일본에서는 예로부터 쌀로 만든 음식에는 신이 깃들어 있다는 믿음이 있어 이러한 떡을 먹거나 놓아둠으로서 흉을 물리치고 복을 부른다고 한데서 유래한다고 전해진다. 
굳이 우리말로 번역한다면 '거울떡' 정도로 풀이된다. 떡 모양이 둥근 거울(카가미:鏡)의 형태를 하고 있다고 해서 유래된 이름으로 신에게 공양하고 나서 받는 고귀한 떡이라는 의미로 신과 인간의 중간 역할을 한다고 하여 신에게 바치는 공물로 사용되며, 정월에 집안에 놓아두어 1년 동안 가족의 행복을 기원하며 신에게 떡을 올린 후 가족이 나누어 먹으면 신에게 축복을 받는다고 믿어온 전통의 풍습이 전해지고 있다. 
장식방법은 산보(三方)라는 작은 선반 위에 굴거리 나무, 풀고사리 등을 놓고 그 위에 떡, 다시마, 곶감 등을 포개어 장식하며, 이를 통해 만병을 물리치고 복을 얻어 장수를 기원하게 된다.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대략 정월로부터 10일 정도가 지난 후 장식해둔 카가미모치를 망치로 깨는 ‘카가미비라키(鏡開き)’라는 의식을 치루고, 딱딱하게 굳은 모찌떡을 요리해 먹는 것도 일본 정월의 익숙한 풍경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캐릭터를 활용한 카가미모치가 등장해 젊은 층으로부터도 인기를 모으고 있어 카도마츠에 비하여 아직까지도 그 전통이 잘 이어져오고 있다. 
정월음식도 빼놓을 수 없다. 일본에서는 정월이나 다른 명절에 준비하는 특별한 요리를 오세치요리(おせち料理)라고 한다. 주로 절임과 튀김요리가 주가 되며 말린 멸치, 토란, 고구마, 검정콩, 청어알, 다시마말이, 야채조림 등이 더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밖에도 카가미모치를 이용한 ‘오죠니(お雑煮:일본식 떡국)’도 일본의 설날 음식으로 빠지지 않는다. 일본식 떡국인 오죠니는 모찌떡을 야채나 고기, 생선 등과 함께 끓여 맑은 장국으로 먹거나 된장을 풀어 미소시루(味噌汁:된장국)처럼 먹기도 하는데 신성한 떡을 요리해 먹는 것을 통해 흉을 물리치고 복을 부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신년 대박행운 노려볼까~, “후쿠부쿠로 즐겁네”
신년에만 판매되는 후쿠부쿠로 역시 일본 정월을 이야기함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신년을 맞아 백화점이나 여러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후쿠부쿠로(福袋:복주머니)는 종합선물세트처럼 복주머니 안에 다양한 상품이 담겨져 있는 특가품을 말한다. 5천 엔 또는 1만 엔, 조금 비싼 것은 2~3만 엔 정도의 가격에 판매되는데 후쿠부쿠로 안에는 해당 가격의 몇 배에 이르는 것들이 들어있어 운만 좋다면 대박의 행운을 거머쥘 수 도 있다.
구두전문점의 5천 엔짜리 후쿠부쿠로라면 3,000~4,000엔의 구두가 3켤레 들어있다거나, 카메라전문점의 3만 엔짜리 후쿠부쿠로라면 3만 엔의 디카와 2만 엔의 디카가 또 들어가는 경우도 흔하다. 작은 기념품점이든 대형 백화점이든 대부분 각 매장마다 후쿠부쿠로룰 판매하고 있으니 어디서든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단, 후쿠부쿠로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하고 구매하지 못하는 것이 이 후쿠부쿠로 쇼핑의 묘미다. 안에 어떤 상품이 들어있는지 모른 채 어떤 제품이 들어있을지 기대하며 행운을 점치기 때문에 정월에 일본을 찾는다면 용기를 내어 후쿠부쿠로 쇼핑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대략 정월이 끝난 1월 말에서 2월초까지도 신년을 위한 후쿠부쿠로가 판매되고 있으므로 조금 시기가 늦더라도 만나볼 수 있으니 기억해두면 일본여행의 또 다른 쇼핑의 즐거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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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상을 입고 하츠모우데에 나선 참배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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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음식인 ‘오세치요리’. 고급스런 모양세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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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매장에서 마련한 후쿠부쿠로. 정월 전후에 판매를 시작해 1월 말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