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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여행자들의 도쿄 재발견

향긋한 커피 향이 가득한 공간에서 커피잔을 한 손에 든 채 다른 한 손으로는 책 표지를 천천히 펼칠 때의 기분을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커피 향을 가슴 깊이 들이마시며 새로운 이야기 속으로 한 발씩 내디딜 때 느끼는 충만함, 잠시 일상에서 벗어 낫다는 해방감,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만족감 등. 책과 커피의 조합은 ‘서점’, ‘카페’라는 각각의 장소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과는 또 다른 끌림이 있다.
북카페는 ‘천천히 시간을 보내도록 허용된 장소’이다. 마음에 드는 책을 모아놓고, 공들여 인테리어를 하고, 조용한 음악을 틀고, 느긋이 쉬었다 갈 수 있도록 커피와 차, 또는 한 잔의 술을 내주는 곳에서 오롯이 행복한 감정에 빠져들 수 있다. 주로 미리 정해놓은 책을 사러 가는 서점과는 달리, 목표 의식이나 사전 지식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마주할 수 있다는 점도 북카페의 매력이다. 서가에 꽂혀있는 책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면 마치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고, 생소한 내용이 담긴 책을 접하면 잠들었던 호기심이 깨어나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러고 보니 북카페는 경험과 우연이 교차하는 ‘여행’과도 닮은 점이 많다.
<도쿄의 북카페>는 낯선 여행지에서 모험심을 발휘하는 사람이라면, 미지의 세계와 만날 준비가 된 여행자라면 좋아할 만한 25곳의 북카페를 엄선하여 소개한다. 찾아오는 이에게 휴식과 영감을 주는 북카페, 방대한 양의 책을 자랑하는 도서관 같은 북카페, ‘책과 커피’보다 ‘책과 술’이라는 이에게 한 손에 맥주를 들고 요리를 즐기며 긴 밤을 지낼 수 있는 바 같은 북카페, 사람과 책의 만남을 통해 날마다 새로운 일을 벌이며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소셜 북카페, 책과 커피를 매개로 한결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예술을 만날 수 있는 북카페까지. 이 책에 소개된 카페들은 다양한 북카페가 존재하는 도쿄에서 찾은 현지인들의 보물 같은 장소이자,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신선하고 진화된 형태의 북카페들이다. 또한 책과 커피를 사랑하는 도쿄 지식인들이 기고한 칼럼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도쿄의 어느 북카페에 앉아 있는 것 같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책에는 다채로운 북카페들이 가득하다. 신주쿠 와세다 대학 근처, 느티나무가 이어진 한적한 길을 따라 앤티크한 인테리어와 이국적인 정서를 풍기는 잡화들, 그리고 세계 각국의 지도로 꾸며진 ‘트래블 북스 캣츠 크래들’을 비롯해 마스킹 테이프, 버섯 편지지 세트 등 귀여운 잡화를 비롯해 젊은 아티스트들이 만든 앙증맞은 종이 공예품들과 손바닥만한 작은 책인 ‘마메혼’을 파는 ‘다방 고엔지 서림’은 아기자기한 취향을 가진 여행자의 눈을 자극한다.
서점의 변신도 흥미롭다. 책과 서점의 거리인 야네센에 자리한 카페 ‘부장고’는 프랑스 문학에 심취한 조용하고 멋진 청년이 운영하는 고서점으로, 카페의 분위기를 살리는 작은 소품들까지 대부분 파리의 벼룩시장에서 구입했을 만큼 카페 곳곳에 파리의 향기가 배어있다. 1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동경당서점’은 1층부터 3층까지 북카페를 겸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고, 2011년에 오픈한 ‘다이칸야마 쓰타야 서점’ 2층에 위치한 북카페 ‘안진’ 역시 널찍한 장소에 테이블마다 개인공간이 충분히 확보되어 있어 여행자들에게는 지친 다리를 잠시 편안하게 쉴 수 있다고 핫한 정보들을 독자들에게 내어놓는다.
<도쿄의 북카페>에 소개된 북카페를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사색하며 걷다 보면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도쿄의 모습을 재발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목마른 감성까지 흠뻑 채우게 될 것이니 색다른 도쿄를 찾는 감성투어리스트라면 <도쿄의 북카페>가 좋은 동반자가 될듯하다. | 현광사 MOOK 편저/배가혜 역/나무수

ⓒ일본관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기사작성기준일:2013.05.26>